디즈니가 내놓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디즈니플러스' (사진=뉴시스)

[뉴시안=조현선 기자] 국내 주요 이동통신3사가 아직 국내에 출시도 되지 않은 대형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업자와의 협업을 위한 적극적인 물밑작업을 펼치고 있다. 디즈니가 지난해 내놓은 '디즈니플러스'에 관한 얘기다. 이동통신업계는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OTT서비스의 판도를 뒤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디즈니+(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11월 디즈니가 출시한 OTT서비스이다. 출시 당일 가입자 수만 1000만 명을 돌파하면서 화제가 됐다. 이어 출시 3개월만에 2650만 가입자를 끌어모으며 전세계 OTT의 1인자 넷플릭스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현지 매체들은 디즈니 1분기(미국 기준)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 당시 훌루, ESPN+, 디즈니플러스 등을 포함한 사업부문 매출이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디즈니플러스의 가입자 1인당 월평균 매출은 5.56달러로 조사됐다.

디즈니플러스는마블·내셔널지오그래픽·스타워즈·픽사·21세기폭스 등 풍부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업계 1위 넷플릭스의 자리를 추격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콘텐츠의 '양'으로 승부한다면 디즈니플러스는 인기 콘텐츠를 기반으로 '질'을 강조했다. 넷플릭스(월 8.99달러)보다 저렴한 월정액료(월 6.99달러)도 강점이다.

지난해 8월 미국 Variety의 디지털 에디터 Todd spangler는 "컨텐츠가 왕이라면 디즈니는 성(Castle)을 가졌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넷플릭스의 전세계 가입자 수는 1억6700만명, 미국 내 가입자 수는 6000만명에 달한다. 디즈니플러스의 가입자 수는 2월 3일 기준 2860만 명으로, 출시 이후 매일 약 33만명이 가입한 셈이다. 

당초 디즈니는 출시를 앞두고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인 6000만 명을 확보하는 데 5년이 필요하다고 봤다. 하지만 가파른 성장세가 유지된다면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이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더 버지'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는 이미 넷플릭스의 미국 내 가입자 기반을 이미 상당부분 차지했으며, HBO 나우의 가입자 수를 공식적으로 넘어섰다"고 말했다. 

현재 디즈니플러스는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에서만 서비스중이다. 오는 3월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지역 6개국과 인도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면 구독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 이동통신3사도 글로벌 동맹군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구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한 해답은 디즈니플러스가 유일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내에서는 디즈니플러스가 단독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거나, 국내 통신사와 협력을 통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예상 시니리오가 모두 나온다. 

디즈니는 미국에서도 현지 통신사 '버라이즌'과 협력해 마케팅을 진행했다. 인도에서는 인도 현지 미디어기업인 '스타미디어'와 협업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미디어 플랫폼과 진행하는 첫 사례인 셈이다. 

디즈니+가 테블릿 PC에 제공하는 서비스 이미지. (사진=디즈니)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는 최근 컨퍼런스콜을 통해 OTT 성장을 위해 국내외 업체들과 적극 제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먼저 SK텔레콤은 지난해 지상파 3사와 함께 토종 OTT '웨이브' 출범 이후 지난달 말 기준 270만 가입자를 확보한 상태다. 지난 7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웨이브는 2023년까지 매출을 5000억원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라며, "글로벌 OTT 사업자와 협력해 기업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1위 무선통신사업체인 SK텔레콤이 가장 많은 가입자 수를 무기로 디즈니의 사업파트너 선정 과정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자체 OTT인 '시즌(SEEZN)'을 공개한 KT 역시 최근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시즌은 오픈 플랫폼을 지향하며 국내외 OTT등과 제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IPTV 800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IPTV에서 넷플릭스를 독점 제공하며 성공적인 파트너쉽을 보여준 것이 주요 포트폴리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양사간 계약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라 제휴를 유지하는 것과 동시에 디즈니플러스와의 협업을 위한 사업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창국 LG유플러스 컨슈머사업그룹장은 "다른 OTT 플랫폼에 대해서도 사업전략 관점에서 오픈된 자세로 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를 놓친 경험이 있는 SK텔레콤과 KT가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에 더욱 열을 올리지 않겠냐는 예상이다. 특히 SK텔렐콤의 박정호 사장은 대외적으로 디즈니와의 접촉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양사 모두 자체 OTT를 제공하고 있으나 서비스 공개 당시 자체 이벤트로 구독률만 높였을 뿐 유료 가입자로 이어지는 성과는 미미하다. 

이들은 부진한 성적의 배경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부족'으로 꼽는다. 이런 상황에서 탄탄한 팬덤을 가진 '마블', '스타워즈'의 디즈니플러스를 품게 될 경우 그간의 부진한 실적을 뛰어넘을 수 있다. 또 국내 OTT시장을 제대로 선점하게 될 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의 발판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상당수의 이용자들 사이에서 VPN 등을 이용해 우회접속하여 디즈니플러스를 구독하는 방법도 공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보다 30% 이상 저렴한 구독료뿐만 아니라 막대한 자체 콘텐츠를 제공하는 디즈니플러스를 잡는다는 것만으로도 확실한 실적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디즈니는 2024년까지 디즈니플러스의 가입자를 최대 9000만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올해 3월 서유럽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아시아 시장으로 발을 넓힌다. 국내 출시는 2021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한 해의 파트너쉽 성과에 따라 향후 OTT시장 주도권이 달려있다. '디즈니 캐슬'의 성문이 누구를 향해 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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