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배터리 공장(좌)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우). (사진=뉴시스)
LG화학 배터리 공장(좌)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우). (사진=뉴시스)

[뉴시안=조현선 기자]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를 결정한 판결문을 공개했다.

ITC는 지난 14일(현지 시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진행중인 전기자동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Default judgement)'을 내렸다. 공개된 판결문을 통해 그 근거가 더욱 명확하게 밝혀진 셈이다.  

22일 공개된 조기패소 판결문에서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행위 및 포렌식 명령 위반에 따른 법적모독 행위를 고려할 때, LG화학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 패소 판결 신청은 정당하다"고 봤다. 

판결문에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고의적 증거인멸과 관련한) SK이노베이션의 범행의도 ▲소송과 인멸된 증거들의 연관성 및 LG화학에 끼친 피해 ▲포렌식명령 위반 등이 명시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ITC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인지한 2019년 4월30일부터 증거보존의무가 발생했으나, 이 시점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문서들을 삭제하거나 삭제되도록 방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에서 전직한 직원들이 LG화학 고유의 배터리 기술을 보유하고, 이중 일부는 SK이노베이션에서 유사한 업무에 배치됐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들의 지식을 활용해 프로세스에 적용하는 데 관심이 많았고, 채용 과정에서 LG화학 지원자들에게 (LG화학 배터리 기술 관련) 구체적인 정보를 취득해 관련 부서에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ITC는 SK이노베이션의 경쟁사 정보(영업비밀)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조직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이뤄졌고, 외부에도 알려져 있었으며, 법적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판시했다.

더불어 2019년 4월 9일 이후 증거보존의무가 있었으나 관련 문서 상당량을 고의로 삭제하거나, 삭제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 명백히 밝혀졌다고 명시했다. 

SK이노베이션은 "문서보안점검과 그에 따른 문서 삭제로, 통상적인 업무 과정에서 일어났으며 범행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문서보안점검의 실제 목적은 관련 정보를 포함한 문서를 제거하거나, 진짜 필요한 문서일 경우 문서명 또는 내용을 변경해 LG화학이 찾기 어렵도록 만들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것이 증거개시 절차에서 드러났다. 

반면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주장에 대해 일관성이 없고,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또 증거에 따라 2019년 4월 9일 및 2019년 4월 30일 이후의 문서훼손 행위는 영업비밀탈취 증거를 숨기기 위한 범행의도를 가지고 행해진 것이 명백하다고 봤다.

특히 이와 같은 증거 인멸 행위로 인해 LG화학이 피해를 본 것이 명백하다고 ITC는 판단했다. 

당시 ITC는  여전히 남아 있을 수도 있는 모든 문서들을 복구하기 위해 포렌식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과 SK이노베이션이 고용한 포렌식 전문가는 ITC 행정판사의 포렌식 명령과는 달리 조사범위를 'SK00066125' 한 개의 엑셀시트로 제한시켰다.

이에 ITC는 "본 소송은 증거인멸과 포렌식 명령 위반으로 인한 법정모독으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적합한 법적제재는 오직 조기패소 판결뿐"이라고 판시했다.

ITC는 이번 조기 패소 판결을 토대로 오는 10월 5일 위원회를 열고 최종 결정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변이 없는 한 SK이노베이션에 내려진 조기패소 결정은 전부 최종결정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의 합의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합의를 위한 배상금 산정 과정에서 양측간 의견 차가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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