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나이가 들수록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간다고 한다. 은퇴를 코앞에 둔 베테랑 선수들에게 하루하루도 엄청나게 빠르게 지나간다.
모든 선수들의 꿈은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이고, 최종적으로 ‘올림픽 포디움’에 오르는 것이다.
그런데 2020년 7월에 개막될 도쿄올림픽이 1년 미뤄졌다.
도쿄올림픽에서 마지막 투혼을 불태우고 은퇴를 하려고 했었던 선수들에게는‘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일부 외국 선수들은 1년을 더 기다릴 수 없어서 포기를 하는 선수도 있지만 다행스럽게 국내선수들 가운데는 아직 그런 선수가 없다.
도쿄올림픽 골프에 출전해서 금메달을 노렸었던 타이거 우즈는 “2020년에 도쿄올림픽이 열렸으면 출전권조차 따기 어려웠는데, 1년 뒤로 미뤄져서 여유 있어 졌다”고 말했고, 올림픽 33개 종목 가운데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가장 젊은 체조의 베키 다우니(영국) 선수는 설흔 살이 되는 내년에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이 어려워서 사실상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김연경, 예상을 했었지만 도전을 멈출 수 없어
한국 여자배구 사상 최고의 선수인 김연경은 도쿄올림픽이 마지막 도전이었고, 메달을 따면서 휘날래를 멋지게 장식하려고 했었다. 그리고 투혼을 발휘해 올림픽 본선 출전 티켓을 따냈다. 이제 만 33살의 나이에 마지막 도전을 하게 되었다.
김연경은 2008 베이징 올림픽 때 첫 도전을 했지만 부상으로 뛰지 못해, 결국 한국대표팀은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그 후 2012년 런던올림픽 본선에 올라 아깝게 4위에 머물렀다. 당시 한국은 세계랭킹 15위로 올림픽 본선에 오른 12팀 가운데 랭킹이 가장 낮았다. 그러나 김연경의 투혼으로 예선에서 강호 세르비아(7위) 등을 꺾고 8강에 합류했다.
한국여자배구는 8강전에서 이탈리아를 국제대회 8년 만에 꺾고 4강에 올랐으나, 세계랭킹 1위 미국에 패해 3,4위전으로 밀려났고,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에 통한의 패배를 당했다.
김연경은 한국대표팀이 4위에 머물렀는데도 불구하고 MVP상을 수상했다.
김연경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두 번째 도전했다.
한국은 A조 예선에서 4년 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배를 안긴 일본에게 3대1로 역전승을 거두고, 아르헨티나, 카메룬도 제압하고, 브라질 러시아에 이어 조 3위로 8강에 올랐다.
그러나 8강전에서 리우 올림픽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B조 2위를 차지한 네덜란드에 1대3으로 패해 탈락 하고 말았다.
이제 김연경은 도쿄올림픽에서 세 번째 이자 마지막 도전에 나서려 했지만, 아쉽게도 올림픽이 1년 연기됨으로서 1년을 더 기다리게 되었다.
김연경의 엑자시바시는 12개 팀이 속한 터키 여자배구 1부 리그에서 20승2패를 기록, 정규시즌에서 2위를 차지했다. 원래 3월21일부터 정규시즌 7위 아이딘과 플레이오프를 벌일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무산됐다.
박인비, 올림픽 연기로 오히려 여유 생겨
박인비는 2016리우 데제네이루 올림픽에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은메달), 중국의 펑샹산(동메달)을 제치고 16언더파 268타로 금메달을 따내면서 여자골프 선수로는 최초로 ‘골드 그랜드슬램’을 달성 했다.(전인지 13위, 김세영 25위)
박인비는 리우 올림픽 금메달 이후 매년 LPGA 대회에 출전을 하고 있지만, 전성기를 지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박인비는 2020년 새해를 맞아 “올해 목표는 도쿄올림픽 금메달‘이라고 선언했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려면 국내선수 가운데 세계랭킹이 4위안에 들어야 하기 때문에 시즌 초부터 모든 대회에 출전하면서 세계랭킹을 끌어 올리려 했다.
박인비는 2020시즌 개막전, 다이아몬드 리조트 챔피언스에서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지난 2월16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끝난 LPGA 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최종합계 14언더파 278타로 3타 차 우승을 차지하며 통산 20승을 달성 했다.
박인비는 2월 중순까지 세계랭킹도 부쩍 끌어 올려 세계랭킹이 11위까지 올랐다. 고진영이 1위를 유지했고 박성현이 3위, 김세영 6위, 이정은 6가 9위, 그리고 박인비 11위 순 이었다.
그러나 2월 중순이후 LPGA가 올 스톱 되는 바람에 박인비의 도쿄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해 졌었다.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6월29일 현재 세계랭킹 15위 안에(한국 선수 가운데 4위) 들어 있어야하는데, 현재 한국선수 랭킹 5위이기 때문에 올림픽 출전이 어려워진 것이다. LPGA가 5월에 재개된다고 하지만 박인비가 앞의 4명보다 랭킹을 더 끌어올린다는 보장이 없다.
박인비로서는 2020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는 것이 차라리 다행인 것이다.
남자 선수들도 대부분 포기하지 않아
한국 사격의 에이스 진종오 선수는 올림픽에서 6개의 메달(금메달 4개 은메달 2개)을 따서 한국 선수 가운데 메달을 가장 많이 목에 건 선수다. 양궁의 김수녕도 6개(금메달 4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땄지만 내용면에서 진종오가 앞선다. 그런데 자신의 주 종목인 50m 권총이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빠지는 바람에 위기를 맞이했었다. 50m 권총은 진종오가 올림픽 3연패를 이룬 주 종목 중의 주 종목이었다.
진종오는 이번 도쿄올림픽에 10m공기 권총과 혼성 10m 공기권총에 출전할 예정이다.
진종오는 내년에 1979년생으로 만 42살이 되지만 사격종목 특성상 40대 선수도 충분히 올림픽 무대에 설수 있기 때문에 그대로 도전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오진혁은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금메달(단체전 동메달)을 단 베테랑이다. 그러나 1981년생으로 2021년이면 40줄에 들어선다.
그러나 오진혁은 양궁선수로서는 거구(1m82cm, 100kg)로, 체력에 관한한 20대 선수들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런던올림픽 이후 9년 만에 금메달을 따면서 선수생활을 끝낼 예정이다.
김현우 선수는 런던 올림픽 남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급에서 오른쪽 눈에 피멍이 드는 투혼을 보이면서 금메달을 땄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체급을 75kg급으로 올려 출전했지만 심판의 애매한 판정 끝에 동메달에 그쳤다. 만약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면 이미 은퇴를 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야 여한 없이 은퇴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에 1년 뒤로 미뤄져도 포기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