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방안 실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방안 실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뉴시안=조현선 기자]한국은행이 3개월간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한다. 사상 처음으로 '한국판 양적완화'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분기 말 자금 경색의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은은 미국 등 주요 중앙은행이 펼치는 양적완화(QE)와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전액 공급 방식의 유동성 지원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에도 꺼내들지 않았던 조치다.

이는 기업어음(CP) 시장 등 단기자금시장에서 고조된 유동성 위기가 주효했다.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로 인해 경색된 시장에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의 머니마켓펀드(MMF) '펀드런'이라는 악재가 연이어 발생하자 특단의 조치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과 공개시장 운영대상 기관 증권을 확대하는 내용 등의 '공개시장운영규정과 금융기관대출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금융시장 안정을 꾀하고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4월부터 6월 말까지 3개월간 일정 금리수준 아래서 매주 1회 정례적으로 전액공급방식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에 나선다. 시장 유동성 수요 전액을 무제한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RP란 금융기관이 일정기간 후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판매하고 경과 기간에 따라 소정의 이자를 붙여 되사는 채권이다. 한은이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RP 매입시 시장에 통화가 도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입찰금리는 기준금리(연 0.75%)에 0.1%포인트를 가산해 0.85%를 상한선으로 설정하고 입찰시마다 공고한다.

한은이 양적완화를 결정하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일단 한시름 놨다는 분위기다. 반면 분기 말 유동성 위기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의 조치는 내달부터 시행되는 반면 CP 직매입 등의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은은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에 통화안정증권·증권단수매매 대상 7곳, 국고채 전문 딜러 4곳 등 증권사 11곳을 추가했다. 신한금융투자, 현대차증권, KB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교보증권, 대신증권, DB금융투자, 메리츠증권 등이다. 기존 은행 16곳, 증권사 5곳으로 한정됐으나 대폭 늘린 것이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분기 말에는 기본적으로 자금 수요가 있어 CP 등의 자금경색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CP 금리는 채안펀드, 단기자금시장 지원 대책 발표에도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번 조치를 내달부터 시행하게 된다. 한은은 일단 이달 말까지 분기 말 우려를 감독당국과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지난 26일 "통상 시장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도 분기 말에는 여러 자금 수요와 자금 비율 유동성 경색이 나타난다"며 "모든 조치가 4월 이후 시행돼 3월 말까지 정부나 감독당국이 모니터링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내달부터 양적완화 조치가 시행되는 것을 계기로  이번 분기 말 위기만 넘긴다면 CP 시장이 조금씩 정상 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