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여객 규모 급감으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여객 규모 급감으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박현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여객 규모 급감으로 항공업계가 고사 위기에 빠진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7일 정정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납입일을 오는 7일에서 ‘거래 종결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로 변경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그 이유로 미국, 중국 등 6개국에서 진행 중인 기업결합승인 문제를 들었다. 항공업체가 인수·합병(M&A)을 하려면 해당 항공사는 취항하는 국가마다 기업결합승인을 받아야 함에도, 코로나19로 승인이 늦어지면서 해당 일정 연기가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당초 현대산업개발은 7일 아시아나항공에 1조4665억 원을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하고, 이 가운데 1조1745억 원을 KDB산업은행(이하 산은)과 수출입은행(이하 수은)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었다.

앞서 산은과 수은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 5000억 원을 인수했으며, 한도 대출 8000억 원, 스탠바이 LC(보증신용장) 3000억 원을 제공하는 등 총 1조6000억 원을 지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아시아나항공이 유상증자 일정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 것으로 판단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인수 일정 전반에 차질이 빚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극심한 경영 악화를 겪는 상황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산은 측과 아시아나항공 인수조건 재협상에 나서거나 최악의 경우 인수 포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내부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80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내고 있는 바 위약금 2500억 원을 내고 인수를 포기하는 편이 낫다는 견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4437억 원, 당기순손실은 8179억 원에 달했으며, 부채비율은 지난 2018년 649.3%에서 지난해 1386.7%로 2배 넘게 급증했다. 올해 들어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며 이달부터 임원 급여 60% 반납, 전 직원 무급휴직 등 고강도 자구안까지 시행한 상태다.

이처럼 제반 여건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산은과 수은 등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차입금에 대한 금리 인하, 상환 기한 연장 등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채권단 입장에서는 신용등급이 비교적 우량한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추가 금융지원을 하는 것이 특혜 시비를 야기하지는 않을지 상당한 고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지원 요청을 거절할 경우, 매각 무산 가능성 등 감당해야 할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3일 한국항공협회는 ‘항공산업 생존을 위한 호소문’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여객기 87%를 띄우지 못하고, 매월 고정비로 적자가 늘어가는 상황”이라며 정부에 자금 지원 확대, 세금 감면 등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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