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박현 기자]아모레퍼시픽그룹이 계열사 코스비전에 750억 원의 예금을 담보로 무상 제공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적발돼 시정명령과 과징금 9600만 원의 제재를 받았다.

6일 공정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우리은행에 예치한 정기예금 750억 원을 지난 2016년 8월 코스비전에 담보로 무상 제공했다. 화장품을 제조해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등에 공급하는 코스비전이 신규 공장을 지을 비용을 금융사로부터 원활히 빌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앞서 코스비전은 2013년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해 새 공장을 지으려고 했으나 2015년부터 당기순이익이 감소하고, 공장 신축 비용을 대느라 현금 흐름이 나빠진 상황이었다. 더욱이 큰돈을 빌릴 담보도 없어 자력으로는 차입이 어려운 상태였다.

그러자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자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정기예금 750억 원을 코스비전에 담보로 무상 제공했다. 이러한 부당 지원 아래 코스비전은 2016년 8월부터 2017년 8월까지 KDB산업은행으로부터 600억 원을 연 1.72~2.01% 금리로 총 5회에 걸쳐 차입할 수 있었다.

해당 금리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제공한 담보 없이 코스비전의 신용을 바탕으로 한 개별정상금리(연 2.04~2.33%)보다 최소 13.7% 이상 낮은 수준으로, 저리 차입에 따른 추가 경제상 이익은 1억3900만 원으로 추산됐다.

더욱이 그 결과로 코스비전은 신공장을 건축한 데 이어 2016~2017년 국내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사개발생산(ODM) 시장 3위 지위를 유지했다. 또한, 아모레퍼시픽 기업 집단의 OEM·ODM 매입 기준 점유율 상승세를 이어가는 등 유력 사업자로서 그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이에 공정위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이러한 코스비전 지원은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 제7호 등)이 금지하는 불공정 거래 행위에 해당한다”며 “대기업 집단 소속사가 계열사에 대규모 자금 저리 차입이 가능하도록 부당 지원해 경쟁 제한성을 불러온 사례”라고 지적했다.

다만 공정위는 “금리 차이로 인한 부당 이득 규모가 현저하게 크지 않고, 차입 자금이 실제 신공장 건축에 전액 활용되는 등 한계기업 지원이나 사익 편취와는 구별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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