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4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95(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1% 상승에 그쳐 지난해 10월(0.0%) 이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코로나19 여파로 영업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출입문에 붙어 있는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 (사진=뉴시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95(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1% 상승에 그쳐 지난해 10월(0.0%) 이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코로나19 여파로 영업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출입문에 붙어 있는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 (사진=뉴시스)

[뉴시안=박현 기자]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 만에 0%대로 하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가 장바구니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외식, 여행 등 서비스 부문 물가 상승이 억제됐다. 또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 내림세도 두드러졌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95(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1% 상승했다. 지난해 10월(0.0%) 이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월(0.8%)을 시작으로 1년 내내 0%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0.4%)에는 지난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공식 물가’가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 1월(1.5%), 2월(1.1%), 3월(1.0%)까지 3개월 연속 1%대를 유지하다가 4개월 만에 다시 0%대로 내려왔다.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1.8% 상승했다. 농산물은 전년보다 0.8% 하락했으나 코로나19로 가정 내 식재료 수요가 증가하면서 축산물은 3.5%, 수산물도 8.1% 상승했다.

반면 공업제품은 전년보다 0.7% 하락했다. 외출 자제로 가정 내 식재료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햄 및 베이컨 등 가공식품은 1.3% 상승했으나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경유, 휘발유 등 석유류가 6.7% 내려갔다. 국제 유가는 이전부터 하락하는 추세였던 데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경기가 악화되면서 가격이 더 내려간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비스 물가도 0.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우선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식 물가는 0.8% 상승에 그쳤다. 또 대인 접촉을 기피하다 보니 여행 관련 서비스 물가도 떨어져 호텔 숙박료는 6.8%, 해외 단체 여행비와 승용차 임대료(렌터카)도 각각 10.1%, 16.0% 하락했다. 고교 무상교육 정책의 영향으로 공공서비스가 1.6% 내려간 가운데 고교납입금이 전년보다 64.0%나 하락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여행, 외식 등 서비스 부문이 약화된 가운데 석유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고등학교 무상교육정책의 영향으로 공공서비스 하락이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다”고 말했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1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0.3%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9월(-0.9%)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같은해 12월 1%대로 올라섰지만, 4개월 만에 다시 0%대로 내려갔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보다 2.9% 상승했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 파악을 위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전년 대비 0.3% 상승했다. 지난해 7월(1.0%) 이후 9개월 연속 0%대에 머물렀으며, 1999년 9월(0.3%) 이후 상승폭이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보다 0.1% 올라 1999년 12월(0.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교 무상교육, 무상급식,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책적 효과가 영향을 미쳤다. 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식 상승폭이 둔화된 점도 함께 작용했다.

통계청은 향후 국내 소비자물가 전망에 대해 최근 정부의 생활방역 전환 시책과 국제유가 하락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안형준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로 인한 저물가가 가능성에 대해 “사회적 거리 두기 영향으로 상황이 좋지 않았던 서비스와 소매 판매가 생활방역으로 전환되면서 물가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국제유가 하락이 시차로 인해 국내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점은 하락할 요인”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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