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중국 시안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중국을 방문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중국 시안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뉴시안=조현선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해외 현장경영 행보를 재개했다. 글로벌 기업인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을 방문한 기업인은 이 부회장이 최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중국 시안(西安)의 삼성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향과 대책을 논의하고 임직원을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 기지인 시안 사업장은 스마트폰, PC, 서버 등에서 데이터 저장장치로 활용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양산하는 곳이다.

이 자리에는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박학규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황득규 중국삼성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은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대격변기' 속에서 자칫 실기(失期)할 경우 돌이키기 힘든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과 함께,  빠르게 움직이면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동시에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측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미래에 대비한 도전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시안에 제2공장을 짓는데 3년간 70억달러(약 7조8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말에는 이 같은 1차 투자에 이어 2차로 8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공장 사업 투자액은 총 150억달러 규모에 이른다. 2단계 공사까지 마치면 2공장 캐파는 웨이퍼 월 13만장 수준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시안 2기 양산은 기존 계획에 맞춰 램프업(생산량 증대) 중"이라며 "수요 전망에 맞춰 탄력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설 연휴 기간에도 삼성전자의 핵심 반도체 생산 거점인 시안 공장을 찾아 2기 라인 공사 현장을 직접 점검한 바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재점화 될 기미가 보이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중국 출장길에 직접 오르면서 기업 총수로서 위기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절박한 심정이 읽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 지속과 반도체 자급화 추진 등 미중간 무역갈등이 재점화할 분위기가 감지되는 시점에서 이 부회장의 방문 소식은 중국 지도층에 강한 인상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지방 정부 뿐 아니라 중국 중앙정부에서도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이 곳을 방문해 반도체 분야에서의 양국 협력 강화 의사를 시사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은 리커창 총리의 방문 등 중국 정부의 관심에 대한 화답성 방문이라고도 해석된다.

아울러 중국은 이달 초 한중 외교당국이 기업인 입국 패스트트팩(입국 절차 간소화)에 합의해 중국을 찾는 기업인이 출국 전후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면 중국 입국 이후 14일 동안의 의무격리가 면제된다는 점도 이 부회장의 중국 방문을 가능케했다. 이 부회장도 출국 전과 중국 입국 직후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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