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가계소득의 증가세가 둔화하고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는 가운데 소비지출이 역대 최저로 급감했다. 사진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경기도 수원시의 한 백화점 내부. (사진=뉴시스)
지난 1분기 가계소득의 증가세가 둔화하고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는 가운데 소비지출이 역대 최저로 급감했다. 사진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경기도 수원시의 한 백화점 내부. (사진=뉴시스)

[뉴시안=박현 기자]지난 1분기 가계소득의 증가세가 둔화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는 가운데 소비지출이 역대 최저로 급감했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계지출은 394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했다. 그 가운데 소비지출은 245만7000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6.0% 줄었으며, 비소비지출도 106만7000원으로 1.7% 감소했다.

2인 이상 가구의 1분기 평균소비성향은 67.1%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9%p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년 4분기에 비해 이듬해 1분기는 계절적 요인으로 지출이 증가하는 게 일반적인데 올해 1분기는 오히려 지출이 감소해 이전과는 다른 특이한 모습을 보였다”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이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소비지출 감소와 비교해도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소득은 소폭 늘었지만 2월 하순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3월부터는 정부가 강력한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시행하면서 소비가 급격히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

1분기 전체 가계지출은 394만5000원이었으며, 그 가운데 소비지출액은 287만8000원으로 72.9%의 비중을 차지했다. 나머지 106만7000원(27.1%)은 세금·이자 등 비소비지출에 쓰였다.

항목별 소비지출을 살펴보면 코로나19로 인한 변화가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났다.

먼저 외식이 줄고 가정 내 식사가 늘면서 식료품·비주류음료의 소비는 44만5000원으로 10.5% 증가해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곡물가공품(24.2%)과 채소·채소가공품(23.2%), 육류(13.6%) 소비도 급격히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보건 지출도 27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했다. 마스크 구입으로 의료용소모품(131.8%) 지출이 크게 늘었으며, 입원서비스도 40.1% 증가했다.

교통비 지출은 34만2000원으로 4.3% 증가했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대중교통 이용(15.6%)은 감소한 반면, 연초 개별소비세 인하와 완성차 업계의 잇따른 신차 출시가 맞물리면서 자동차 구입 지출은 20.2%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여행이나 레저, 문화생활 등이 줄면서 관련 부문의 지출이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락·문화 지출은 18만1000원으로 25.6% 감소했다. 국내·외 단체여행, 공연·극장 등 이용 감소로 단체여행비, 문화서비스 지출은 각각 51.9%, 16.4% 줄었다.

학원 운영이 중단되고, 개학이 늦춰지면서 학원·보습교육(-26.6%)과 정규교육(-23.7%) 지출이 각각 줄었다. 이로 인해 전체 교육 지출은 26만4000원으로 26.3%나 감소했다.

외식이나 유흥에 들어가는 지출도 11.3% 줄고, 숙박비 지출도 7.6% 감소하는 등 음식·숙박 지출은 35만원으로 11.2% 하락했다.

설 연휴와 신학기를 앞두고 의류·신발 지출이 늘었던 과거과 달리 가구당 11만9000원으로 28.0% 줄었다. 의류, 교복, 운동화 등 소비 감소로 직물 및 외의, 신발 지출이 각각 29.1%, 30.7% 감소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코로나19 영향은 항목마다 다르지만, 비교적 분명하게 관측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소비지출 부문에서 우선적으로 반영돼 음식·숙박, 교육 항목의 지출이 매우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분기 가구당 명목 월평균 소득은 535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에 그쳤다. 근로소득(1.8%)과 사업소득(2.2%)이 소폭 증가하고, 공적연금 등 이전소득(4.7%)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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