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박현 기자]쿠팡이 경기도 부천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 일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된 상황에서도 해당 물류센터 업무를 강행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쿠팡은 방역당국이 코로나 확진자 동선 확보에 따라 관련된 직원들에게 자가격리 조치를 내린 이튿날 오히려 출근 가능 여부를 묻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직원들에게 보냈다가 확진자가 추가로 발견되자 해당 물류센터 폐쇄를 결정해 늑장 대응 시비를 초래한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87번째 확진자인 30대 A씨는 일일 근무자만 1300명에 달하며 3교대 근무가 이뤄지는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출고 업무를 담당했다. A씨는 지난 20일 코로나19 증상을 나타낸 후 23일 부천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았으며, 24일 확진 판정을 받고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에 A씨 동선과 신상을 확보한 방역당국은 24일 밤 11시경 해당 확진자와 사전에 접촉하거나 동선과 연관된 것으로 파악되는 쿠팡 직원들에게 “본 문자를 받은 쿠팡 직원은 자가격리 대상”이라며 “내일 오전에 연락할 예정이니 출근 금지, 자가격리를 바란다”는 내용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부천시에 따르면 A씨의 접촉자로 분류된 물류센터 직원은 200여 명에 달한다.

이러한 방역당국의 조처를 접한 직원들은 회사 측에 연락을 취했지만, 회사 측은 25일 오전 직원들에게 “금일 중간조 출근 가능하신 분은 ‘금일 가능’ 문자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지메시지를 보냈다. 전날 직원들 가운데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음에도 물류센터 업무를 이어가려 한 것으로 판단되는 대목이다. 이후 같은 센터 직원 2명에게서 추가로 양성반응이 나오자 쿠팡은 비로소 해당 물류센터 폐쇄 조치를 내렸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주문에서 배송까지 전 과정을 거쳐 바이러스 확산을 체계적으로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부천 물류센터는 지난 3월 2일 오픈한 이후 지금까지 85일간 매일 2회, 170회 이상 전문방역 등을 진행해왔으며, 이를 포함한 전국 모든 물류센터에 열감지기를 설치해 감염증상이 있는 직원의 출입을 걸러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해당 사업장에서 철저하게 방역을 펼쳐왔기 때문에 안전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확진자 발생으로 방역당국이 직접적으로 자가격리 조치를 내렸음에도, 회사 측이 이를 즉각 수용하기보다 오히려 출근 여부를 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쿠팡은 25일 부천 물류센터를 자체 폐쇄한 이후 고객 안전을 위해 보건당국과 전문가가 권하는 가장 강력한 방역조치에 들어갔다고 26일 밝혔다. 쿠팡은 앞으로 해당 물류센터에 대해 추가 방역을 실시하고,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에 대해 전수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쿠팡은 향후 부천 물류센터의 안전이 완전히 확보될 때까지 운영을 중단할 예정이다. 해당 기간 동안 부천 물류센터가 아닌 다른 물류센터를 통해 배송이 이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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