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댄 스트레일리, 두산 베어스 이영하, SK와이번스 하재훈. (사진=롯데 자이언츠, 뉴시스)
롯데 자이언츠 댄 스트레일리, 두산 베어스 이영하, SK와이번스 하재훈. (사진=롯데 자이언츠, 뉴시스)

[뉴시안= 기영노 편집위원]프로야구는 투수놀음이다.
투수가 부진하면 그 팀 성적이 좋을 수가 없다. 더구나 믿었던 투수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감독으로서는 별로 대책이 없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댄 스트레일리 투수는 불운, 두산 베어스 이영하 투수는 부진, 그리고 SK와이번스 마무리 하재훈 투수는 마운드에 아예 불을 지르고 2군으로 내려갔다.

댄 스트레일리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거급

“어휴! 저 공을 어떻게 쳐요?”
롯데 자이언츠 댄 스트레일리의 체인지업이 타자 앞에서 마치 폭포수처럼 뚝 떨어지면서 들어오는 것을 보고 경기를 지켜보던 해설위원이 탄성을 질렀다. 우완투수인 스트레일리의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거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보고 있는 것처럼 잘 떨어진다.

지난 18일 고척돔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 대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롯데 선발 댄 스트레일리는 특유의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8이닝 동안 탈삼진 12개를 빼앗으며, 3피안타 2 실점으로 호투했다.

스트레일리는 2회말 김하성과 허정협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처한 1사 2, 3루 위기에서 전병우 타석 때 폭투가 나와 1점을 빼앗겼고, 또 다시 희생플라이로 실점을 했을 뿐 완벽한 피칭을 했다. 롯데는 6회와 9회에 각각 1점씩을 따라붙어 2대 2 상황에서 10회말 키움 주효상 선수의 끝내기 안타를 얻어맞아 2대 3으로 패했다.

스트레일리는 최근 5게임에서 방어율 1.07의 압도적인 피칭을 하고도 승패가 없다. 모두 노 디시전이다. 스트레일리는 23일 현재 탈삼진 1위(62개), 방어율 3위(2.08), WHIP(이닝당 출루 허용) 1.01로 3위, 투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높을수록 좋다) 2.50으로 2위, 이닝 소화(55 와 3분 2이닝) 2위 등 다승 부문만 빼놓고 투수 개인타이틀 부문 모두 5 위 이내에 들어 있다.

그런데 겨우 1승 2패, 방어율 2.08이다. 정상적으로 타선 지원을 받았다면, 5승 이상을 했을 것이다. 엄청난 불운이 아닐 수 없다.

2019 이영하, 2020 구창모

2020 히트상품이 구창모(NC)라면, 2019 최대 히트상품은 이영하(두산)였다.

두산 베어스 이영하 투수는 2019년을 최고의 한 해로 보냈다. 17승 4패(3.64)로 다승 2위를 차지했고,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았다. 군대 문제도 해결(보충역에서 전시 근로역으로 병역처분 변경)됐고, 결혼까지 했다. 이제는 20승을 올리는 일만 남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영하는 6월 23일 현재 1승 3패, 방어율 6.23으로 규정투구횟수(자신이 던진 이닝 수가 팀의 게임수를 넘을 때 충족)를 넘은 투수 가운데 방어율이 가장 좋지 않다.

지난 6월 19일 잠실 LG트윈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서 타선의 엄청난 지원을 받아 2승을 올리기 직전에 강판당했다. 팀 타선이 2회까지 무려 13점을 지원했으니, 이제 승리투수가 되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였다. 그러나 이영하는 팀이 15대 7로 앞선 4회말 2사 2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김태형 감독이 3과 ⅔이닝 동안 91구를 던지며 9피안타 7실점으로 난타당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영하는 6월 11일 창원 NC다이노스 원정경기에서도 5와 ⅔이닝 7실점(홈런 1개 포함 14피안타)으로 부진, 2경기 연속 7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지난 5월 6일 LG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와 6과 ⅓이닝 5안타(3볼넷) 2실점(1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된 이후, 7경기에서 1승도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날 경기도 LG 임시선발 송은범이 3회 홈런 1개 포함 7개의 집중안타를 얻어맞아 5실점을 당하는 바람에 이길 수가 있었다.

이영하의 구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마운드에서 생각이 많고 자꾸 얻어맞다 보니 자신감을 잃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영하는 지난 2018년 승부조작 제의를 받았지만 곧바로 구단에 신고했고, KBO로부터 받은 (승부조작을 신고해 사전에 막은 데 따른)포상금 5000만 원(당시 연봉은 4200만 원)을 어려운 이웃과 모교에 기부해 미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었다.

하재훈 부진, 정신적인 문제일까

SK와이번스 마무리 투수 하재훈의 부진이 심각하다. 지난해 35세이브를 기록, 팀 타선 부진 속에서도 두산 베어스와 공동 1위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그러나 올 시즌 13경기에 출전해 1승 1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7.62의 부진한 성적으로 22일 2군으로 떨어졌다. 13이닝을 던지는 동안 19안타를 얻어맞고 볼넷을 8개나 허용했다.

지난 시즌 61경기에서 단 1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었는데, 올해엔 초반 13경기에서 블론세이브를 6개나 범하면서 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하재훈은 2008년 마산 용마고를 나와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투수가 아닌 타자 즉, 포수나 외야수였다. 이어 트리플 A 무대까지 밟으며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지만. 결국 트리플 A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후 귀국한 하재훈은 2018년 8월 열린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SK와이번스 팀에 입단했다. SK는 하재훈을 타자보다는 투수로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한 하재훈은 그 해 시즌 SK의 마무리캠프부터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리면서 가능성을 보였다. 이듬해 하재훈은 SK 뒷문을 든든하게 지키면서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써나갔다.

이제 프로야구는 35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 체력싸움으로 돌입했다. 롯데와 두산은 각각 댄 스트레일리와 이영하의 2승, SK는 하재훈의 마무리 복귀가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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