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제70주년 행사에 참석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제70주년 행사에 참석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김동용 기자] 6·25 전쟁에 참전했던 국군 전사자 유해 147구가 70년 만에 조국의 품에 안겼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25일 저녁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 격납고에서 열린 6·25 전쟁 70주년 행사(영웅에게, 영웅에 대한 경례)에 참석해 6·25 영웅들의 유해를 직접 맞이했다. 

문 대통령이 6·25 전쟁 행사에 참석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2000년 50주년 행사)과 이명박 전 대통령(2010년 60주년 행사)에 이어 세 번째다. 

이날 봉환된 국군 전사자 유해 147구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를 떠나 공군 공중급유기에 안치됐다. 모두 1990년대 북한에서 발굴된 뒤 2018년 미국으로 옮겨졌다가 신원확인을 거쳐 국군 전사자로 판명된 유해들이다. 이 중 7구는 장진호 전투 전사자로 확인됐다. 

국군 전사자 유해 147구와 국내에서 발굴된 미군 유해 6구는 가수 윤도현 씨가 부르는 '늙은 군인의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영현단에 안치됐다. 

문 대통령과 행사 참석자들이 묵념 할 때는 조포 21발이 발사됐다. 조포 21발은 국가원수급에 해당하는 예우다. 

문 대통령은 박삼득 국가보훈처장,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등과 함께 국군 및 미군 전사자 유해 13구에 참전 기장도 수여했다. 

헌정사를 낭독한 배우 유승호 씨는 "당신의 어머니가 당신을 단 한순간도 잊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도 영원히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추모했다. 행사 진행을 맡은 배우 최수종 씨는 헌정사 를 들으며 울먹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전쟁을 겪은 부모세대와 새로운 70년을 열어 갈 후세들 모두에게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는 반드시 이뤄야 할 책무이며 8000만 겨례 모두의 숙원"이라며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 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 체제 경쟁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며 "우리의 체제를 북한에 강요할 생각도 없고, 평화를 추구하며 함께 잘 살고자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통일을 말하기 이전에 먼저 사이좋은 이웃이 되길 바란다"며 "통일을 말하려면 먼저 평화를 이뤄야 하고, 평화가 오래 이어진 후에야 비로소 통일의 문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 군은 어떤 위협도 막아낼 힘이 있다"며 "우리는 두 번 다시 단 한뼘의 영토, 영해, 영공도 침탈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6·25 전쟁에 참전했던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터키, 호주, 독일 등 22개국 정상들도 영웅들의 희생을 기리는 영상 메시지를 보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에서 "6·25 전쟁 70주년을 맞아 공산주의를 막아내기 위해 용감하게 싸운 모든 분께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며 "여러분은 매우 특별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6·25 전쟁 행사는 처음으로 해가 진 뒤 열렸다. 청와대는 무더위와 코로나로 거동이 어려운 고령층 참석자의 안전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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