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가 28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울산 현대와의 프로축구 K리그 현대가(家) 더비 혈투에서 2-0으로 승리를 차지했다. (제공=프로축구연맹)
전북 현대가 28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울산 현대와의 프로축구 K리그 현대가(家) 더비 혈투에서 2-0으로 승리를 차지했다. (제공=프로축구연맹)

[뉴시안= 기영노 편집위원]울산 현대가 28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20 프로축구 K리그 9라운드 전북 현대와의 라이벌전에서 0-2로 패해 15년 만의 우승에 ‘빨간불’이 켜졌다.

울산 현대는 올 시즌 8경기(6승 2무)에서 무패 행진을 하다가 첫 패배를 당했고, 전북 현대는 2위 울산 현대에 승점 4점차(24-20)로 앞서 정규리그 우승에 청신호가 켜졌다.

울산 현대는 경기 전에 주장 신진호 선수가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 결국 부상으로 출전할 수 없어 김도훈 감독은 ‘플랜 B(이근호)’를 가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워낙 노련한 이근호 선수이기 때문에 측면에서 신진호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김기희의 퇴장이 결정타

그러나 김기희 선수의 퇴장은 결정적이었다. 전반 23분 울산의 중앙수비수 김기희가 김보경에 두 발을 들고 들어가는 반칙을 저질렀고, 심판은 VAR 판독 끝에 김기희를 퇴장시켰다.

김도훈 감독은 김기희의 퇴장으로 ‘플랜 C’를 들고 나와야 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를 내려 중앙수비수를 보게 했고, 전반 40분에는 이근호를 빼고 불투이스를 투입해야 했다. 전력이 비슷한 팀끼리의 경기에서 (퇴장으로) 숫자적으로 불리하면 정상적으로 경기를 운영하기 어렵다. 수비, 공격, 미드필드 다 부하가 걸리기 때문이다.

10명이 뛰던 울산이 전반 44분경 한교원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후반전 중반 이후 울산 선수들의 발이 전체적으로 무거워진 것은 김기희의 공백을 돌아가면서 메우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후반 막판에 쿠니모토에게 쐐기골을 얻어맞은 것도 울산 수비수들이 너무 많이 뛰어 발이 느려졌기 때문이다.

 

전반 23분 전북 현대 김보경에 거친 태클을 가한 울산 현대의 중앙수비수 김기희가 심판으로부터 레드카드를 받고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제공=프로축구연맹)
전반 23분 전북 현대 김보경에 거친 태클을 가한 울산 현대의 중앙수비수 김기희가 심판으로부터 레드카드를 받고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제공=프로축구연맹)

축구경기 ‘퇴장’은 백해무익(百害無益)

축구경기룰은 4명이 퇴장당할 때까지 (남은 7명)정상적인 경기로 본다. 그러나 5명이 퇴장을 당해 6명만 남을 경우, 경기를 중단하고 상대팀에게 2-0 의 승리를 선언한다.

그러나 이번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 전에서 나타났듯이 전력이 비슷한 팀끼리의 경기에서는 단 한 명만 퇴장을 당해도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올 시즌 전북 현대는 초반부터 유난히 퇴장 선수가 많이 나왔다. 수비수 홍정호, 공격수 조규성, 심지어는 모라이스 감독까지 무려 5명이나 퇴장을 당해 “전북 플레이가 너무 거칠어진 것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28일 전북-울산 전에서는 오히려 울산 김기희 선수의 퇴장으로 울산은 인저리 타임까지 70분 이상을 10명으로 싸워야 했다.

최근 유럽파들 가운데 손흥민, 이강인 등이 퇴장을 당해 국내 팬들의 아쉬움을 사기도 했는데, 한국 선수의 가장 인상적인 퇴장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첫 경기 멕시코 전 하석주의 퇴장이었다.

당시 하석주는 경기 시작 후 28분경 특유의 왼발 프리킥으로 멋진 선제골을 넣었다. 그러나 불과 3분 후 멕시코의 라몬 라미레스에게 백태클을 범하고 퇴장을 당해, 이후 한국은 10 명이 싸우느라 지친 나머지 후반전에 잇따라 3골을 허용하며 1-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그 후 하석주는 당시 차범근 감독에게 너무 미안한 나머지 축구행사 등에서 피해 다니다가 21년 만인 지난해 모 방송국 행사에서 만나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고, 차범근 감독은 하석주를 흔쾌히 껴안아 주었다.

전북 현대, 프로축구 최초 4연패 가능성 높아져

2020 프로축구는 뚜껑을 열기 전부터 지난해 마지막 경기에서 전북 현대에 우승컵을 빼앗긴 울산 현대가 2005년 이후 15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느냐, 전북 현대가 프로축구 사상 최초로 4연패를 차지하느냐로 관심을 모았다.

프로축구는 1983년 출범한 이후 지난해까지 최다 연속 우승이 3연패였다. 성남 일화가 두 차례(1993~1995년, 2001~2003년) 달성한 적이 있고, 전북 현대가 2017 년부터 2019년까지 3연패를 이뤄냈다. 만약 올해 전북 현대가 우승을 차지하면 프로축구 사상 최초로 4연패를 차지해 그야말로 전북 현대 축구 왕국을 세우게 되는 것이다.

어제 전북 현대가 울산 현대에 2-0으로 완승을 거둠으로써 울산 현대의 15년 만의 우승보다 전북 현대가 4연패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28일 경기가 끝난 후 울산 김도훈 감독은 “축구는 변수의 스포츠”라면서 “10명이 싸우면서도 경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찬스를 만들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 끝까지 전북 현대를 물고 늘어지겠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축구는 발로 하기 때문에 변수가 많은 스포츠라고 하지만, 28일 경기에서 0-2로 완패한 울산 현대가 전북 현대를 따라잡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전북은 지난해 빠른 발로 팀의 공격을 이끌었던 히카루드 로페즈(중국 슈퍼리그 상하이 상강), 문선민(상주 상무)가 빠져나가 공격력이 무뎌졌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울산 전에서 골을 터뜨린 전북의 양쪽 날개 한교원, 쿠니모토 다카히로 선수가 앞으로 두 선수(로페즈, 문선민)의 공백을 충분히 메워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팀 간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은 3개월 후인 오는 9월 26일(토) 오후 7시 전북 현대 홈구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질 예정이다.

울산, 복귀하는 유상철 감독 만나

프로축구 7월 첫 주 10라운드 경기는 췌장암 4기를 극복하고 현장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인천 유나이티드 유상철 감독이 가장 큰 화제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은 임완섭 감독이 팀 성적 부진(2무 7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28일 사퇴했다. 인천은 그동안 후임 감독을 고민하다가 의사로부터 (현장으로) 복귀해도 좋다는 진단을 받은 유상철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기로 했다고 한다.

만약 유상철 감독이 정상적으로 복귀한다면 7월 4일(토) 오후 6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28일 전북 현대에 0-2로 완패를 당해 체면을 구긴 울산 현대와 만나게 된다. 유상철 감독의 복귀전 첫 경기부터 가혹한 시련을 맡게 되는 것이다.

한편, 전북 현대는 7월 5일(일) 저녁 7시 상주시민구장에서 5승 2무 2패(승점 17점)로 3위로 뛰어오른 상무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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