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홍콩의 상징인 빅토리아 항구의 스카이라인에 해가 지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지난달 29일 홍콩의 상징인 빅토리아 항구의 스카이라인에 해가 지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뉴시안=박재형 기자] 홍콩보안법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홍콩 특별 지위 박탈로 양국 간 갈등이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미중 무역분쟁이 한층 격화될 경우 홍콩에 법인을 둔 국내 기업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현재 자산이 5조 원 이상인 국내 64개 대기업 집단이 홍콩에 둔 법인이 170곳이고 이중 절반가량이 상위 10대 그룹의 법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홍콩을 기반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기업들은 사업계획 등에 새로운 변수가 생긴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들 기업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피하기 위해 국내로 탈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가 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 집단 64개를 대상으로 홍콩 법인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총 170곳 중 48.8%인 83곳은 10대 그룹의 법인이다.

64개 대기업 그룹 중 38개 그룹이 홍콩에 법인을 1곳 이상 두고 있다. 그중에서도 홍콩 소재 법인이 10개 이상인 그룹은 SK(44곳), 롯데(18곳), CJ(17곳), 삼성(13곳) 등이다.

네이버는 홍콩 법인 7곳, 효성은 6곳, 코오롱·이랜드·셀트리온·장금상선 그룹 등은 4곳으로 파악됐다.

한진·두산·OCI·아모레퍼시픽은 3곳을, LG·한화·금호아시아나·넷마블·다우키움·유진 그룹 등은 2곳을 두고 있다.

국내 그룹이 홍콩에 둔 법인은 일반 제조·판매업 보다는 투자관리, 특수목적법인(SPC), 기타 금융업 등을 목적으로 세운 것이 다수다.

홍콩 법인이 가장 많은 SK그룹의 경우 44곳 중 30곳이 투자관리, SPC, 금융업 등 회사였다. 롯데도 18곳 중 절반이 금융·관리업종 법인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경우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운영하는 미국 하만 인터내셔널 인더스트리즈가 독일, 헝가리, 네덜란드에 있는 법인을 거쳐 홍콩에 ‘하만 홀딩 리미티드’라는 법인을 뒀다. 이 하만 홀딩 리미티드는 중국에 ‘하만 인터내셔널(차이나) 홀딩스’를 뒀고, 이 중국 법인이 다시 중국 내 하만 관련 3개 법인을 뒀다.

64개 그룹 중 금융그룹인 IMM인베스트는 홍콩법인 5곳, 미래에셋은 4곳을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이 지분 60%를 보유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홍콩에 특수목적법인 ‘미래에셋 글로벌 이티에프스 홀딩스’, ‘미래에셋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등 두 회사를 두고 있다.

또 미래에셋 글로벌 인베스트먼트는 ‘맵스 캐피탈 매니지먼트’라는 투자 회사를 운영하고, 미래에셋대우는 ‘미래에셋 시큐리티즈’라는 법인을 운영한다.

특히 미래에셋그룹은 홍콩을 거점으로 해외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미중 갈등이 새로운 변수가 된 셈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단기적인 영향은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 국내 기업이 홍콩에 법인을 둘 유인이 떨어져 장기적으로 다른 국가로 법인을 이전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법인 이전 국가와 해외법인 지배구조 등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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