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일본 도쿄 소재 한 절에서 칠월칠석(타나바나)을 맞아 시민들이 소원을 종이에 적어 대나무 장식에 묶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7일 일본 도쿄 소재 한 절에서 칠월칠석(타나바나)을 맞아 시민들이 소원을 종이에 적어 대나무 장식에 묶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박재형 기자] 일본 정부가 자국의 조선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거액의 금융을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움직임은 한국 정부의 조선산업 육성 정책을 시장경쟁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것과 배치되는 행보로 볼 수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27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연내 시행을 목표로 금융지원을 골자로 하는 조선산업 육성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새 제도의 핵심은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 등을 운영하는 해운회사가 해외에 설립하는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일본 조선업체의 선박을 구매토록 지원하는 것이다.

지원액은 건당 수백억엔(수천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제도를 활용해 세계 조선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한국과 중국에 대항해 자국의 조선산업 기반을 지키면서 해상수송 능력도 키운다는 방침이다.

SPC를 대상으로 하는 일본 정부의 금융지원은 정부계 금융기관이 주도한다.

일본정책투자은행(DBJ)이 SPC에 돈을 빌려주는 민간은행에 공적보증을 제공토록 하고, 국제협력은행(JBIC, 한국의 수출입은행 기능 수행)은 SPC에 직접 대출토록 하는 등 정부계 금융기관을 앞세운 자금지원 방법이 활용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SPC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하면 해운업체가 SPC 측에 지불하는 용선 비용이 낮아져 결과적으로 자국 내 선박 조달 시장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한국 정부의 조선산업 육성 정책을 시장경쟁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것과 배치되는 행보로 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2018년 11월 한국 정부가 경영난에 빠진 대형 조선업체에 약 1조2천억엔 규모의 금융지원 등을 통해 시장경쟁을 왜곡하고 있다며 WTO 분쟁해결 절차 상의 양자 협의를 요구했다.

이 요구에 따라 한 달 만에 서울에서 열린 양자 협의는 한국 정부가 조선산업 구조조정은 정당한 정책 집행으로 WTO 규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 결렬됐다.

일본 정부는 이후 재판의 1심에 해당하는 패널(분쟁처리소위원회) 구성을 요구할 수 있었지만 1년 넘게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올해 1월 양자 협의 카드를 다시 내밀어 한국의 조선산업 육성 정책을 견제하기 위한 제소 절차를 되살려 놓은 상태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이대로 가면 일본 조선업이 소멸할 수도 있어 WTO 협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정부가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고 금융지원 방침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일본 조선업계는 2015년 32%에서 2019년에는 16%로 신조선 수주 점유율이 4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가격경쟁 등에서 밀리면서 세계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해운회사의 국내 조선사 대상 발주 비율은 1996~2000년의 94%에서 2014~2018년에는 75% 수준으로 낮아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금융지원에 나서기로 한 배경에는 이런 흐름을 막아 조선산업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정책 의지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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