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창원공장 직원이 엔진 조립라인에서 일하고 있다.(사진제공=쌍용자동차)
쌍용차 창원공장 직원이 엔진 조립라인에서 일하고 있다.(사진제공=쌍용자동차)

[뉴시안=손진석 기자]자동차 관련 산업에 대한 환경규제가 매해 엄격해지면서 자동차 업계가 감당해야 될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각국의 최고 수준의 규제만을 선택적으로 도입함으로써 국내 업계는 세계 최고의 환경규제 부담을 감당해야할 상황에 처해있다.

환경부는 최근 2021년 이후의 자동차 이산화탄소 기준설정, 저‧무공해차 판매 의무제 도입에 따른 패널티 신설, 자동차업종의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업종 전환, 내연기관 판매금지 추진 등 추가적 환경규제 강화를 추진중이다.

현재 국내 자동차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자동차시장 수요위축, 국내 완성차 및 부품업계 유동성 위기와 경영난 가중 등으로 33조 원 이상의 유동성 부족에 직면해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완성차 및 부품 업체들의 생산‧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감소했다. 내수는 5.9%로 소폭 증가했으나, 수출 –37.4%, 생산 –19.8%로 대폭 감소했고, 부품 수출액은 –28.4% 감소했다. 특히 부품업체는 경영악화로 도산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어 국내 공급망 붕괴도 우려되고 있다.

글로벌 전망 업체인 무디스와 S&P, iHS 마켓 등은 2021년에도 자동차 수요가 12~15%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내년 이후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장기 경기침체에 대비해야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유럽·중국 등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환경 규제에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수요 급감과 구조 조정을 진행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일부 환경규제를 완화해 기업들의 생존을 돕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달 말경에 2021년부터 2026년형 승용차와 경트럭의 배출가스 개선 기준 목표치를 매년 1.5%로 제시하며, 2012년 기후 변화 대응 차원에서 설정한 연평균 연비 개선율 5%에서 완화했다. 더불어 연비 수준도 2026년까지 자동차 제조사들은 54.5마일(ℓ당 23.2㎞)에서 40.4마일(ℓ당 17.2㎞)로 수정 발표했다.

친환경 규제에 엄격한 EU(유럽연합)도 규제를 다소 완화할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4주 가동 중단 및 소비 축소 등으로 발생한 매출 감소로 인해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은 유동성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부채비율과 재고비율이 다른 국가 제조사보다 높아 이를 EU는 외면하기 어렵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유럽자동차제조업체협회(ACEA)와 유럽자동차부품공업협회, 유럽딜러협회 등은 EU에 자동차 1대당 이산화탄소 연평균배출량을 95g/㎞로 제한하는 규정을 완화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EU는 2021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기존 ㎞당 130g에서 95g으로 27% 강화하라는 정책을 내 놨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자동차 제조사는 1g 초과 시 95유로의 벌금을 지급해야 한다.

주요국 환경규제 비교(자료제공=한국자동차산업협회)
주요국 환경규제 비교(자료제공=한국자동차산업협회)

우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환경규제는 현재도 중복적 규제 등으로 연간 최대 2조원까지 규제부담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산업생태계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해 글로벌 경쟁력 약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정부의 환경규제는 이미 세계 최고수준의 자동차 이산화탄소 기준이다. 올해에만 국내 완성차 5사 기준 3700억 원의 과징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강화된 환경 규제는 2050 장기 저탄소발전전략(LEDS), 국가기후환경회의 내연기관 판매금지 선언 검토 등 규제 위주의 급격한 친환경차 보급정책으로 내연기관 중심의 국내 자동차업계는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 졌다.

이러한 환경부의 급격한 친환경차 보급 정책에 대해 업계는 “상업성이 부족한 친환경차 판매를 자동차 제작사에게 의무화하고 있다”고 불편함을 호소하며 “저·무공해차 보급목표제를 통해 친환경차 보급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환경부의 실적 채우기”라고 토로했다.

한국자동차산업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친환경차판매의무제가 시행될 경우 의무비율 10% 적용시 국내 완성차업계 매출이 1조4500억 원 감소하게 된다. 한편, 대기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질소산화물 배출부과금, 배출방지 시설 추가설치, 자가측정시설 증가 등으로 자동차 완성차공장의 경우도 2020~2022년까지 3년간 약 260억 원의 비용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자동차 업계는 환경규제 완화를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 제조사‧부품업계는 재정 부담과 위험이 커져있는 상태로 여기에 탄소배출 규제가 더해지면 생존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지원이 절실한 시점에 기존 환경규제 부담에 더해 자동차업종을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대상 업종으로 추가하는 경우 자동차 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3기(2021년~2025년) 할당기간 동안 최대 2000억 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발생하게 된다”며 “자동차업종은 온실가스 감축에 한계가 있어 유상할당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부담이 고스란히 비용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생산 공장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97%가 생산과정 중 에너지 사용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업체가 이미 고효율 제품을 사용하고 있고 감축량이 미미해 감축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자동차업종을 유상할당 대상 업종으로 확대할 경우 미국, 일본, 중국 등 경쟁국들이 시행하지 않고 있는 배출권 거래제의 부담으로 경쟁력 악화와 고용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내 자동차 제작사들은 생산비용 증가로 국내 생산량은 지속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외생산은 증대해 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출권거래제 규제 강화가 국내 생산 감소를 가속화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본사로부터 매번 생산물량을 배정받는 GM‧르노 등 외투기업은 추가 물량 배정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배출권 거래제는 세계 10대 자동차 제조국 중 EU와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시행 중에 있다. 우리나라는 유럽과 달리 간접배출(전력 소비)을 배출권거래제 대상에 포함하고 있으며, 배출권 가격도 높아 유럽보다도 규제부담이 높다.

김준규 상무는 “새로운 환경규제 도입은 한시적으로 연기해가면서 기존 환경규제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정책 추진 필요해 보인다”며 “특히, 코로나19 등의 상황에서 기업 생존을 우선시할 필요가 있어 배출권거래제의 무상할당 기준을 현행수준으로 유지해 추가적 규제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해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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