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지난 5월 서울 중구 한국 지사에 미중 갈등으로 개소식 연기 가능성도 점쳐졌던 5G 오픈 랩을 개소했다. (사진=뉴시스)
중국 화웨이가 지난 5월 서울 중구 한국 지사에 미중 갈등으로 개소식 연기 가능성도 점쳐졌던 5G 오픈 랩을 개소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조현선 기자]미국이 화웨이를 겨냥한 3차 제재안을 발표하면서,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칠 영향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미국은 전세계 21개국에 있는 화웨이 관련업체 38곳을 거래제한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이로써 제재 대상 화웨이 관련사는 모두 152개가 됐다. 특히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기술이 화웨이와 그 계열사가 생산·구매·주문하는 '부품'과 '장비'에 사용되는 모든 거래에 대해 제재가 적용된다.

전문가들은 두번째 제재의 조건이었던 '화웨이가 설계한' 이라는 문구가 사라진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화웨이가 설계하지 않아도 화웨이에 공급되는 모든 반도체에 대해 미국의 기술이 사용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제재안이 발표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제재로 인한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장비가 생각보다 더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어느 회사에서도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기가 힘들게 된 상황이다. 반면 화웨이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막대한 반도체 재고를 쌓아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단기적 사업 차질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2019년 화웨이의 반도체 구매액은 208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애플(361억달러)과 삼성전자(334억달러) 다음으로 많은 양이다. '큰손' 중 하나의 발이 묶이면서 당장 올해 하반기 반도체 수요에는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화웨이는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최대 고객 중 하나로, 화웨이가 지난해 한국 기업으로부터 사들인 부품은 약 13조원 규모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화웨이 매출 비중은 3%대, SK하이닉스의 비중은 10%가 넘어선다.

이번 미국 3차 제재에 국내 반도체도  포함되는지는 명확하게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형 고객사를 잃을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매출 중 10% 이상을 화웨이가 차지하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는 하이엔드 스마트폰 생산이 어려워지면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주문도 덩달아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 왔다.

다만 삼성전자는 통신장비 시장 등 반도체 외의 분야에서 화웨이의 부진에 따른 점유율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화웨이에 메모리 반도체를 팔지 못하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어느정도 타격을 볼 수 있다"면서도 "결국 장기적으론 화웨이가 빠진 자리를 다른 다양한 고객사들이 채우며 수요와 공급이 재편될 것”이라며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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