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사진=뉴시스)

[뉴시안= 정영일 부국장]최근 한반도를 관통한 제8호 태풍 ‘바비’와 관련해 ‘역대급’이라는 보도가 난무했다. 물론 철저하게 대응하고 주의를 한 것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 없이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기상청의 이번 바비 태풍의 위력에 대한 설명이 절반정도만 맞춘 결과여서 ‘호들갑만 떨었다’는 비아냥을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상예보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이미 마지노선을 넘은 상황이다. 여기에는 정부, 정확하게 말하면 기상청의 초라한 성적표가 근거가 된다.   

3년 전인 2017년 8월, 감사원이 기상청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기상청이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한 5193회 중 실제 비가 온 경우는 3228회(62%)에 불과했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없었는데 내린 경우는 1808회였다. 

게다가 강수 유무 ‘적중률’은 2012년 47.7%에서 2016년 45.2%로 떨어졌다. 이는 기상청이 공개해온 강수 예보 ‘정확도’와는 차이가 크다.

기상청은 그동안 비가 온다고 예보해 실제 비가 내린 경우뿐 아니라 비가 오지 않는다고 예보해 비가 내리지 않은 날도 포함해 정확도가 90%대라고 주장해온 것과는 큰차이를 보였다. 

특히 기상청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기상예측을 선진화한다면서 슈퍼컴퓨터와 수치예보 프로그램 개선에 1192억 원의 귀중한 혈세를 사용했다. 그런데도 예상 일기도의 정확도는 1.39% 떨어진 것이어서 비난의 표적이 됐다. 

2010년 6월 1700여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기상위성인 천리안 1호를 발사됐지만 위성이 보내오는 수많은 자료 가운데 한반도(국지) 예보에 적용하는 기술 개발은 2013년 4월에야 시작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정 착오를 저질렀다.

기상행정의 안일함은 기상청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에서도 일어났다.

정부가 독일 업체와 강우레이더 시스템 계약을 맺은 뒤 공급기일을 늦추도록 해 해당 회사에서는 사실상 손해가 발생했는데도 이를 주지않고 뻐팅기다가 소송에서 패소해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독일 레오나르도 저머니 게엠바하(LEONARDO Germany GmbH)가 정부를 상대로 낸 대금지급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판결로 정부는 이 업체에 약 5억5000만 원의 대금을 지급하게 됐다.

게엠바하는 독일의 기상 및 전기통신 제품 제조업체로 지난 2009년과 2010년 우리 정부와 강우레이더 시스템 공급계약을 맺었다. 당시 정부 요청으로 공급기일이 늦춰져 게엠바하 측은 추가 비용을 지출했는데, 이를 우리 정부가 지급해야 한다며 약 83만6000유로(청구 당시 11억여 원)를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각 공급계약의 물품 공급기일이 연기됨에 따라 게엠바하가 제1차 공급계약 관련 계약이행 보증증서 비용 약 4699유로를 추가로 지출했다"면서 "제2차 공급계약 관련 선급금 비용 약 3만4574유로를 추가로 지출한 사실이 인정된다"라고 판결했다.

다만 게엠바하가 추가로 지출했다고 주장하는 일부 비용은 인정할 수 없다며 우리 정부에 약 3만9000유로의 대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게엠바하가 추가로 지출한 금융비용도 정부가 공급기일 연기를 요청해 발생한 것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1차 공급계약에서 발생한 2만5927유로, 2차 공급계약에서 지출된 16만3367유로를 정부가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 계약이행 보증비용, 선급금 비용, 보험비용, 서비스 비용 등을 더해 모두 약 39만4800유로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대법원도 게엠바하와 정부 사이에 공급 계약기간을 추가로 연기하는 경우에도 금액을 추가해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지만, 이는 옛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단에 옛 국가계약법 시행령에서 정한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 또는 처분문서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날씨는 개인은 물론 사업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또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도 직결되는 중대 사항이다.

그런데도 당장 몇일 앞의 기상예보조차 절반 이하로 맞추는 관절염 환자보다 못한 기상청의 원시적인 기상 행정과 대한민국의 이름을 걸고 다른 나라 기업과 계약을 하면서 착오를 일으키고 부끄러운줄 모르는 소송전을 벌이는 작태의 탁상행정은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하면 국민 혈세가 누수되는 일이 없도록 감독 기관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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