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본입찰이 진행된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로비에 전시된 모형 항공기 뒤로 승무원들이 지나가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로비에 전시된 모형 항공기 (사진=뉴시스)

[뉴시안= 손진석 기자]아시아나항공이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에 버림받는 상황이 됐다. HDC현산은 지난 2일 산업은행에 ‘12주의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정작 산업은행 인수 절차 진행에 대한 의사를 물었지만 해당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산업과 HDC현산 양 계약 당사자가 ‘결렬’을 아직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마무리 수순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사는 지난해 12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후 9개월 만에 결렬 수순에 접어들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후 12월에 금호산업과 2조5000억원에 SPA를 체결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작업은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올해 4월 운영자금 1조7000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이에 대해 HDC현산은 자신들의 동의 없이 자금 지원이 집행된 것과 회계 관리 부실을 문제 삼아 채권단과 금호산업에 재실사를 요청하면서 인수 협상이 지연되어 왔다.

이에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재실사를 통해 현상 지연을 시키려는 의도를 HDC현산에 인수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고 다음 주 초 HDC현산에 거래 종결을 공식 통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인수 협상이 지연되자 이를 중재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만나 인수가를 1조여원 줄여주겠다는 제안을 했고, 이달 초까지 인수 여부에 대한 확답을 요구했었다. 이에 HDC현산은 지난 2일 재실사를 먼저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답을 내놨다. 

한편, 채권단은 HDC현산과 최종 의사를 확인한 후 플랜B인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을 받아 채권단 관리체제로 들어갈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이 불투명해 경영정상화를 위해 다음 주 최대 2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을 산업은행 주도 관리체제에 편입시킨 뒤 시장 상황에 따라 재매각을 할 예정이다.

이번에 아시아나항공에 기안기금이 지원되면 지난 2010년 초 경영위기로 산업은행 채권단의 관리를 받아 오다 2014년 12월 벗어난 후 6년만에 다시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된다. 

항공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 관리하에 들어가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8000억원 상당의 영구채의 주식 전환에 대한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37%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하게 되어 최대주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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