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10년 만기 美 달러화 표시 채권 6억2500만 달러와 5년 만기 유로화 표시 채권 7억 유로의 외평채를 발행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10년 만기 美 달러화 표시 채권 6억2500만 달러와 5년 만기 유로화 표시 채권 7억 유로의 외평채를 발행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박현 기자]정부가 약 14억5000만 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이하 외평채)을 역대 최저 금리로 발행했다.

기획재정부는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10년 만기 美 달러화 표시 채권 6억2500만 달러와 5년 만기 유로화 표시 채권 7억 유로의 외평채를 발행했다고 10일 뉴시스가 전했다. 특히 유로화 표시 외평채는 2014년 6월 이후 약 6년 만에 발행된 것이다.

외평채는 외국환평형기금이 외화 조달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발행자금은 기금에 귀속되며 외환보유액으로 운용된다.

특히 이번에 발행된 외평채의 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5년 만기 유로화 표시 외평채의 발행금리는 역대 최저인 –0.059%로 비유럽 국가의 유로화 표시 국채 중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 채권으로 발행됐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은 채권을 액면가액 이상으로 발행할 경우, 마이너스 금리에 해당하는 이자만큼 프리미엄(발행가액-액면가액)을 받은 후 수취 만기에는 액면가액만 상환하면 된다. 따라서 정부는 액면가액인 7억 유로보다 많은 7억200만 유로를 받은 뒤 만기에는 이자 없이 7억 유로만 상환하게 된다.

10년 만기 달러화 표시 외평채도 발행금리와 가산금리 모두 역대 최저 수준(10년 만기 기준)으로 발행됐다. 발행금리(1.198%)는 지표금리인 미국 국채금리 하락 등으로 과거 달러화 외평채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과거 10년 만기 달러화 외평채 발행 금리를 보면 2017년 2.871%, 2018년 3.572%, 지난해 2.677%에 달했다.

50bp(1bp=0.01%포인트)인 가산금리도 10년물 달러채 기준으로 2017년 55bp보다 낮아 역대 최저 수준이다. 2029년 만기 외평채 유통금리(61bp)보다도 11bp나 낮다. 가산금리는 지표금리 대비 발행자의 신용도에 따라 지급하는 금리로, 신용등급과 반비례한다. 이러한 역대 최저수준의 금리는 이번 외평채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높은 수요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부 측의 설명이다.

정부 측에 따르면 달러화·유로화 외평채 각각 최대 50억 달러, 50억 유로 이상의 투자자 주문이 접수돼 당초 예정(5억 달러·5억 유로)보다 발행 규모를 확대하게 됐다. 금리 조건이 최초 제시 조건 대비 하향 조정된 이후에도 최초 유효 주문은 최종 발행물량 대비 달러화는 5.8배, 유로화는 7.8배에 달했다.

또 전반적인 투자자 구성도 중앙은행·국부펀드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기존 한국물 투자가 많지 않았던 유럽·중동 투자자가 다수 참여하는 모습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미·중 갈등 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해외투자자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이번 외평채 발행으로 재확인했다는 점에 의의를 부여했다. 또 정부는 외평채 발행을 통해 외환보유액을 추가 확충함으로써 향후 금융·외환시장 불안에 대한 대응 여력을 강화하게 됐다.

또 정부는 외평채가 역대 최저 금리 수준으로 발행된 만큼, 앞으로 국내기업·금융기관의 해외채권 발행금리 하락, 해외차입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유로화 외평채가 발행돼 달러화에 집중된 외화 조달 창구가 향후 점진적으로 다변화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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