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에서 기자회견하는 옆으로 모니터에 '화웨이' 로고가 보이고 있다.(사진=AP/뉴시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에서 기자회견하는 옆으로 모니터에 '화웨이' 로고가 보이고 있다.(사진=AP/뉴시스)

[뉴시안=조현선 기자]중국 최대 통신장비·스마트폰 기업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초강력 제재가 15일(현지시간) 발효됐다. 사실상 화웨이의 반도체 수급로를 원천 차단하는 초강력 수준의 제재인 만큼,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화웨이 추가 제재안을 발표했다. 

당시 미국 상무부는 제3국 반도체 업체라도 미국의 소프트웨어와 기술·장비를 사용할 경우, 화웨이에 납품 전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공정 특성상 미국의 기술·장비 사용 없이 제품을 생산·검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국내 반도체 업체들도 화웨이와 거래를 이어가지 못하게 됐다. 

타 업체들은 미국 상무부에 특별허가를 신청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승인 가능성이 극히 적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화웨이로 가는 수출로를 막은 셈이다. 

화웨이는 스마트폰을 비롯 통신 장비, 서버, 컴퓨터 등 사업 전반에서 필요한 반도체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마음이 급해진 모양이다.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화웨이로써는 최악의 경우 스마트폰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는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화웨이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올해 15.1% 수준에서 내년 4.3%까지 폭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약 10% 가까이 떨어지는 셈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화웨이에 반도체 등을 공급해 왔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이 거래처 다변화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15일부로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사실상 중단한다. 

삼성전자는 5대 공급사 중 한 곳인 화웨이와의 모든 신규 거래를 중단할 방침이며, SK하이닉스는 전날인 14일까지만 화웨이에 D램·낸드플래시 등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화웨이는 메모리 사업부의 큰 매출처이긴 하나, 스마트폰 메모리는 화웨이를 대신해 많은 물량을 필요로 하는 제조사로 거래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이 오포(Oppo), 샤오미 등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는 중국 업체나 삼성전자로 옮겨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맞춤형 제품이 아닌 표준형 범용 제품을 납품해 온 만큼 화웨이를 대신할 고객사를 찾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오포 등 중국 내 제조사들이 하반기 스마트폰 생산량 목표치를 늘리는 등 화웨이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제재가 삼성전자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글로벌 5G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인 만큼 반도체 외의 분야에서 반사 이익을 볼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매출 중 10% 이상을 화웨이가 차지하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마찬가지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화웨이에 공급해 온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패널 공급을 15일부로 중단한다. 미국의 추가 제재 대상에 디스플레이를 구동하는 칩도 포함되면서 패널 업체도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미국 상무부에 화웨이 수출에 관한 특별허가를 신청했다. 허가가 떨어질 경우 예외적으로 화웨이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으나, 현재 미 정부의 제재 의지를 고려했을 때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LG디스플레이는 관련 특별허가를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화웨이가 스마트폰용 패널의 대부분을 자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어 삼성·LG디스플레이가 받게 될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화웨이는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의 대부분을 중국 BOE로부터 공급 받고 있으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일부를 공급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연간 출하량 대비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편 화웨이는 제재에 대비하기 위해 반도체를 대량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양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외신 등에 따르면 약 6개월에서 최대 2년을 버틸 수 있는 양을 비축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 정부의 제재가 풀릴 때까지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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