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6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리틀턴에서 촬영한 테슬라 모델X의 후면 사진. 차 위로 테슬라 로고가 보인다. (사진=뉴시스)
4월26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리틀턴에서 촬영한 테슬라 모델X의 후면 사진. 차 위로 테슬라 로고가 보인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조현선 기자]테슬라의 배터리 기술·투자 설명회 '배터리 데이'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국내 배터리 업체의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날지에 대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테슬라는 납품 받는 양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23일 오전 5시 30분(현지 시간 22일 오후 1시 30분) 주주총회를 개최한 직후 최초의 '배터리 데이'를 진행할 전망이다.

이는 완성차 업체로는 처음 갖는 단독 배터리 행사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테슬라의 배터리 전략과 장기적인 계획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날 테슬라가 자체 배터리 개발 프로젝트 '로드러너'의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테슬라는 이미 배터리 셀 제조업체 '맥스웰 테크놀로지스'와 배터리 장비업체 '하이바 시스템즈' 등 2차전지 관련 업체를 인수한 바 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를 통해 "'배터리 데이'는 테슬라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날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이번 배터리 데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차세대 혁신의 대명사로 꼽히는 테슬라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이 공개될 경우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테슬라는 전기차 배터리 부품 전량에 대해 LG화학, 중국의 CATL, 일본 파나소닉 등으로부터 공급받는다. 전기차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금액을 낮추는 것이 핵심인데, 고가의 부품으로 꼽히는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개발할 경우 원가는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관건은 테슬라의 배터리 내재화 의지에 달렸다.

앞서 테슬라는 고가의 배터리 가격에 대해 불만을 표하며 코발트 사용 축소 및 궁극적인 사용 배제 계획을 밝혔다. 현재 통상적으로 쓰이는 전기차 배터리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이다. 이중 코발트·니켈의 단가가 높아 전기차 생산 단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고가의 배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CATL과의 합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앞서 CATL은 코발트·니켈을 사용하지 않는 배터리를 개발 중에 있다고 밝혔다. CATL은 국내 배터리 업체의 주요 경쟁사로 꼽힌다.

테슬라가 내놓을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이 100만 마일을 넘길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업계의 관심이 높다. 기존의 전기차 배터리 수명은 10만~20만 마일 수준에 그친다. 테슬라는 이미 관련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쟁쟁한 배터리 업체의 등장으로 경쟁이 심화돼 마진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테슬라가 당분간 배터리 100% 내재화 계획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양산 경험이 전무한 데다, 기존 배터리 업체에 대적할 수 있는 제품을 당장 내놓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21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내일 발표할 내용은)장기적으로 세미·사이버트럭, 로드스터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2022년까지 대량생산에 도달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LG나 CATL, 파나소닉(혹은 다른 파트너사)의 배터리 셀 구매를 줄이는 게 아니라 늘리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고도의 화학 기술의 집약체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는 불안정한 기술로 양산할 경우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목숨과 직결되는 자동차인 만큼 안전 이슈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섣불리 변화시키기보다 탑급의 배터리 업체들과의 협업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테슬라가 배터리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전기차 가격이 내려간다면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넘치는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의 배터리 납품도 자연히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론 머스크는 "배터리 생산 업체가 가장 빠른 속도로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우리 스스로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2022년과 그 이후 심각한 공급량 부족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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