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시스)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시스)

[뉴시안=조현선 기자] #. 한온시스템은 회사 내 원가 절감 10% 달성 목표를 위해 A사의 납품대금에서 6.15억원을 감액해 줄 것을 요구했다. A사는 1.5억원이상 감액시 임직원 정리해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선처를 희망한다’고 답변했으나, 한온시스템 측은 추가 감액을 재차 요구했다. A사는 한계선인 2.5억원을 제시했고, 이를 받아들인 한온시스템은 감액된 2.5억원을 5개월 동안 분할해 납품대금에서 감액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양사간 합의서에는 “A사가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효과금액 공유를 먼저 요청하여” 감액을 합의했다고 기재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온시스템이 앞선 사례처럼 45개 하도급업체들의 대금 80.5억원을 부당하게 감액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115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법인은 고발 조치할 계획이다.

이는 하도급대금 감액 행위에 대한 역대 최고액의 지금명령 및 과징금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회사 내 원가절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당한 사유 없이 하도급 업체들의 대금을 감액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액은 한온시스템의 구매본부에서 각 하도급 업체별로 목표를 설정한 후 이미 결정된 납품대금을 사후 협상을 통해 차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발주물량을 감축하거나, 타 업체로 거래처를 변경하겠다는 위협을 앞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온시스템은 감액 협상이 마무리되면 법 위반 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업체간 ‘감액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에는 일련의 과정 없이 한온시스템의 기여에 의해 하도급업체의 생산성 향상이 이뤄졌으며, 원가절감 효과를 공유하기 위해 하도급업체 측이 자발적으로 감액을 요청했다고 허위로 표기했다. 또 일부 업체에는 자발적으로 감액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정위는 관련 서류 등이 정부기관 등의 조사를 대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며, 합의와는 달리 사업적 위치를 이용한 강압적 협상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했다. 

현행 하도급법에 따르면 하도급 대금 감액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원사업자가 감액의 정당한 사유를 입증한 경우에만 감액이 허용된다. 

한온시스템은 조사 과정에서 “신규 수주, 물량 증가, 생산성 향상 등 대금을 깎을 합리적 사유가 존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의록·메일 등 내부 자료에 있는 실제 감액 경위와 상이하는 등 정당한 사유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의 디지털 포렌식 분석 등을 통해 한온시스템이 제출한 입증 자료 다수가 공정위 조사 개시 이후 조작된 허위 자료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감액 사유와 관련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새로 만들거나, 원본에 없던 문구를 삽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허위 견적서·계약서·공문 등 14건의 허위자료를 제출한 것에 대해 과태료 2000만원의 조치가 내려졌다.

한편 실질적으로 대금 감액 행위를 주도한 임원은 2016년 초 한온시스템을 퇴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법인에 대해서만 고발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이번 결정으로 원사업자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대금 후려치기’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급명령을 통해 피해업체에 대한 실효적이고 신속한 구제가 이루어졌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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