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예빈 선수(경남 계룡중)이 지난해 7월 29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제40회 전국시도대항육상경기대회 여자중등부 400m 결선에서 55초 29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대한육상연맹)
양예빈 선수(경남 계룡중)이 지난해 7월 29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제40회 전국시도대항육상경기대회 여자중등부 400m 결선에서 55초29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대한육상연맹)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2019년 4월 24일, 한국 육상은 죽었다.

카타르 도하에서 끝난 제23회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기 때문이다.

2019년 4월21~24일까지 4일 동안 카타르 도하에서 벌어진 2019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는 남자육상 100m 등 43개 종목에 모두 129개의 메달이 걸렸지만, 한국은 단 1개도 따내지 못했다.

한국은 당초 금메달 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은메달 2~3개 동메달 3~4개 등 5~8개의 메달을 기대 했었다.

그러나 대회 3일째까지 한국 선수가 단 한 명도 메달을 따지 못한 가운데 마지막 날 여자 100m 허들의 정혜림, 남자 높이뛰기의 우상혁에게 기대를 걸었었다.

정혜림은 2018 아시아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고, 지난 대회(2017년 22회 아시아 육상선수권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했었다. 또한 우상혁은 아시아정상권 기록(2m30㎝)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혜림은 대회 마지막 날인 4월 24일 여자 100m 허들 결선에서 13초50을 기록해 8명의 선수 가운데 7위에 머물렀다. 금메달을 딴 일본의 기무라 아야코(13초13)에 0.37초나 뒤졌다. 자신이 갖고 있는 개인최고 기록(13초04)에 무려 0.46초나 못 미쳤다.

우상혁은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19를 기록해 공동 7위에 그쳤다. 개인 최고 기록(2m30)에 11㎝나 모자란 기록이었다. 시리아의 마지드 가잘이 2m31을 넘어 금메달을 땄다.

카타르 대회에서는 바레인이 금메달 11개, 은메달 7개, 동메달 4개 등 총 22개의 메달을 따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중국이 금 9개, 은 13개, 동 7개 등 모두 29개의 메달을 따서 종합 2위, 일본이 금 5개, 은 4개, 동 9개 등 모두 18개의 메달로 3위를 차지했다.

 

한국육상 여자선수들에게 희망 걸어

한국 육상이 2019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면, 2020년은 여자선수들이 고무적인 성적을 올려 희망을 걸게 하고 있다.

울산광역시청의 정연진(28)선수가 대표적인 걸크러시 종목인 여자 7종 경기 한국 기록을 세웠다.

정연진은 7월 26일과 27일 경상북도 예천공설운동장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제48회 KBS배 전국 육상경기대회 여자 대학, 일반부 7종 경기에서 5535점을 기록, 지난 1992년 세계주니어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한상원 선수가 세웠었던 5475점의 한국 신기록을 28년 만에 60점이나 경신 했다.

여자 7종 경기는 첫날 100m 허들, 포환던지기, 높이뛰기, 200m 등 4종목, 둘째 날 멀리뛰기, 창던지기, 800m 등 3종목을 잇따라 치러 총 득점으로 순위를 결정하는 여자철인을 가리는 종목이다.

정연진은 투척(창, 포환)종목이 약한 편인데, 두 종목 기록을 조금만 끌어 올리면 아시아권에서 메달도 가능한 5600점 돌파도 가능하다.

 

단, 중, 장거리 여성 3총사

여고 육상 100m와 200m 유망주 가평고의 김다은, 지난해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400m와 800m가 주 종목인 용남고의 양예빈 그리고 5000m와 1만m에서 독보적인 기록을 내고 있는 경기도청의 임예진 선수가 ‘코로나 19’로 훈련여건이 좋지 않은 가운데 호기록을 세우고 있 다.

김다은은 쌍둥이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김다은은 단거리, 쌍둥이 동생 김소은은 멀리뛰기가 주 종목이다.

김다은은 지난 7월 27일 경부 예천군 예천공설운동장에서 벌어진 KBS배 전국육상 선수권대회 여자 고등부 100m 결승에서 12초27을 기록해 서울체고의 한서정(12초29)을 0.02초차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또한 같은 날 멀리뛰기에 나선 '동생' 김소은도 5m46을 뛰어 경북체고 최지윤(5m27)을 무려 19㎝나 제치고 금메달을 땄다.

김다은은 200m에서도 24초94로 우승을 차지했고, 400m계주에서는 쌍둥이 동생 김소은과 팀을 이뤄 가평고가 48초32로 인천 인일여고(51초63)를 무려 3초31 차이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해 3관왕(동생 김소은 2관왕)에 올라 쌍둥이 자매로 볼 때 무려 5관왕을 차지했다.

양예빈은 지난해 여중부 육상 400m와 800m 그리고 1600m 계주에서 발군의 기량을 발휘, 한국여자육상의 신데렐라로 떠올랐었다.

양예빈은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기 때문에 주로 고 2,3학년 언니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데, 아직 한번도 패한 적이 없다.

지난 7월 25일 경상북도 예천공설운동장에서 열린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여자 고등부 400m 결선에서 56초65로 우승했는데 2위를 차지한 두호고 박미나선수와 0.95(57초60)나 차이가 났다.

양예빈은 6월25일, 고교 입학 후 처음 치른 대회인 18세 이하 육상경기대회 여자 400m 결선에서 58초18로 우승했었다.

양예빈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19년 7월, 55초29의 400m 한국 여자 중학생 기록을 세우기도 했었다.

올해 고등학생이 된 양예빈은 피로 골절 탓에 두 달 정도 재활에 전념을 해야 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훈련 환경이 좋지 않았고, 대회당일 비가 내려서 트랙 컨디션도 좋지 않았었다.

 

임예진, 장거리에서 독보적

김다빈과 양예빈이 앞으로 3~4년 후 한국여자육상을 기대하는 유망주라면 장거리 임예진은 당장 아시아 정상권에 도전할 만한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다.

임예진은 지난 7월 27일 제49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5000m와 1만m를 석권하며 여자 장거리 2관왕을 차지했다.

5000m에서는 16분23초69의 대회신기록(종전 16분25초71)보다 2초02나 앞서 골인했다. 2위를 차지한 경북 경산시청 김유진(16분35초52)보다는 무려 12초나 앞섰다.

그에 앞서 지난 6월 열린 제74회 전국육상선수권대회서도 5000m와 1만m 종목에서 정상에 올라 2개 대회 연속 2관왕을 차지해 5000m와 1만m에서는 한국에서 적수가 없음을 입증 했다.

또한 임예진은 지난 8월 22일 열린 2020 평창 대관령 전국하프마라톤대회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하며 2관왕을 차지, 한국 장거리계의 독보적인 선수로 자리매김 했다.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원곡고)가 24일 경북 예천공설운동장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제48회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남자 고등부 100m 결선에서 역주하고 있다. (사진=대한육상연맹 제공)

남자는 귀화 선수들에게 희망 걸어

케냐의 귀화 선수 오주한은 2019년 10월20일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8분21초로 2020년 도쿄올림픽 마라톤 참가기준기록(2시간11분30초)을 통과했다.

오주한은 현재 케냐에서 남자마라톤 국가대표팀 감독인 오창석 백석대 교수의 지도로 2021년 8월의 올림픽에 대비한 ‘도쿄 프로젝트’를 소화해내고 있다.

오주한은 대한체육회가 지정한 전담 의무트레이너를 현지에서 고용해 부상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고, 자체적으로 고용한 전담 코어 트레이너는 오주한의 체력향상과 자세 안정을 중점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오주한의 최고기록은 2시간5분13초로 세계 정상권이다. 그러나 최근 부상을 자주 당하는 것이 약점이다. 그래서 오주한이 가장 신경 써야 할 대목은 부상 예방이다. 오주한은 2021년 2월 28일 열릴 도쿄마라톤에서 2시간 4~5분대 주파를 한 후 7월에 열릴 올림픽에서 황영조 이봉주에 이어 세 번째 올림픽 마라톤 메달에 도전한다.

콩고에서 귀화한 원곡고등학교 2학년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 선수는 지난 7월 24일 경북 예천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제48회 KBS배 전국육상대회 남고부 100m 예선에서 10초86, 준 결선에서 10초78을 기록하며 10초95였었던 자신의 최고기록을 잇달아 경신했다. 그리고 결선에서는 10초69로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다.

바웨사는 타고난 순발력과 신체조건 그리고 좋은 훈련환경이 뒷받침 되면 3~4년 내에 김국영 선수가 갖고있는 한국신기록(10초07)은 물론 9초대 진입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김국영 선수는 지난 8월 군복무를 마치고, 마지막 무대인 2020 도쿄올림픽에서 9초대 진입을 목표로 훈련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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