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시중은행의 8월 말 기준 전세자금 대출 잔액이 97조1303억원에 달해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전경. (참고사진=뉴시스)

[뉴시안= 김승섭 기자]태어나자 마자 금수저를 손에 쥐고 태어난 아기가 있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60만 건의 주택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해본 결과 지난 2018년 이후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9억 원 이상의 고가주택을 사들인 14명의 미성년자 가운데 가장 어린 주택구매자는 만 2세(2018년생)인 C어린이로 바로 금수저의 주인공이었다.

소 의원은 "2018년 이후 수도권에서 9억 이상 고가주택을 산 미성년자 14명 중 5명이 주택 구입을 위한 자기자금 전액 또는 상당부분을 직계존비속의 상속이나 증여, 차입을 통해서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올해 9월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에서 래미안포레스트 아파트를 10억6000만원에 매입한 만 17세 청소년 A씨(2003년생)는 10억6000만원 전액을 직계존비속으로부터 증여받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10억6000만원을 한 번에 증여할 경우 A씨가 내야 할 증여세는 부모가 증여한 경우 2억4832만원, 조부모가 증여한 경우 3억2281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수저가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한 방법으로 주택 구입이 이뤄진 것이다.

지난달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1가에 위치한 동아아파트를 10억원에 매입한 만 19세 청소년 B씨(2001년생)도 8억1800만원을 직계존비속으로부터 증여를 받고, 7200만원은 차입하는 등 총 8억9000만원을 직계존비속을 통해서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 의원은 “B씨가 제출한 주택자금조달계획서를 보면 직계존비속으로부터 증여 또는 차입을 통해 마련한 8억 9000만원 이외에도 약 6300만원의 현금 등 기타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국세청과 국토부가 금융기관에 예치된 예금도 아니고 6300만원의 현금 등 기타자금을 어떻게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 조사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만 2세라는 C어린이는 그 자신이 태어난 2018년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한양7차아파트를 12억4500만원에 매입하면서 주택 구입비용의 78%, 9억7000만원을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금융기관 예금액으로 지불했다.

이에 대해 소 의원은 “2018년에 태어난 아기가 자신이 태어나자마자 12억4500만원에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아파트를 산 것도 웃픈 일이지만, 주택 구입비용의 78%인 9억7000만원을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예금액으로 지불했다는 것도 참 웃프고 씁쓸한 일”이라며 “이러한 사례야 말로 소위 강남부자들이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부동산을 이용해 금수저를, 부를 대물림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씁쓸해했다.

한편 2018년 이후 수도권에서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을 산 상위 5위 미성년자들은 주로 금융기관에 예치된 예금과 세입자가 마련한 전세보증금을 통해서 집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미성년자들에게 세입자들이 낸 수억 원의 보증금은 자기자금 조달 부담을 덜어주는 아주 유용한 수단이라는 사실이 분석을 통해 드러났다.

실제로 2018년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잠실엘스 아파트를 17억2000만원에 구입한 만 16세 청소년 D씨(2004년생)로 D씨는 총 8억8000만원의 예금과 세입자가 마련한 보증금 총 8억4000만원을 통해서 이 집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또 2019년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현대빌라트를 16억9000만원에 구입한 만 17세 청소년 (2003년생) E씨도 총 11억9000만원의 예금과 세입자가 마련한 보증금 5억 원으로 집을 샀다.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래미안 퍼스티지와 방배우성아파트를 각각 구입한 만 19세 청소년(2001년생) F씨와 G씨도 각각 8억7500만원, 6억원의 금융기관 예금액과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이용해서 집을 가지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동에 위치한 월드빌라를 10억원에 매입한 만 19세 청소년 (2001년생) H씨는 자기자금 단 1억 원을 가지고 이 집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H씨는 금융기관에 예치된 1억원과 직계존비속으로부터 차입한 6억원에 세입자가 제공한 전세보증금 3억원을 활용해서 이 집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 의원은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60만 건의 주택자금조달계획서 분석을 통해서 한국사회의 부의 대물림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국토부와 국세청은 미성년 주택구매자들에 편법이나 불법을 통해 증여를 받아 주택을 구매한 것이 아닌지 철저하게 조사하여 탈세가 이뤄진 경우에 탈루세액을 정확하게 추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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