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에서 한 관람객이 SK하이닉스의 반도체를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br>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에서 한 관람객이 SK하이닉스의 반도체를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조현선 기자]SK하이닉스가 세계 최대 반도체 중앙처리장치(CPU) 전문 기업 인텔의 낸드 메모리와 저장장치 사업부 인수에 나선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 사업부 전체를 10조3104억원에 인수하는 양도 양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인수 대상은 인텔의 SSD 사업부와 낸드 단품 및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 생산시설을 포함한 낸드 사업 부문 전체다. 옵테인 사업부는 포함되지 않는다.

앞서 인텔은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시장 경쟁 심화 등으로 수익이 악화되면서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 비주력 사업으로 꼽히는 메모리 사업 부문 매각도 그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양사는 이번 인수 계약 체결을 위해 2년가량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의 메모리 사업부인 NSG(Non-volatile Memory Solutions Group) 부문 중 낸드 사업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약 28억 달러, 영업이익은 약 6억 달러 규모다.

이번 인수합병 계약이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는 일본 키옥시아를 제치고 메모리 반도체 중 낸드 부문에서도 글로벌 2위 기업으로 도약하게 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D램 시장에서 20%대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5위권에 머물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0년 2분기 낸드 시장 점유율은 인텔이 11.5%로 4위, SK하이닉스는 11.4%로 5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SSD 시장에서 인텔은 19.1%로 점유율 1위, SK하이닉스는 8.0%로 5위였다. 

D램 편중 구조는 매출에서도 드러났다.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기준 매출 15조8054억원을 기록했으나, 낸드 매출은 약 23.8%인 3조7568억원에 그쳤다.

글로벌 낸드 시장은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 침체기에 들어갔다. 수요 위축과 공급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지속되면서 낸드 가격은 줄곧 내려갔다. 이런 부진 속에 SK하이닉스는 지난 2019년 낸드플래시사업부에서만 영업손실 2조 원 후반대를 기록했으며, 올해 3분기까지도 흑자 전환에 실패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중장기적으로 낸드와 SSD 수요 증가를 예상해 관련 투자를 지속하며 낸드 사업 비중을 높여왔다. 현재 낸드 비중은 50% 안팎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 계약도 향후 5G 스마트기기 사용량 증가에 따른 데이터 처리 용량 증가,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 데이터센터 서버용 SSD 수요 증대 등 선순환을 예상한 중장기적 전략을 바탕으로 추진됐다.

양사는 이번 계약 체결 이후 오는 2021년 말까지 주요 국가의 규제 승인을 얻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규제 승인 시 SK하이닉스는 우선 70억 달러(약 8조192억원)를 지급하고, 인텔은 낸드 SSD 사업과 중국 다롄 생산시설의 자산을 SK하이닉스로 이전한다.

이후 2025년 3월까지 SK하이닉스가 잔금 20억 달러(약 2조 2912억원)를 지급하고 인텔의 낸드플래시 웨이퍼 설계와 생산관련 지적재산권(IP), 연구개발(R&D) 인력 및 다롄 팹(반도체 공장) 운영 인력 등 잔여 자산을 인수하면서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인텔은 최종 거래 종결 시점까지 다롄팹 메모리 생산 시설에서 낸드 웨이퍼를 생산을 이어간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계약을 계기로 메모리 반도체 사업군 간의 균형을 확보하고,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후 인텔의 솔루션 기술 및 생산 능력을 기반으로 SSD 솔루션 역량을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글로벌 낸드 시장이 점차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는 2021년에는 '낸드 호황기'가 올 것이라는 의견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낸드 시장 규모(매출 기준) 전망치는 586억6000만 달러(약 70조1500억원)에 이른다. 반도체 호황기가 정점에 이르던 2018년(632억1000만 달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해(449억5000만 달러)에 비하면 약 30.5% 증가한 수치다. 내년엔 669억7000만 달러, 2022년엔 733억5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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