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노원구 을지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故김원종님 추모 및 CJ대한통운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고인의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와 본사의 책임을 요구했다.(사진=박은정 기자)
지난 12일 서울 노원구 을지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故김원종님 추모 및 CJ대한통운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고인의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와 본사의 책임을 요구했다.(사진=박은정 기자)

[뉴시안= 정기영 기자]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최근 잇따르고 있는 택배기사 과로사와 관련한 국감을 준비하면 책임이 있는 택배회사의 임원 대신 이커머스 물류센터 임원만을 증인으로 채택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을 받고 있다. 

환노위는 최근 택배기사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 택배회사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여야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증인 장사’하는 것이냐는 발언까지 논의 과정에서 나왔다.

언택트 산업의 발전으로 택배기사가 담당하는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택배 본연의 업무 외 분류작업까지 택배기사에게 전가되면서 택배기사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권과 택배 업계가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사이 과로사로 숨진 택배기사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일 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 소속 김모씨(36)는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과로사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알려진 허혈성 심장질환이었다. 김씨는 지난 8일 오전 4시 30분쯤 직장 동료에게 추가 물량을 받지 않으면 안되겠냐고 물으며 “새벽 5시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 못 자고 나와서 물건 정리(분류 작업)해야 한다”고 호소한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이 커졌다.

지난 8일에는 CJ대한통운 소속 김모씨(48)가 서울 강북구에서 배송 업무 중 호흡곤란 증상을 보여 병원에 이송됐지만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족들은 고 김씨가 하루 14시간씩 일했다며 “이게 사람이 할 짓이냐”고 성토했다.

CJ대한통운, 한진택배에 이어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서 일하던 40대 택배기사 김모씨가 20일 대리점과 갈등, 생활고 등의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대책 마련의 시급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택배회사 대표는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은 채 쿠팡 물류센터 임원만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환노위는 물류센터 단기직 사망 사건 관련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엄성환 전무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정치권에선 택배기사에 대한 대책이 시급할 시점에 택배기사가 아닌 물류센터 단기직 사망 사건으로 쿠팡 임원을 증인으로 채택한 것은 국회가 관련 업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CJ대한통운이 있는 서소문에서 뺨 맞고 쿠팡이 있는 잠실에서 눈 흘긴다'는 뼈있는 농담도 들리고 있다.

쿠팡은 택배사와 달리 직고용을 하고 있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아 주 5일 근무, 52시간제를 준수하고 있다. 더욱이 택배업계에서 주장하고 있는 분류작업 인력 별도 투입은 이미 쿠팡이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분류 작업 인력을 별도로 투입하고 있는 곳은 쿠팡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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