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희(오른쪽)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노동환경 개선책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박 대표이사, 정태영 CJ대한통운 택배부문장, 최우석 CJ대한통운 택배본부장.(사진=임성원 기자)
박근희(오른쪽)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노동환경 개선책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박 대표이사, 정태영 CJ대한통운 택배부문장, 최우석 CJ대한통운 택배본부장.(사진=임성원 기자)

[뉴시안= 박은정 기자, 임성원 기자]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가 잇단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과문 내용은 반쪽짜리였다.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시작 전부터 어수선했다. 주최 측의 준비 부족으로 사진기자와 방송기자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CJ대한통운은 기자회견 하루 전 각 언론사에 기자 2명씩 명단을 미리 제출하라고 했지만, 사회적 관심 탓에 많은 인원이 몰리면서 준비한 장소는 기자회견 30분 전부터 가득 찼다. 장소도 회사 측이 이미 작정하기로 한듯 협소하기만 했다.

CJ대한통운은 방송사 이외에 사진기자 중 통신사 등 5곳만 선정해 촬영취재를 허용했다. 타 신문사 사진기자들은 어이없이 모두 쫓겨나야 했다. 

현장이 겨우 정리되면서 기자회견은 예정된 오후 2시 30분에 시작될 수 있었다.

기자회견은 박 대표의 사과문 발표, 정태영 택배부문장의 '택배기사·택배종사자 보호 종합대책 발표'로 이뤄졌다. 그리고 5명 정도의 기자로부터 공개 질문을 받았다. 현장에 있던 100여명의 기자들이 손을 들어 질문 기회를 요청했지만 CJ대한통운은 이를 묵살했고 그렇게 일방적인 기자회견은 18여 분 만에 끝났다. 

다급하게 박근희 대표와 임원들이 현장을 빠져나가자 기자들은 홍보팀 직원들을 붙잡고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기자들은 CJ대한통운이 발표한 종합대책에 대한 실효성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다.

현장에서 기자들은 "분류작업 인력 배치는 어떻게 이뤄지냐", "인력은 직고용이냐 간접고용이냐" 등 자세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구체적 사항에 대해서는 들을 수 없었다. 홍보팀 직원들은 "아직 논의 중이다", "아직 협의하고 있는 단계"라는 입장만 반복했다.

게다가 유가족들과도 위로금에 대해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위로금 지급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에 한 기자는 "국회와 정부 등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발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CJ대한통운의 사과문이 발표된 직후.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도 종합대책에 대한 이행계획을 요구했다. 

과로사대책위는 "CJ대한통운의 발표는 택배산업 현장에 상존하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할만하다"면서도 "CJ대한통운의 발표에 대한 이행계획,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 산적한 현안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인 '민관공동위원회'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분류작업 4000명 인력 투입 등과 관련한 대책안에 대해서는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대책위는 "택배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대책위의 요구에 화답한 것으로써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한 산재보험 100% 가입 권고, 건강검진 주기 1년으로 단축 대책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전향적인 조치로 판단되지만 산재보험료의 전액 사용자 부담을 요구했던 대책위의 요구가 빠졌다"며 "대리점과 계약에서 산재보험 100% 가입을 계약조건으로 하지 않고 '권고'하는 수준으로 발표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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