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분사를 결정한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앞을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LG화학은 오는 12월부터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출범할 예정이다. (사진=뉴시스)<br>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분사를 결정한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앞을 한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LG화학은 오는 12월부터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출범할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조현선 기자]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분사가 30일 확정됐다. 오는 12월 'LG에너지솔루션'이 새롭게 출범한다. 

이날 오전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이 있는 발행 주식 총수가 63.7%가 분사 승인 안건에 찬성했다. 현장 참석·전자 투표·위임장 제출 등의 방식으로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식 총수의 82.3%가 분사에 동의했다.

물적 분할은 특별결의 사안으로, 주총 참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 찬성해야 의결된다. LG화학은 최대 주주인 LG가 약 30%, 국민연금 10.28%, 외국인 투자자 약 40%, 국내 기관 10%, 개인주주 10%로 구성돼 있다.

최근 분사 안건을 두고 개인투자자들이 크게 반발한 데다, 국민연금까지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결정하면서 LG화학의 배터리 부문 분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임시 주총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분사 계획을 지지하며 80%를 웃도는 찬성표로 이변 없이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는 오는 12월 1일 LG에너지솔루션(가칭)으로 다시 태어난다. 분할 등기일은 12월3일이다. 

이번 물적 분할은 LG화학이 배터리 신설법인의 발행주식 100%를 소유하는 물적 분할 방식으로 진행된다. 자본금은 1000억원이며, 신설 법인의 IPO(기업공개) 시기는 미정이나 1~3년간의 준비 기간을 걸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지난 9월17일 이사회에서 배터리 부문 분할 추진을 결의했다. 전문사업 분야에 집중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다. LG화학은 배터리 산업의 급속한 성장과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구조적 이익 창출이 본격화하는 시점을 회사 분할의 적기로 봤다.

LG화학은 주총 주요 현안으로 재무 구조 부담과 재원 부족에 따른 성장 제약을 제시했다. 전지 부문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시설 투자 규모가 급증하면서 순차입금이 8조원으로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100%를 넘어섰다.

또 한정된 재원으로 사업본부 간 불균형이 발생하는 데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사업의 경쟁력까지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전지 신설법인으로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빠르고 유연하게 의사결정에 대응하고, 산업 특성에 최적화된 효율적인 운영 체계를 갖춰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많은 투자가 필요한 만큼 100% 지분 자회사로 분해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활용하면 적기에 투자를 확대할 수 있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수주 확대 및 수요 증가를 대비한 투자를 가속화 할 계획이다. 또 고용량 양극재, 고효율 실리콘계 음극재, 고안전성 분리막 등 소재 기술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춘 고성능 제품 개발과 선도적인 공정 기술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더불어 배터리 리사이클링 등 신규 사업 확대도 꾀하고 있다. 

오는 2021년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 및 영업이익률 목표는 각각 18조원 후반, 높은 한 자릿수 중반이다.

잔류하는 LG화학은 각 사업 부문의 고부가 제품을 확대해 글로벌 사업 확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전지 사업 투자 확대로 커졌던 재무적 부담을 완화하고 건전한 재무구조를 구축해 지속적인 성장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신학철 CEO는 주주총회에서 "전지 사업 특성에 최적화된 경영 체계를 수립하고 시장에서의 초격차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하고자 분사를 결정하게 됐다"며 "분할을 통해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고, LG화학이 글로벌 톱5 화학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지와 격려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서 LG화학 주가는 30일 오후 1시 기준 -4.45% 떨어지는 등 요동쳤다.

개인 주주들의 불만도 여전했다. 배터리 사업의 미래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는데, 이번 물적 분할로 주주 가치가 훼손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LG화학에서 배터리 사업을 빼내면 남는 게 없다", "LG화학에서 배터리 사업을 제외한다면 향후 '가능성'이 존재할까"라며 혹평을 이어가고 있다.

LG화학이 물적 분할을 택한 점도 문제가 됐다. 물적 분할은 존속 법인인 LG화학이 신설 법인을 보유하는 것으로, LG화학의 소액 투자자들은 신설 법인의 주식을 가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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