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정 기자

[뉴시안= 박은정 기자]최근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택배업계들은 '심야배송 중단'을 대안책으로 꺼내들고 있다. 

그렇다면 새벽배송 중단으로 택배노동자들이 무거운 짐을 덜어줄 수 있을까? 택배노동자들의 생각을 달랐다. 택배업계가 본질은 외면한 채 눈에 보이는 문제 해결에만 급급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월 10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운영하는 롯데택배는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해 심야배송을 중단하기로 했다. 국내 주요 택배회사 중 심야배송을 중단한 곳은 한진택배에 이어 두 번째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택배물량이 증가한 상황에서 업무량이 늘어난 택배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해 심야배송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달 26일 1000명 규모의 분류인력 투입과 택배 자동화 설비 추가, 택배노동자 산재보험 전원 가입 등을 담은 '과로사 방지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롯데택배 노동자들은 12월 1일부터 오후 11시 이후에는 배송을 하지 않는다. 미배송 물량은 다음 날 배송한다.

이런 '심야배송 중단'에 택배노동자들은 절대 환영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됐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관계자는 "실효성 없는 대책 발표이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관계자는 "분류작업이 늦춰지기 때문에 배송을 늦게 시작하게 되는 것"이라며 "오전 11시에라도 배송을 시작할 수 있다면 밤 늦게까지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분류인력을 투입한다고 해도 허브터미널에 간선 차량이 빨리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등 시스템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심야배송 중단은 결국 택배노동자들의 임금도 위협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택배 배송을 최소 300개 해야 한 달 생활을 할 수 있다"면서 "분류작업은 그대로인 채 배송시간만 줄어들게 되면 월급만 줄어든다"고 호소했다.

당일 배송이 되어야 하는 신선식품이나 VIP 고객 물량에 대한 대책도 미흡하다. 노조 관계자는 "홈쇼핑 등 택배사와 대량 배송을 계약한 VIP 고객들의 택배는 회사 측에서 빨리 배송하라고 한다"며 "당일배송을 하지 않으면 VIP 고객으로부터 컴플레인을 받게 되는 악순환이 이뤄진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연배송과 관련해 택배노동자들에게는 패널티가 없어야 한다"며 "신선식품과 VIP고객들의 선배송은 회사에서 직접 처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올해 수많은 택배노동자들이 근무 중에 또는 쉬고 있는 중에 갑자기 숨을 거두게 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많이 발생했다. 코로나19로 집에만 있어야 했던 국민들의 삶을 편하게 해줬던 택배노동자들이었기에, 이들의 과로사는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택배업계들도 일제히 사과문과 대안책을 발표하며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그러나 대책은 택배노동자들의 근심을 더욱 키울 뿐,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택배업계들은 국민들 앞에서 고개 숙이며 사과문을 읽어 내려가는 형식적인 방식을 넘어 이제는 택배노동자들의 입장에서 현장 속으로 깊이 들어가 곰꼼하게 살펴보고 대안을 마련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