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롸버트치킨'은 로봇이 만드는 치킨집으로 유명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소비가 급증한 요즘, 롸버트치킨은 푸드테크에 한 획을 그었다. 사진은 강지영 로보아르테 대표. (사진=박은정 기자)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롸버트치킨'은 로봇이 만드는 치킨집으로 유명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소비가 급증한 요즘, 롸버트치킨은 푸드테크에 한 획을 그었다. 사진은 강지영 로보아르테 대표. (사진=박은정 기자)

[뉴시안= 박은정 기자]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롸버트치킨'. 이름부터 생소한 롸버트치킨은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가면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흔히 치킨집 매장 안에는 테이블이 있기 마련이지만 롸버트치킨 매장에는 테이블이 단 하나도 없다. 무인주문기와 눈 앞에 펼쳐진 큰 기계들뿐이다. 바로 롸버트치킨의 자랑 '치킨 로봇'이다.

지난해 12월 오픈한 롸버트치킨은 이름 그대로 로봇이 치킨을 만들어준다. 입구에 설치된 무인주문기에서 치킨을 주문하면 직원이 손질된 닭을 통에 넣어 반죽 로봇이 반죽을 시작한다. 이후 튀김 로봇으로 전달된다. 튀김 로봇은 정해진 시간에 맞춰 위아래로 흔들며 튀김의 바삭함을 살려준다. 주문이 들어온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치킨 한 마리가 완성됐다.

이는 강지영 로보아르테 대표가 직접 연구·개발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강 대표는 외식업계 전문가가 아니었다. 증권사와 패스트인베스트먼트 투자심사역에서 근무하던 투자전문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미국 보스턴에 있는 로봇 식당 '스파이스(SPYCE)'에 관한 기사를 읽으며, 어릴 적 '로봇이 음식을 만들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하고 막연히 상상했던 때가 떠올랐다. 강 대표의 작은 물음표는 곧 그녀를 로봇 사업에 발을 내딛게 했다.

2018년 당시만 해도 로봇으로 음식을 조리하는 외식업계는 흔치 않았다. 그래서 강 대표는 자신이 하루라도 빨리 로봇 사업에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는 결단을 하게 됐다. 한국이 '치킨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었기에 롸버트치킨이 단 1%의 점유율이라도 갖게 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하루아침에 로봇 사업을 추진하기란 쉽지 않았다. 로봇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그녀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연구할 팀원들을 구했지만 구체적인 계획도 막연했다.

"팀원이 구해진 후 함께 중국으로 떠났어요. 중국의 로봇 산업 박람회에 참여하면서 세계 곳곳의 로봇 기술력을 살펴봤죠.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저렴하면서도 높은 기술의 로봇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세계에서 유명한 로봇 음식점들도 방문했죠. 한 가지 깨닫게 된 점이 있었어요. '아무리 로봇으로 만들어도 맛이 없다면 고객들은 오지 않는다'는 것이죠."

롸버트치킨의 튀김 로봇. 튀김 로봇은 주문이 입력된 지 10분 만에 치킨을 완성시킨다. (사진=박은정 기자)
롸버트치킨의 튀김 로봇. 튀김 로봇은 주문이 입력된 지 10분 만에 치킨을 완성시킨다. (사진=박은정 기자)

유재석도 반한 롸버트치킨 시그니처 '후추치킨'

치킨시장에서 '맛'은 빼놓을 수 없었다. 로봇으로 어느 정도 이목은 끌 수 있지만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한 롸버트치킨만의 '맛' 경쟁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롸버트치킨 신제품을 만들고자 치킨 전문 개발자를 구했죠.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맛 테스트도 하고 그 과정에서 닭을 어떻게 튀겨야 하는지, 어떤 맛을 고객들이 원하는지 알게 됐어요. '맛이 없다'는 혹평도 과감하게 들으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죠."

그결과 탄생한 '후추를 후추후추치킨'은 롸버트치킨의 시그니처 메뉴로 등극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식스센스'에서 유재석 씨가 롸버트치킨 매장을 방문해 후추치킨을 맛보며 호평을 날리기까지 했다. 타 치킨 브랜드들도 후추를 활용한 치킨 메뉴를 선보이고 있지만, 롸버트치킨이 간장소스를 베이스로 한 후추치킨은 바삭한 튀김에 알싸한 맛이 중독성을 일으킨다. 단순히 후추가루를 뿌리는 것이 아니라 소스로 돼 있어 양념이 골고루 베어 있다는 점도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강지영 대표는 후추치킨 양념을 시판으로 판매할 고민도 하고 있다. 롸버트치킨이 서울에서만 판매되다 보니 전국에서 후추치킨을 먹어보고 싶다는 고객들의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또 후추치킨 양념이 밥과 비벼 먹었을 때 맛있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소스를 병입상품으로 마켓컬리나 쿠팡 등에 판매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어요. 단순히 치킨만 판매하는 것을 넘어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롸버트치킨만의 새로운 유통망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롸버트치킨, 가맹사업 본격화…2호점 오픈 임박

롸버트치킨은 11월 내에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2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2호점은 10평 남짓으로 평수와 로봇의 크기도 모두 대폭 줄었다. 반면 실효성은 더 높아졌다.

"1호점은 1시간에 20마리 튀길 수 있었지만 튀김기가 늘면서 40마리로 늘어났어요. 1호점에서 반죽하는 시간이 2분 30초였는데 미국에서 반죽하는 기계를 들여와 시간도 1분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죠."

롸버트치킨은 점점 발전하고 있다. 1호점에서 한 단계 도약한 2호점, 앞으로는 전국적으로 가맹사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1호점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면 2호점에서는 생산·효율성을 높였어요. 3호점에서는 자영업자들이 부담 없이 렌털할 수 있도록 제품화로 만들 예정이에요. 그래서 자영업자들은 편하게 음식을 제조하고 고객들에게는 질 좋고 저렴한 음식을 제공하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