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0-2으로 승리를 거두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 플렉센이 포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4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0-2으로 승리를 거두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 플렉센이 포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이원]가을(프로야구 포스트 시즌)에 유난히 강한 선수들이 있다.

집중력이 뛰어나고 몸 관리를 잘해 체력적으로도 손꼽히는 선수들이다.

통산 포스트 시즌 한 경기가 가지는 의미는 정규리그 3~5경기보다 크다. 가을에 강하다는 것은 팀에 대한 공헌도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앞서 '가을까치'로 불리던 해태 타이거즈 전성기 시절 좌완 투수 김정수, '가을정권'이라는 별명이 붙은 SK와이번스 박정권 선수가 대표적인 '가을 남자'들이었다.

2020시즌 한국시리즈에 오른 두산 베어스는 오재원, 플렉센 등 두 선수가 가을에 유난히 강한 모습을 보인다.

NC 다이노스팀에서는 주장이자 포수인 양의지(두산 전 54타수 21안타 0.389), 19승을 올린 드류 루친스키 선수에게 ‘가을 향기’를 기대를 하고 있다.

루친스키는 올 시즌 두산과의 경기에 3번 선발로 나와 18이닝 동안 7실점(1승 1패 방어율 3.50)을 당했다.

 

오재원, 포스트 시즌 안타 수 역대 2위

두산 베어스의 오재원 선수가 ‘가을 남자’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오재원은 지난 11월 4일과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3전 2선승에) 1차전에서 2안타 2타점, 2차전에서도 2루타 포함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타율 5할(8타수 4안타)에 4타점을 올리면서 준플레이오프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오재원은 홍성흔(101개)에 이어 포스트시즌 최다안타 2위(87개)에 올라있고, 현역 선수로는 단연 1위다. 앞서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서 홈런을 추가하는 등 포스트시즌 타율이 0.313(16타수 5안타 5타점 2득점)으로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두산 베어스 타자 가운데 가장 타율이 높다.

오재원은 오는 17일부터 열리는 NC 다이노스와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경계 대상 1호로 꼽히고 있다.

 

두산 베어스의 플렉센, 가을 대활약은 ‘덤’

두산 외국인 투수 크리스 플렉센은 부상으로 정규리그에서 규정 투구 횟수도 채우지 못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10월에 4연승을 올리기는 했지만, 포스트 시즌 활약은 미지수였다.

그러나 플렉센은 지난 11월 9일 고척 돔에서 열린 KT와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7.1이닝 4안타 2볼넷 11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그에 앞서 지난 11월 4일 LG와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에서도 11탈삼진을 기록,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서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탈삼진을 달성했다.

플렉센이 구사하는 150㎞ 중반대의 패스트볼과 140㎞ 초반대의 슬라이더 그리고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커브까지 구사해 난공불락의 투수가 되었다.

플렉센은 1승 2패로 쫓기던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유희관, 김민규, 이승진에 이어 7회부터 팀의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3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막아(2대 0승) 세이브를 올리며 팀이 3승 1패로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정권은 ‘가을 정권’

박정권은 현역 시절 한국프로야구(KBO) 포스트시즌에서 50차례 이상 타석에 들어선 선수 중 OPS(출루율+장타율)가 가장 높은 선수로 꼽힌다.

포스트시즌 OPS는 0.983이고, 통산 홈런 10개와 타점 43개는 역대 1위다. 2009년과 2011년은 플레이오프 MVP, 2010년은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다.

박정권은 SK 와이번스가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 플레이오프(5경기 타율 0.476 3홈런 8타점 OPS 1.617)와 역시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올랐었던 2011년 플레이오프(타율 0.381 3홈런 6타점 OPS 1.219)에서 엄청난 활약을 하면서 박정권은 ‘가을정권’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박정권이 전성기를 누리던 2000년대부터 2010년대 후반까지 SK 와이번스는 7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오르며 4번의 우승(준우승 3번)을 차지한 바 있다.

 

가을남자 원조는 김정수

전 해태 타이거즈 김정수 투수는 한국시리즈에서만 7승을 올린 한국시리즈 최다승 투수다. 그래서 그의 별명이 '가을까치'다.

김정수는 1986년 시즌 신인 시절 한국시리즈에서 4경기(3경기 구원), 14⅔이닝 동안 13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2.45, 3승을 기록했다. 선동열을 제치고 신인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가을까치'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이때부터다. 

김응용 감독은 “불펜에서는 동열이보다 더 무시무시한 공을 던진다”고 말한 바 있다.

김정수는 왼손투수로 140㎞ 중반의 패스트볼을 던졌지만 제구력(9이닝 당 볼넷 4개) 약간 문제가 있었지만, 현역 시절 단 한 번도 상처를 입지 않을 정도로 몸 관리에 철저했다.

故 최동원 선수 (사진=롯데자이언츠)

최동원, 한국시리즈 혼자서 4승

故 최동원 선수는 1984년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에서 혼자서 5번이나 마운드에 올라서 4승 1패를 기록했다.

최동원의 불멸 기록은 절대로 빼놓을 수 없다. 한국시리즈(월드시리즈, 재팬시리즈 포함)에서 혼자 4승을 올린 투수는 최동원이 유일하다.

그만큼 현역 시절 최동원은 공의 구위뿐만 아니라 체력, 정신력에서 다른 투수들을 압도했다.

 

김유동의 결정적인 만루 홈런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은 만루 홈런으로 시작해서 만루 홈런으로 끝났다.

3월 27일 MBC 청룡과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전이 연장 10회 말 이종도(MBC)의 끝내가 만루홈런으로 승부가 가려졌고, 그해 한국시리즈도 OB 베어스 김유동 선수의 만루 홈런으로 끝이 났다.

OB 베어스가 삼성 라이온즈를 3승 1무 1패로 앞선 6차전. 김유동은 2회 초 솔로홈런에 이어 4대3으로 한점 앞선 9회 초 삼성 '비운의 투수' 이선희를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극적인 만루 홈런을 때렸다. 그 홈런 한 방으로 OB는 초대 챔피언에 올랐고, 김유동은 프로야구 최초의 한국시리즈 MVP가 됐다.

 

KBO, 17일부터 올 시즌 진정한 가을남자 가린다

이제 17일부터 고척돔에서 정규리그 1위 팀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승자 두산 베어스가 한국시리즈를 벌인다. 종전에는 2-3-2 즉 2경기를 갖고, 하루 쉬고, 3연전을 갖고 그래도 4승을 먼저 올리는 팀이 나오지 않으면 또 하루 쉬고 2연전(6~7차전)을 가졌다.

그러나 올 시즌 한국시리즈는 2-2-3으로 치러진다. 2연전, 하루 쉬고 또 2연전 그리고 또 하루 쉬고 3연전을 치른다.

2016년 한국시리즈에서는 두산 베어스가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4전 전승을 올렸다. 당시 정규리그 우승팀 두산 베어스보다 2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간 NC 다이노스였기 때문에 전력적으로 불리했다.

그러나 올 시즌 한국시리즈 두 팀의 입장이 바뀌면서 두산이 도전자, NC가 챔피언 입장에서 기다리고 있다.

올 시즌은 두 팀 전력이 만만치 않아 최소한 5차전 이상까지 갈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미친 듯한 플레이를 벌일 ‘진정한 가을남자’는 누구일까? 이번에는 NC팀에서 나올까? 아니면 역시 두산 팀에서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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