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의 한 전자제품 매장 모바일 코너 (사진=뉴시스)
서울 용산구의 한 전자제품 매장 모바일 코너 (사진=뉴시스)

[뉴시안=조현선 기자] 정부가 내년 이용 기간이 만료되는 주파수의 재할당 대가 범위를 책정해 공개했다. 가격은 3조2000억원±α에서 3조9000억원±α 사이로 결정됐다. 이동통신 3사의 예상치인 1조6000억원을 2배 이상 웃돈다. 결국 이동통신 3사에 5G 투자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에 이통사는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정부가 5G 투자 수준과 연계해 주파수 재할당 가격표를 제시한 것은 법적 근거도, 현실성도 없다는 것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날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방안 공개 설명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 세부 정책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과기부는 내년(2021년 6월, 12월)에 이용기한이 만료되는 2G·3G·4G 대역의 주파수 총 320㎒ 가운데, SK텔레콤이 2G 서비스 종료 이후 반납한 10㎒를 제외한 310㎒를 대상으로 기존 주파수를 재할당하기로 했다.

이후 전파정책 전문기관을 중심으로 한 작업반과 경제·경영, 법률, 기술 분야 전문가가 참여한 연구반에서 내놓은 '주파수 재할당 가격표'를 발표했다.

과기부는 통신사의 이용 기간이 만료되는 6개월 전에 주파수 재할당을 신청할 수 있도록 주파수 재할당 세부안을 이달 말까지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 주파수 재할당 가격 '3조2000억원±α~3조9000원±α' 제시

앞서 이슈가 됐던 5G 도입 대가에 대해서는 5년 기준 3조원대를 책정했다. 

과기부는 "이번 재할당 주파수는 이미 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가치가 평가된 주파수"라며, "기존 할당 대가(경매 참조가격: 4조4000억원±α)를 참조하되 5G 도입 영향에 따른 가치 하락 요인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즉 과거의 경매 방식으로 할당한 액수를 주파수 비용 산정에 반영했으나, 5G 도입으로 LTE 매출 감소(생산기여도 하락) 등이 LTE 주파수 할당 대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27%가량을 할인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정기준 가격은 3조2000억원±α로 책정했다.

이와 함께 주파수 가격에는 무선국(3.5㎓ 대역) 구축 수량에 비례한 4가지 옵션을 설정했다. 

주파수 재할당 비용의 세부 옵션으로는 5년 이용 기간 기준 사업자당 무선 기지국 15만 국 이상 설치 때 3조2000억원±α로, 가장 낮게 책정됐다. 

앞서 이동통신 3사는 지난 7월 2022년까지 5G 전국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동통신 사업자의 2022년 말까지의 무선국 구축 수량을 파악하고, 15만 국 미달 시 해당 구간의 옵션 가격으로 확정 및 정산하겠다는 계획이다. 각 이동통신사의 5G 투자 노력에 따라 주파수 할당 대가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어 ▲12만 국 이상~15만 국 미만: 3조4000억원±α ▲9만 국 이상~12만 국 미만: 3조7000억원±α ▲6만 국 이상~9만 국 미만 3조9000억원±α 등 순이다.

LTE 주파수의 가치는 5G 투자에 따라 낮아지므로, 5G 무선국 구축 수준에 따른 옵션가격 설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결국 2022년까지 이동통신 3사가 5G 전국망 구축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모자란 기지국 수 만큼 재할당 대가를 더 높여 받겠다는 것이다. 

◆이통사 예상치 1.6조원 2배 이상 넘는 금액

그러나 이동통신사들은 반발에 나섰다. 재할당 가격표 자체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인 데다, 산정 기준 또한 현실성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파수 재할당의 목적은 신규 사업이 아니라 서비스 유지에 있다며, 경매대가 고려 없이 매출 기준으로 대가를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 기간 5년, 매출성장률 3%를 반영해 1조5000억~1조6000억원 정도가 적정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과기부는 "과거 경매 대가 방식으로 할당한 적이 있다면 이를 반영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에 의거 과거 경매 대가를 주파수 재할당 비용 산정에 반영했다. 다만 LTE 주파수 가치 하락 반영, 5G 투자 연계 등을 이유로 1조원 정도를 낮춘 3조원대로 조율했다.

앞서 통신사는 지난 12일 과기부에 과거 10년간 신규 주파수 경매 최저 경쟁가격과 내년 재할당할 주파수 대가의 세부 산정 방식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요구한 바 있다.

또 공동 성명문을 통해 "신규할당과 달리 경쟁적 수요가 없고 기존 이용자 보호가 목적인 재할당 주파수에 대한 대가를 과거 경매가 그대로 기준치로 사용하여 산정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계속 주장했다.

특히 LTE 주파수 할당에 5G 무선국 투자 연계 조건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사는 LTE 재할당에 5G 투자를 연계하는 것은 부당결부 금지 원칙에 위반될 뿐 아니라 새로운 조건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1년 전에 통지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2018년 5G 할당 때 부과한 5G 무선국 구축 의무(부관)를 사후적으로 변경해야 하는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5G 무선 기지국 목표 기준도 현실성이 없다고 봤다. 2022년 말까지 5G 무선국 15만 국 이상 구축 조건은 2018년 5G 주파수 할당 시 부과한 5년 차 4만5000국 대비 3배를 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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