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뉴시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뉴시스)

[뉴시안=조현선 기자]삼성전자가 3나노 반도체 양산 계획을 공식화했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선두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17일(현지시각) 외신과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2년 3나노 반도체 양산에 들어간다. 박재홍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부사장이 최근 협력자 개발자들과 기술 동향을 공유하는 행사에서 이같이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 계획을 밝힌 데에는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TSMC의 3나노 관련 계획과 비슷하거나, 더 이른 시기를 노린 것이다.

통상 반도체 나노 공정은 숫자가 작아질수록 더 세밀한 공정을 뜻한다. 현재 전 세계 파운드리 업체 중 최고 기술인 5나노 공정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TSMC뿐이다. 

앞서 대만의 디지타임스 등 외신들은 TSMC는 3나노 공정 설비 설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보다 먼저 3나노 궤로에 진입한 셈이다. TSMC는 오는 2021년 3나노 공정의 시험 생산 준비를 완료한 후 2022년 하반기 양산에 들어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TSMC와 기법상 차별을 둔 점도 눈길을 끈다. TSMC가 '핀펫(FinFET)' 구조의 생산라인을 선택한 것에 비해, 삼성은 전류의 흐름을 정밀하게 제어하고 칩 영역을 축소해 전력 소비를 낮추는 '게이트 올 어라운드' 기법을 채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 등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현재 파운드리 사업은 인공지능(AI)과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의 등장으로 가속화된 성장을 앞두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시장 규모는 2500억 달러(약 275조9500억원)에 이른다. 삼성이 미래 중요 먹거리로 파운드리를 지목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삼성이 시스템 반도체 사업 확대를 강조하는 것은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가 시스템 반도체이며, 향후 수요가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계획을 위해서는 업계 1위인 TSMC를 따라잡는 것이 급선무다. 업계에서는 박 사장의 이날 발언에 대해 "삼성전자가 TSMC와 격차를 좁히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7.4%로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TSMC로 53.9%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다.

실제로 삼성은 IBM·엔비디아 등 대형 수주를 통해 고객사를 늘려가고 있다. 퀄컴과는 14나노 공정부터 10나노, 2018년에는 7나노 공정까지 협력 관계를 확대해 5G 칩 생산을 함께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이 TSMC를 매우 빠르게 따라잡으며 업계 최초로 3나노 공정을 도입해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하는 건 긍정적이지만, 초기 단계에서 차세대 노드의 생산 수율을 빠르게 개선하지 못하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TSMC가 매년 170억 달러를 투자하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삼성은 2020년 반도체 부문 투자에 260억 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예년처럼 메모리 사업의 비중이 높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