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 리그 두산 베어스 대 KT 위즈의 경기, 2회초 1사 만루상황 KT 배정대가 3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KBO 리그 두산 베어스 대 KT 위즈의 경기, 2회초 1사 만루상황 KT 배정대가 3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2020 프로야구의 주인공은 NC 다이노스였다.

NC는 정규리그 우승, 한국시리즈 우승 등 통합우승으로 2020 프로야구를 완벽하게 제패했다. 창단 9년, 2013년 1부 리그에 뛰어든 지 8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2020 프로야구는 ‘코로나 19’로 타이트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갖가지 진기록과 명 기록이 쏟아졌다.

KT 위즈 배정대 선수는 한 달 동안 무려 3번의 끝내기 안타를 터트려, 그야말로 끝내 주는 사나이로 등극했고, 에이스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 염경엽 감독의 신병으로 인한 두 번의 공백기가 있었던 SK 와이번스는 한 경기에서 무려 16개의 볼넷을 남발하기도 했다.

한화 이글스는 한용덕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중도 퇴진하고, 부상 선수들이 속출해서 프로야구 사상 가장 약체팀이었던 삼미 수퍼스타즈가 갖고 있었던 치욕적인 기록 18연패를 재현하기도 했다.

21세기 ‘두산 왕조’를 이뤘던 두산 베어스는 한국시리즈에서 25이닝 연속 무득점의 치욕적인 기록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끝내주는 사나이 배정대

KT 위즈 배정대 선수가 10월 11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4-4로 맞서던 연장 10회 말 2사 만루에서 이영하를 상대로 우중간 적시타를 때렸다. 올 시즌 자신의 4호 끝내기 안타를 날려 팀의 5-4 승리를 안긴 것이다.

배정대는 2004년 클리프 브룸바(현대)가 기록했던 KBO리그 한 시즌 최다 끝내기 타이기록까지 세웠다.

그에 앞서 배정대는 지난 9월 한 달 동안 세 번의 끝내기 안타를 기록했었다.

지난 9월 27일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팀이 3-4로 뒤지던 9회 말 무사 1, 3루에서 마무리 고우석 투수로부터 끝내기 중전 안타(5-4)로 팀 승리 및 단독 3위 수성을 동시에 이뤄냈다. 그에 앞서 지난 9월 4일 SK와 더블헤더 2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쳤고 9월 18일 두산 전에서도 연장 11회 말 끝내기 홈런을 때렸었다.

 

SK, 한 경기 16볼넷

SK 와이번스가 11연패 수렁에 빠졌다. SK는 9월 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쏠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서 4-13으로 완패했다.

9위 SK(32승 1무 71패)는 8월 28일 기아 전부터 내리 져 11연패에 빠졌다. 창단 첫해인 2000년 6월 22일 인천 롯데전부터 7월 5일 사직 롯데전까지 팀 역대 최다인 11연패를 당한 뒤 20년 만에 타이기록을 세웠다.

SK는 8명의 투수가 등판해 무려 16개의 볼넷을 헌납, 프로야구 한 경기 최다 볼넷 불명예까지 썼다.

종전 기록은 2008년 9월 3일 잠실구장에서 한화 이글스가 두산 베어스에 내준 14개였었다. 당시 경기는 18회까지 열렸다.

정규이닝 기준 한 경기 최다 볼넷은 13개였다. 2016년 8월 24일 대전 한화-넥센(전 키움)에서 한화가 13볼넷을 남발한 것을 포함해 15차례 있었다.

SK는 9월 10일 약체 한화 이글스를 5대1로 물리치고 기나긴 연패의 늪에서 빼져 나올 수 있었다.

 

한화 이글스 18연패

한화 이글스가 9회 말 2사에 터진 노태형의 극적인 결승 끝내기 적시타로 지긋지긋했던 역대 프로야구 최다 연패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화는 6월 14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서스펜디드 게임에서 7-6으로 승리를 해 5월 23일 NC 다이노스전 패배부터 이어진 연패는 18연패로 막을 내렸다.

한화는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와 함께 최다 연패 타이기록을 세웠다.

 

리그 3위 손혁 감독, 성적부진 이유로 사퇴

10월 8일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손혁 감독이 전격적으로 사퇴를 해 프로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키움은 손혁 감독이 사퇴할 무렵, 10경기 가운데 3승만을 올리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다. 한때 NC와 선두를 다퉜지만, 순위도 KT에 밀려 2위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을 앞둔 상황에서 상위권 팀 감독이 사퇴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더구나 손혁 감독은 지난해 11월 키움 감독으로 부임한 1년 차 감독이다. 시즌이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결정이어서 의아해하는 팬들이 많았다.

앞서 한화 한용덕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지만, 팀이 최하위권 연패에 빠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상위권의 손 혁 감독 사퇴와는 성격이 달았다.

손 혁 감독이 사퇴했다는 소식을 듣고,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그러면 3위 이하 팀들 감독은 어쩌란 말이야”며 푸념을 하기도 했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자신이 직접 야구 감독을 하라고 해”라면서 허 민 키움 구단 이사회 의장을 질타했었다.

 

2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BO 한국시리즈 6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4-2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NC 선수들이 트로피 앞에서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BO 한국시리즈 6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4-2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NC 선수들이 트로피 앞에서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프로야구, 최초로 하루 두 번 '누의 공과'

KBO리그 39년 최초로 하루에 두 번이나 ‘누의 공과’가 나왔다. 39년 통틀어 총 36번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 2020년 10월 17일 하루에 두 번이나 발생한 것이다.

누의 공과란 주자가 진루하거나 귀루를 할 때 순서대로 밟아야 할 베이스를 밟지 않고 지나치는 경우로 수비 측에서 어필할 때 적용된다. 심판이 받아들이면 주자는 공과 아웃으로 처리된다. 수비 측에서 이를 보지 못해 어필하지 않는다면 경기는 그대로 진행된다. 주자의 기본이 베이스를 터치하는 것이지만 ‘야구 천재’ 이종범도 누의 공과를 범한 적이 있을 만큼 보기 드물게 실수가 나온다.

10월 17일 대전 삼성-한화 전 더블헤더 1차전에서 KBO리그 역대 35번째 누의 공과가 나왔다. 4-4 동점으로 맞선 8회 말 1사 1루에서 대주자로 투입된 한화 이동훈이 임종찬의 1~2루 사이로 빠지는 타구를 확인하느라 2루를 제대로 밟지 않은 채 3루로 갔고, 이를 놓치지 않고 주시하던 삼성 중견수 박해민이 내야의 동료들에게 알려줬다. 다음 타자 김민하가 타석에 들어서자 투수 우규민이 2루로 공을 던졌고, 2루수 김상수가 베이스를 터치했다. 2루 공과 어필 아웃.

한화 최원호 감독대행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누의 공과는 판독 대상이 아니었다. 3루까지 갔던 이동훈은 허무하게 더그아웃으로 들어가야 했다. 1사 1, 3루 찬스가 졸지에 2사 1루로 바뀌었고, 기록도 우익수 앞 땅볼로 처리되면서 임종찬이 안타 하나를 잃었다. 후속 김민하가 안타를 치면서 한화의 아쉬움은 두 배가 됐다. 실질적인 3연속 안타에도 득점을 내지 못한 채 4-4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같은 날 창원 롯데-NC전에선 역대 36번째 누의 공과가 발생했다.

통산 184도루를 기록 중인 NC 1번 타자 박민우가 그답지 않은 실수를 했다. 3회 말 1사 1루 양의지의 중견수 뜬공 때 2루에서 1루로 귀루하는 과정이 문제였다.

2루를 밟고 베이스를 넘어간 만큼 다시 2루를 밟고 귀루해야 했지만 급한 마음에 지나치고 1루로 돌아가다 롯데 야수들에게 딱 걸렸다. 투수 박세웅이 후속 타자 나성범 타석 때 2루로 공을 던졌고, 2루수 안치홍이 베이스를 터치해 박민우를 2루 공과 어필 아웃 처리했다.

NC 이동욱 감독이 어필하려 했지만, 박민우 스스로 실수를 인정하며 더그아웃에 들어갔다.

그러나 경기 결과는 NC가 롯데에 4-3으로 이겼다.

 

롯데, 4타자 연속 홈런 치고도 패해

롯데는 10월 22일 인천에서 벌어진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1-5로 끌려가고 있던 6회 초 1사에서 4번 타자 이대호가 SK 투수 김정빈을 상대로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이어서 5번 타자 이병규, 6번 타자 안치홍까지 김정빈에게서 홈런을 터트려 3타자 연속 홈런을 기록했다.

SK는 투수를 김정빈에서 박민호로 교체했지만 7번 타자 한동희가 박민호의 2구째를 받아쳐 홈런을 기록, '4타자 연속 홈런'의 진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경기 결과는 8대9로 롯데가 SK에 역전패를 당했다,

앞서 KBO리그에서 나온 '4타자 연속 홈런'은 2001년 8월 삼성 라이온즈가 기록했었다. 당시 삼성의 이승엽, 매니 마르티네스, 카를로스 바에르가, 마해영이 한화 이글스전에서 '4타자 연속 홈런'을 기록했었다.

 

두산, 한국시리즈 25이닝 무실점 진기록 세워

두산 베어스는 2020 한국시리즈 3차전 7회에 득점을 올린 이후, 4차전(0-3), 5차전(0-5)에 이어 6차전 7회 2득점을 올릴 때까지 무려 25이닝 연속 무득점을 기록했다.

정규리그 3위에 그친 두산 베어스는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경기,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4경기 등 이미 한국시리즈를 한번 치를 만큼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NC 다이노스와의 한국시리즈에 임했기 때문에 체력적인 소모가 너무 많은 것이 25이닝 연속 무득점의 치욕적인 기록의 희생 팀이 된 것이다.

한국시리즈 25이닝 무득점 기록이 세워지기까지 종전 최다 무득점 기록은 SK 와이번스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기록했었던 23이닝 무득점이었다.

포스트 시즌 전체로 넓혀 보면, 2011년 준플레이오프부터 24이닝 연속 무득점을 기록했었던 기아 타이거즈의 24이닝 연속 무득점이었다.

 

양의지 두산, NC팀에서 모두 한국시리즈 MVP 차지

박경완과 함께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포수를 다투는 NC 다이노스 양의지 포수가 진기록을 세웠다.

양의지는 두산 베어스 소속이던 2016년 NC 다이노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4전 전승을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4경기 타율 0.438, 16타수 7안타 1홈런 4타점)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었는데, 이번에는 상대 팀으로 뛰면서 4년 만에 또다시 한국시리즈 MVP를 거머쥔 것이다.

양의지는 두산 베어스와 치른 2020 한국시리즈 6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318(22타수 7안타), 1홈런, 3타점을 기록했는데, 한국시리즈 6경기, 53이닝 동안 혼자서 안방을 지키며 팀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양의지는 두 팀(두산, NC)에서 한국시리즈 MVP에 오른 최초의 선수가 되는 새 기록을 세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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