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굿 콘텐츠 서비스 인증' 사업 페이스북 홈페이지. (사진=페이스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굿 콘텐츠 서비스 인증' 사업 페이스북 홈페이지. (사진=페이스북)

[뉴시안=조현선 기자]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굿 콘텐츠 인증 사업'을 졸속으로 운영하다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법령을 폐지하고, 품질개선 사업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굿 콘텐츠 인증 사업은 정부가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안정적인 양적 성장의 이면에서 늘어나는 이용자 불만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 2005년 현행 콘텐츠 산업진흥법의 전신인 온라인 디지털콘텐츠산업 발전법 시행령에 따라 최초 시행됐고 현재의 콘텐츠 제공 서비스 품질 인증 사업에 이르렀다.

심사 기준은 콘텐츠 산업 진흥법 제22조 및 같은 법 시행령 25조에 따른 '콘텐츠 제공 서비스 품질 인증 기준 고시'에 따른다. 평가 항목은 ▲서비스 기능성·서비스 안정성·이용자 편의성을 평가하는 '서비스 기술 분야' ▲사업자 경영정보·사업자 조직정보·제도 준수 등을 평가하는 '서비스 기반' ▲고객만족도 관리·고객 불만 관리를 평가하는 '고객 관리' 분야 등이다.

당초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된 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거쳐 약 10년간 사업이 계속됐다. 품질 인증 심사도 한국콘텐츠진흥원·정보통신산업진흥원·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등에 떠맡겨졌다. 일관성이 결여된 것이다. 

굿 콘텐츠 인증 사업은 연간 1·2·3차에 나눠 신청을 받았다. 그러나 2019년 이후 더는 접수를 받지 않고 있다. 인증 사업이 2019년을 마지막으로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규 업체는 더이상 접수가 불가능하며, 기존에 인증을 획득한 곳에서는 갱신 없이 해당 기한까지만 효력이 유지된다. 

이에 대해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과기정통부 측은 '저조한 참여율'을 중단 이유라고 설명했다. 접수를 진행하는데도 참여하는 곳이 적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뉴시안 확인 결과 이런 설명은 핑계에 불과했다. 지난 2015년부터는 접수 건수가 오히려 늘어났다. 실제로 2015년 215건이 접수된 가운데 125건이 인증을 통과했다. 2016년에는 281건 중 197건이 통과됐다. 2017년에는 접수 건수가 치솟아 468건에 달했고 이 중 228건이 인증을 받았다. 2018년에는 463건이 접수돼 252건이 통과됐다.

반면 참여율 제고를 위한 정부와 인증 기관들의 홍보 활동은 전무했다. 과기정통부는 해마다 사업 예산으로 약 5억원 가량을 집행했다. 이는 이용자 평가단 등 운영비에 주로 사용됐다.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이 홍보의 전부였던 셈이다. 

심지어 사업 종료에 대한 사실도 고지하지 않았다. 인증사를 대상으로 2년 주기로 진행해 왔던 '자격 갱신'이 진행되지 않는다며 이메일 등 개별적으로 안내하는 데 그쳤다.

이로 인해 새롭게 신청을 원하는 기관이나 단체의 경우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고 관련했던 부처나 인증했던 기관들에 직접 문의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마저도 인증을 담당했던 이 기관, 저 기관으로 안내가 반복되면서 민원인들은 골탕을 먹고 있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처럼 '천덕꾸러기' 사업이 된 데는 때늦은 관련 법령 폐지가 주된 이유였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는 각 정부 부처에 벌이고 있는 무분별한 인증 사업의 폐지를 지시했다. 중소기업에 입장에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명분에서다.

당시 업계에서는 정형화된 품질 만족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사업의 실효성도 지적했다. '이용자 평가단'으로 구성된 이들이 이용자 편의 기능을 평가하며 주관적인 심사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영세한 중소기업 등 민간 사이트에서 심사에 통과하기 위해 더 큰 비용을 쓰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사태를 방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018년 인증에 통과한 252건 중 공공 사이트는 150건, 민간 사이트는 101건으로 집계됐다. 민간 사이트의 참여는 저조하고, 지자체 등 공공 사이트의 참여가 활발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홍보를 통해 사업을 알릴 경우 참여가 늘고, 인증받는 기업이 늘면서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을 우려한 셈이다. 결국 참여가 저조해 사업을 폐지한다는 설명과도 모순된다. 

효율성의 문제도 제기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사업 시행 초기보다 스마트폰 양대 마켓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의 관련 정책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신규 진입하는 앱뿐만 아니라 지속해서 깐깐한 기준을 적용해 심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증 사업이 웹사이트의 기능 등을 평가해 소비자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시행된 만큼, 어느 곳이든 정형화된 기준을 적용해 심사하는 곳이 있다면 굳이 정부를 통한 인증이 필요하겠냐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도 다르지 않다. 정부 인증 사업 자체를 '규제'로 봤다. 결국 중소기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철폐하기 위해서는 인증 사업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감사원에서도 관련 사업 폐지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확인 결과 정부는 인증제도에 대해 전혀 다른 잣대를 제시하고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의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온·오프라인의 합법 콘텐츠 유통 사이트를 '지정'하는 '저작권OK 지정 및 운영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온라인 페이지를, 2015년은 오프라인상 매장 중 합법 콘텐츠를 다루는 곳을 각각 대상으로 하다가 지난 2017년 온·오프라인으로 통합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해당 사업이 합법 콘텐츠 유통 여부를 판단해 자격을 부여하는 규제 성격을 가진 '인증' 사업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저작권 안심 '지정사'에 인하우스 컨설팅을 포함한 전문적인 교육과 컨설팅, 자문을 통해 저작권을 합법적으로 유통하는 방안을 안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작권OK' 지정 사업은 ‘규제’의 성격이 없어, 관련 사업의 정리를 권고받은 사실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계사 지정 마크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지정 요건에 따른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내하고 있는 점에서 다소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한편 과기부는 굿 콘텐츠 인증 사업 종료를 가닥으로 잡고, 관련 법령 폐지를 재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 폐지가 발의됐지만, 회기 종료로 무산됐다. 이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운영되어 온 이름뿐인 유령 사업에 대한 폐지 절차를 재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사업의 주목적이었던 콘텐츠 품질 관리에 대해서는 이후 품질개선사업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세부적인 방향은 정해지지 않아 굿 콘텐츠 인증 사업과 마찬가지로 졸속 추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 '굿 콘텐츠' 관련 홈페이지는 접속할 수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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