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전북 현대모터스와 울산 현대축구단의 경기가 열린 8일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 현대모터스 선수들이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0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전북 현대모터스와 울산 현대축구단의 경기가 열린 8일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 현대모터스 선수들이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지난달 29일 벌어진 프로축구 2부 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수원 FC가 경남 FC를 무승부(무승부일 경우 정규리그 상위팀 우선)로 꺾고 1부 리그로 승격함으로써 2020 프로축구가 모두 막이 내렸다.

전북 현대가 프로축구 사상 최초로 4연패에 성공했고, 부산 아이파크는 1부 리그 최하위에 그쳐 1부 리그 승격 1년 만에 2부 리그로 보따리를 싸야 했다.

2부 리그 1위 팀 제주 유나이티드가 2부 리그로 떨어진 지 1년 만에 다시 1부 리그로 승격했고, 앞서 언급 한 대로 수원 FC가 1부 리그행 마지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잔류왕'이라는 별명답게 시즌 내내 최하위에 머물다가, 마지막에 힘을 내서 1부 리그에 살아남았고, 광주 FC는 지난해는 2부 리그 우승, 올해는 1부 리그에서도 상위 클래스(6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상주 상무는 1부 리그 4위를 차지했지만, 2021시즌부터 연고지를 상주에서 김천시로 이전하는 바람에 2021시즌 2부 리그에서 시작해야 한다.

 

프로축구, 프로야구 4연패

전북 현대가 2017년 이후 4연패에 성공함으로써 프로야구 최다연패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그동안 프로축구는 전북 현대와 성남 일화의 3연패가 최다연패 기록이 있었다.

프로야구는 해태(기아) 타이거즈가 1986년부터 1989년까지 4연패, 삼성 라이온즈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연패를 각각 이뤘었다.

과연 2021시즌 전북 현대가 프로야구와 공동 최다연패(4연패)기록을 깨트리고 5연패에 성공할 것인지.....

 

26대2

전북 현대 손준호 선수가 2020시즌 터트린 골은 겨우 2골이었다. 미드필더라고는 하지만 결코 많은 골이 아니었다.

준 우승팀 울산 현대의 주니오는 무려 26골을 넣었다. 올 시즌 ‘코로나 19’로 팀당 36경기에서 9경기가 줄어든 27경기를 치렀었기 때문에 거의 한 경기에 한 골을 터트린 셈이다.

그래서 주니오의 별명도 매 경기 골을 넣는다고 해서 ‘골무원’이다.

주니오는 경기 MVP에 12번이나 뽑혔다. 9번으로 2위인 포항 스틸러스의 일류첸코, 3위 광주의 펠리페(6회)에 크게 앞섰다.

그러나 2020 프로축구 MVP는 골무원이 아니라 우승팀 전북 현대의 손준호 선수가 차지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집계하는 부가 데이터에 의하면 손준호는 프리킥(137개), 지상 볼 경합 성공(75회), 패스 차단(171회) 등의 대부분의 지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아무리 부가 데이터에 의한 지표에서 좋게 나왔더라도 축구는 골이 말해주는 건데, 2골(손준호)과 26골(주니오)의 격차는 설명이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 축구를 가장 잘 아는 감독들이 (손준호에게) 많은 점수를 주었다고 하지만, 만약 주니오가 국내선수라도 손준호에게 밀렸을까? 이동국이나 이청용이 26골을 넣었다면 2골을 넣은 손준호에게 MVP를 빼앗겼을까?

손준호는 2014년 포항 스틸러스에서 프로로 데뷔해 2018년 전북으로 옮겼다. 플레이는 화려하지 않지만, 궂은일 즉 헌신적인 플레이를 많이 한다. 중앙 미드필더로 2골, 5어시스트로 공격 포인트는 7개에 그쳤지만 많은 움직임과 희생적인 플레이로 상대팀 감독들이 가장 싫어하는 선수가 되기는 했다.

 

3위 팀 포항 스틸러스 김기동 감독, 감독상 수상

감독상은 올해 리그 3위에 오른 포항 스틸러스의 김기동 감독에게 돌아갔다.

프로축구 역사상, 우승이나 준우승이 아닌 3위 팀 사령탑이 감독상을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팀을 우승으로 이끈 전북 현대 외국 감독 조제 모라이스, 준우승팀의 울산 현대 김도훈 감독까지 제치고 3위 팀 김기동 감독이 선정된 것이다.

김 감독이 이끄는 포항 스틸러스는 56골로 12개 팀 가운데 가장 많은 골을 넣었고, 3위를 차지해 2021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10월 18일 우승 가도를 달리던 울산 현대를 홈구장에서 4-0으로 완파해 전체 판도를 뒤흔들었다.

그러나 프로스포츠의 가장 큰 목표는 우승인데, 우승은커녕 준우승도 하지 못한 감독을 최우수감독으로 뽑힌 것이다.

 

3위를 달리던 감독(황선홍) 경질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2부 리그에서 데자 뷰 같은 일이 생겼다.

프로야구가 3위를 달리던 키움 히어로즈 손혁 감독을 경질해 많은 야구인들의 분노를 샀다. 손혁 감독을 자르는 과정에서 비 야구인들의 농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프로축구 2부 리그서도 당시 3위를 달리던 대전 하나 시티즌의 황선홍 감독을 경질했다. 자진사퇴 형식이었지만 누가 봐도 경질이었다. 황선홍 감독의 경우는 비 축구인이 아니라 선배 프런트와 축구 철학이 맞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과는 키움 히어로즈 대전 하나 시티즌 두 팀 모두 똑같이 좋지 않았다.

키움 히어로즈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LG 트윈스에 패해 5위에 머물렀다.

대전 하나 시티즌도 플레이오프에는 진출했지만 경남 FC에 져서 4위에 그쳤다.

 

'잔류왕' 인천 유나이티드

인천 유나이티드는 15라운드까지 승이 없었다.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나 조성환 감독 부임 이후 12전 7승1무4패로 전북, 포항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을 올렸다.

성남 일화와의 원정 경기에서 6-0으로 대승을 거뒀다. 성남의 연재운 선수가 이른 시간에 퇴장을 당해 10대11로 한 명이 더 많은 가운데 경기를 치렀지만, 그래도 6골이나 퍼부운 것은 팀 전체적으로 자신감을 갖게 한 경기였다.

10월 24일 부산 아이파크와의 홈경기가 고비였었다.

비기기만 해도 잔류에 성공하는데, 전반 43분 부산의 이동준 선수에게 선제골을 얻어맞은 것이다. 후반 29분 김대중, 후반 30분 정동윤 선수의 릴레이 골로 2대1로 역전승,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할 수 있었다.

 

광주, 시작은 미미했지만 결과는 상위 클래스 승격

10월 28일 프로축구계가 크게 흔들렸다.

광주 FC의 박진섭 감독이 FC 서울 감독으로 이적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러나 박진섭 감독은 광주 FC와 2021년까지 계약이 되어있어 움직일 상황이 아니었다. FC 서울 프런트가 행정처리를 원만하게 하지 못해서 난 소문이었지만 그만큼 박진섭 감독의 위상을 말해주는 일화였다.

박진섭 감독은 2019시즌 ‘19경기 연속 무패’ 등의 기록을 세우면서 2부 리그를 평정하고 팀을 1부 리그로 승격시켰지만, 1부 리그에서는 처음 3경기를 모두 패해 “역시 2부 리그와 1부 리그는 다르다”는 것을 절감해야 했다.

박 감독은 결국 팀을 사상 처음 '파이널 A(6위 이내)'에 올려놓는 놀라운 지도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파이널 A에서 치른 마지막 5경기에서 5전 전패를 당하면서 6위에 그치고 말았다.

 

이동국·정조국의 은퇴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 가운데 한 명인 이동국 선수가 은퇴했다.

이동국은 국가대표로 105경기 33골, 통산 844경기 344골을 넣은 한 시대를 풍미했었던 최고의 공격수였다.

이동국과 함께 은퇴한 정조국은 K리그에서만 392경기 121골을 넣었다.

정조국은 FC 서울부터 제주 유나이티드 팀까지 18년간 5개 팀을 거치며 K리그 우승 2회, K리그2 우승 1회 등 여섯 차례 우승컵을 들었다.

1부 리그에서는 울산 현대의 주니오 선수가 26골로 득점왕에 올랐고, 2부 리그에서는 수원 FC의 안병준 선수가 21골을 넣어 득점왕과 MVP로 뽑혔다.

안병준은 K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조총련 계 북한 대표 출신 MVP를 차지한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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