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배터리 공장(좌)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우). (사진=뉴시스)
LG화학 배터리 공장(왼쪽)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사진=뉴시스)

[뉴시안=조현선 기자]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낸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판결을 재차 연기했다. 연기 사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ITC는 이날(현지시간)로 예정된 최종 판결을 내년 2월 10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앞서 ITC는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 측에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추가적 심리나 증거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LG화학의 주장을 인정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조기 패소 예비판결 전면 재검토 과정을 거치고 있다. 

당시 ITC는 영업비밀침해 소송 전후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증거 훼손 및 포렌식 명령 위반을 포함한 법정 모독을 했다고 판단하고, 제재 행위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해당 판결은 세 번째 연기되는 것이다. ITC는 지난 10월 5일로 예정된 최종 판결일을 두 번 연기한 바 있다. 연기 사유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연기 사유를 두고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단순 연기이며, 결과가 번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세계를 덮친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ITC의 판결이 연기된 경우가 50건 이상이며, 판결 연기 이력을 가진 소송 14건 중 현재 9건의 소송에서 관련 법 위반 결론이 났다는 것이다. 

반면 ITC가 판결에 그만큼 심사숙고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 차례에 걸쳐 총 넉 달을 연장한 것은 이 사안의 쟁점을 두고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심도 있게 살펴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새로 출범하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최종 판결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ITC의 최종 판결이 나오더라도, 미국 행정부가 '비토(veto·거부권)'를 행사할 수 있어서다. 최악의 경우 양사간 배터리 소송전의 결말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로 회부된다.

만약 최종 판결에서 LG화학 승소 판결이 유지될 경우, SK이노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등 부품·소재의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된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의 사업에도 차질이 생긴다. 배터리 소재 부품 모두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해 사실상 미국에서 영업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된다.

앞서 포드와 폭스바겐은 ITC 측에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부품을 들여오는 것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州)에 배터리 1·2공장을 건립 중이다. 예상되는 신규 일자리 수는 2600개에 달한다.

바이든 당선인이 친환경과 일자리를 주요 키워드로 강조한 만큼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사업 종료 사태는 막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 양사는 이번 연기와 상관 없이 소송에 충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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