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KB모바일인증서, 쏠인증 바이오인증서(지문), 하나원큐 얼굴인증. (사진=KB국민은행, 쏠(SOL) 캡쳐, 하나은행)
(왼쪽부터)KB모바일인증서, 쏠인증_바이오인증(지문), 하나원큐 얼굴인증. (사진=KB국민은행, 쏠(SOL) 캡쳐, 하나은행)

[뉴시안= 임성원 기자]공인인증서 제도가 21년 만에 폐지됨에 따라 민간 전자서명 시대의 서막이 열렸다. 이에 은행권도 앞다퉈 자체 인증서를 선보이며 물밑에서 각축전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은 미완성이다. 

앞서 지난 5월 국회에서 기존 공인인증서의 독점 지위를 없애고 같은 조건에서 민간 인증서와 자율경쟁을 촉진한다는 골자의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지난 10일, 1999년 개발된 공인인증서는 ‘공동인증서’로 새롭게 명칭이 변경됐다. 기존에 발급받은 건은 유효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계속 사용이 가능하다. 또 유효기간이 끝날 경우에도 갱신해서 이용할 수 있다. 

공인인증서 시대의 막이 내림에 따라 이동통신 3사의 Pass, 카카오 인증서 등 민간 인증서와 함께 은행권도 민간 인증서 시장에 적극 나서며 이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 졌다. 

우선 은행들은 종전 공인인증서에서 지적됐던 불편 요소를 보완한 ‘금융인증서’ 서비스를 도입했다. 금융결제원과 은행권·카드사 등 22개 금융사와 함께 선보이는 서비스이다.

기존 인증서는 매년 인증서를 갱신해야 했지만, 금융인증서의 유효기간은 3년이고 별도 연장 없이도 자동 갱신되는 편리함이 있다. ‘액티브엑스’(ActiveX)나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 등 별도 플러그인을 필수로 설치하지 않고도 이름·생년월일·휴대전화 번호 등을 통해 ‘1분 남짓’으로 빠르게 발급받을 수도 있다. 또 10자리 이상 복잡한 비밀번호 대신 간편 비밀번호 6자리나 생체정보 등의 인증 방법으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특히 금융인증서는 기존에 PC나 스마트폰 등에서 쓸 때마다 인증서 이동 과정을 거치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정보를 암호화한 ‘클라우드’에 보관해 보안성과 편리함을 동시에 추구했다. 이외에도 기존 공인인증서를 발급하기 위해선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보안카드나 OTP 등을 갖춰야 했지만, 은행 지점 방문 없이도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인증 등록을 진행할 수 있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금융인증서와 함께 민간 인증서도 병행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C제일은행은 은행권 처음으로 지난 10일, 공인인증서 폐지 시점에 맞춰 카카오페이나 토스 등 핀테크 기업의 인증서를 통해서도 일부 금융 거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은행권들은 이동통신 3사 Pass·카카오 인증서 등 타 기관의 민간 인증서를 은행 업무에 적용하는 것과 관련해선 보안성 등 이유를 들어 아직 조심스러워하는 거로 보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타 기관의 민간 인증서의 사용 여부는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신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인증서를 개발해 고객들을 확보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가장 두각을 나타낸 곳은 KB국민은행이다. 지난해 은행권 처음으로 ‘KB모바일인증서’를 선보인 KB국민은행은 이달 4일 기준으로, 570만명이 넘어섰다. 해당 서비스는 KB국민은행을 처음 거래하는 고객도 본인 명의 휴대폰과 신분증만 있으면 영업점 방문 없이도 ‘1분 남짓’으로 빠르게 발급할 수 있다. 스마트폰 환경에 최적화된 지문·Face ID·패턴 중 선택해 간편하게 로그인 할 수 있고, 보안카드나 OTP 없이도 6자리 간편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금융 거래가 가능토록 구축했다. 

아울러 고객의 금융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금액 이상의 거래할 때는 ‘ARS 인증’ 등의 추가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치게 함으로써 보안성도 함께 신경 썼다. 또 유효기간이 없어 주기적으로 갱신해야 하는 번거로움의 문제를 해결했다. 다만, 비대면 금융거래의 안전성을 위해 1년간 거래하지 않을 경우엔 재발급을 하도록 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10일, 전자서명법 개정안 시점에 맞춰 ‘쏠(SOL)인증’을 선보이며 은행 앱인 쏠(SOL)의 간편 로그인 수단을 금융 거래에 확대 적용해 시행했다. 해당 서비스는 고객이 쏠 앱에서 지문·패턴·생체인증 등 로그인 수단을 등록하면 전자서명이 필요한 업무에 본인이 등록한 방식으로 인증이 가능한 신한은행의 자체 인증 서비스이다. 인증서의 유효기간이 없어 주기적으로 갱신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또 기존 간편 로그인 수단을 이용한 고객은 별도의 절차 없이 쏠인증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 측은 “현재는 오픈뱅킹 계좌 등록·설정과 골드·실버뱅킹 SMS 등록·해지나 입금 서비스, 착오 송금 비대면 반환 동의 등 일부 서비스에만 적용했지만, 추후 ‘공동인증서’(구 공인인증서)가 필요한 대출이나 금융투자 신규 상품 등 거래에도 쏠인증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역시 자체 인증서로 ‘하나원큐 모바일 인증’ 서비스를 내놨다. 보안카드나 OTP 없이도 ▲지난 8월에 선보인 얼굴 인증(휴대폰 기종 무관하게 사용 가능) ▲간편 비밀번호(6자리) ▲지문 인증 등을 금융 거래 중 전자서명이 필요한 업무에 이용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

주요 시중은행 중 NH농협은행 측은 자체 인증서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라고 했고, 우리은행 측은 아직 추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은행들의 자체 인증서는 기존 인증서의 불편한 요소를 보완하는 데 집중했지만, 고객들이 완벽한 서비스를 누리게 하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인증 수단을 활용해 이용 채널에 한계가 있고, 해당 은행 또는 그룹 계열사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범용성 확보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등의 문제가 단점으로 지적된다.

KB국민은행의 ‘KB모바일인증서’의 경우 모바일뱅킹 외에도 인터넷뱅킹에서도 연동 로그인이 가능하고, KB국민카드·KB증권 등 KB금융 5개 계열사 앱에서도 로그인이 가능한 통합인증체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신한은행의 ‘쏠인증’과 하나은행의 ‘하나원큐 모바일 인증’ 서비스는 현재 모바일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기존의 인터넷뱅킹 이용자나 금융 취약 계층 등을 고려하지 못했다.

은행권 자체 인증서의 공공 부문 등 범용성 확보 문제도 아직 과제로 남았지만, KB국민은행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결과 이르면 향후‘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할 때 ‘KB모바일인증서’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KB국민은행은 최근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공공분야 전자서명 확대 도입을 위한 시범 사업에 금융권 중 유일하게 후보 사업자로 선정돼 범용 가능성을 보여줬다. KB국민은행 측은 “앞으로도 정부24와 국민신문고 등 공공 부문에서 더 간편하게 비대면 거래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향후 쏠인증 서비스를 은행 업무 외에도 확대해 사업화할 계획이다”라고 언급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공공 부문 확대와 관련해선 정부의 지침이 내려오면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보안성 유지와 고객의 편리성 제고를 기반으로 해 준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이 기존 인증서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한 자체 인증서를 내놨지만, 자체 인증서만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인다.

앞으로 이동통신 3사 Pass나 카카오 인증서 등 민간 인증서와 함께 치열한 경쟁할 은행권이 민간 인증서 시장 선점, 수익 창출 등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선 자체 인증서의 단점을 완벽하게 극복할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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