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2세대 아이폰SE (사진=애플 홈페이지)
애플의 2세대 아이폰SE (사진=애플 홈페이지)

[뉴시안= 조현선 기자]2020년 국내 모바일·이동통신업계의 주요 키워드는 역시 코로나19였다. 프리미엄 마케팅을 고집해 왔던 스마트폰 제조사는 판매 전략을 변경했고, 대규모 신제품 공개 행사는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초프리미엄급' 스마트폰 마케팅에서 탈피해 중저가 제품군 확대가 눈에 띄었다.

지난 5월, 때아닌 중저가폰 격전이 벌어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 등 주요 제조사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준프리엄급 또는 보급형 제품을 출시하며 코로나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공략한 것이다. 

눈에 띄는 건 애플의 행보였다. 애플은 보급형 스마트폰인 아이폰SE 2세대를 출시했다. 4년 만에 내놓는 저가 라인이다.  

국내 출시 가격은 기본형 64GB가 55만원부터 시작한다. 전작인 아이폰11 기본형의 출고가가 100만원에 육박했던 것에 비하면 거의 반값 수준이다.

아이폰SE는 4.7인치 레티나HD디스플레이와 최신 아이폰에 탑재된 것과 같은 A13 바이오닉 칩셋이 탑재됐다. 외관상으로는 2017년의 아이폰8 모델을 닮았지만 2019년의 아이폰11만큼 빠르게 작동한다는 평이 나왔다. 소비자들은 애플이 아이폰X부터 지원하지 않았던 홈 버튼의 귀환에 열광했다.

실제로 2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코로나가 본격화되던 전 분기 대비 9% 증가하면서 회복세를 보였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리서치포인트'는 2분기 들어 중저가 모델을 중심으로 수요가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아이폰SE는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아이폰SE 출시를 계기로 스마트폰 시장이 회복세를 보였다는 의견도 나왔다. 50만원대라는 저렴한 가격이 판매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애플은 아이폰12 시리즈에 이례적으로 '미니' 제품을 추가하며 이같은 흐름을 이어갔다. 기본 제품인 아이폰12와 대체로 비슷한 스펙을 가졌지만, 가격은 저렴하다. 국내에서도 수능 시즌과 맞물려 판매량이 급증해 아이폰12 프로에 이어 판매량 2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LG·애플, 스펙은 올리고 가격은 내리고

반면 삼성전자는 코로나19의 직격타를 맞았다. 야심차게 내놓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0의 출시 시기가 코로나와 맞물렸고, 고가의 기기값이 영향을 미쳤다. 각 이통사와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사전예약 기간을 일주일 연장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또한 5G 상용화 이후 품질 논란이 이어진 탓에 판매량을 쪼그라들었다.

삼성은 이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준프리엄급의 '갤럭시S20 FE(팬 에디션)'을 공개했다. 갤럭시 팬들이 선호하는 기능들을 모두 담았다는 의미다.

갤럭시S20 FE는 출고가 90만원 대의 가격에도 6.5형의 인피니티-O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장착했으며, 120Hz의 고주사율을 지원한다. AP는 갤럭시S20에 출시된 퀄컴의 스냅드래곤865, 삼성전자의 엑시노스990칩을 탑재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이라고 하기에도 손색없는 스펙이다.

그래서일까, 소비자들은 'FE'에 열광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삼성전자 뉴스룸, 삼성 유튜브 채널 등 온라인으로 진행된 언팩의 동시 접속자 수는 최대 약 16만명까지 치솟는 등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10월 한 달 동안 판매량만 총 200만대로 추정됐다.

실제로 갤럭시S20 FE는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갤럭시 시리즈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웨이브7 리서치의 조사 결과 현지 이동통신 매장 60%에서 갤럭시S20 FE를 갤럭시 시리즈 중 가장 많이 판매되는 제품으로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갤럭시S20, 갤럭시노트20 울트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적이다.  

이외에도 '작정하고 내놓은' 중저가 스마트폰 제품군인 갤럭시A 시리즈를 강화하는 등 중저가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LG전자도 올해 중저가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다수 내놨다. 특히 LG Q92는 5G 스마트폰임에도 5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으로 출시돼 이슈가 됐다. 최근 ‘K 시리즈’라고 명칭한 K42, K52, K62 모델도 출시 이후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격대는 30만~40원대다.

삼성전자는 1일 오후 11시 뉴스룸 통해 '언팩 파트2'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갤럭시Z 폴드2'를 공개했다. 2020.09.01. (사진= '삼성 갤럭시 Z 폴드2 언팩 파트 2' 실시간 영상 갈무리)
삼성전자는 1일 오후 11시 뉴스룸 통해 '언팩 파트2'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갤럭시Z 폴드2'를 공개했다. 2020.09.01. (사진= '삼성 갤럭시 Z 폴드2 언팩 파트 2' 실시간 영상 갈무리)

◆삼성은 접고, LG는 돌렸다…이형(異形) 폼팩터 대전 본격화

지난해부터 세계 최초의 폴더블폰인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 출시 이후 본격화되던 이형(異形) 폼팩터(Form factor, 제품의 구조화된 형태를 의미) 대전에도 불이 붙었다. 

삼성전자는 '폴더블 맛집'답게 올해에만 갤럭시Z플립, 갤럭시폴드2 등을 연달아 선보였다.

갤럭시Z플립은 세로로 접히는 클램셸(Clamshell) 형식의 폼팩터다. 세로로 접히는 특성 탓에 옛 폴더폰의 향수를 자극하는 디자인으로 국내에서도 높은 호응을 얻었다. 놀라운 제품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전역에서 '완판' 행진을 이어가는 등 인기를 끌었다. 외신들은 "사각형으로 접히는 큰 스마트폰은 놀라울 정도로 쾌적한 사용성을 보여주며, 휴대성도 매우 간편하다"며 호평을 쏟아냈다.  

또 70도~130도 각도로 자유롭게 고정할 수 있는 '프리스탑 힌지 시스템'을 제공해 별다른 스탠드 없이 평평한 곳 어디에서나 원하는 각도로 폰을 세워놓을 수 있어 '셀피' 촬영에 익숙한 2030여성들에게 인기였다.

이외에도 전작의 시행착오를 통해 더욱 완성된 제품력을 자랑하는 갤럭시폴드2도 출시했다. 베젤이 거의 없이 꽉 찬 화면을 제공하는 외부 디스플레이 변화가 눈길을 끌었다. 특히 두 제품 모두 톰브라운과 협업한 프리미엄 패키지가 한정 출시돼 이슈가 되기도 했다. 

LG전자는 옛 '가로본능'의 추억을 떠올리는 회전형 폼팩터를 가진 전략 스마트폰 'LG 윙'으로 맞섰다. LG가 가장 '잘하는' 멀티태스킹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6.8인치 메인스크린과 4인치 보조 스크린을 장착해 두 개의 화면을 이용하는 구조로, 강력한 '듀얼스크린' 기능을 제공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 화웨이, 모토로라 등이 최신형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하반기 폼팩터 대전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같은 추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LG전자가 상반기 중 돌돌 말린 형태를 따 '상소문 에디션'이라는 별칭이 붙은 롤러블 스마트폰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내년 중 폴더블 제품군의 다양화와 대중화에 힘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KT 직원들이 경기도 파주산업단지의 상용망에 구축된 5G 단독모드(SA) 네트워크를 시험하고 있다. (사진=KT)
KT 직원들이 경기도 파주산업단지의 상용망에 구축된 5G 단독모드(SA) 네트워크를 시험하고 있다. (사진=KT)

◆5G 가입자 1000만 시대…이통통신3사, 해답은 '탈통신'

지난해 세계 최초 5G 상용화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가입자 1000만 시대를 맞이한 국내 이동통신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지난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통신서비스 통계현황에 따르면, 10월 말까지 5G 가입자는 998만397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달보다 73만5113명(7.9%) 증가한 수치다. 증가 추이를 고려할 때 11월에는 5G 가입자 수가 1000만명을 무난히 넘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이동통신업계는 각자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등 5G 특화 콘텐츠를 내세워 당초 제시했던 1200만 가입자 확보 목표를 위해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5G 확산을 위해 특화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먼저 SK텔레콤은 5G용 AR·VR 콘텐츠 제작 시설인 '점프 스튜디오'를 확장 이전하고 5G 콘텐츠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한다. 5G 콘텐츠 사업 확대를 목표로 광고·엔터테인먼트 분야 기업을 대상으로 초실감 콘텐츠를 합리적인 비용으로 제작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점프 AR·VR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올해 구글과 실감형 콘텐츠 협력을 강화한 데 이어 지난 9월 5G 콘텐츠 연합체 'XR 얼라이언스'를 출범해 초대 의장사 역할을 맡았다. 최근에는 실제 우주정거장(ISS)에서 촬영한 콘텐츠를 'U+VR'로 선보였다. 향후 고품질 콘텐츠를 선보이는데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KT도 다양한 분야에서의 실감형 콘텐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최근 차이나모바일의 자회사인 미구(Migu)와 5G 콘텐츠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5G 기반 K-콘텐츠 생중계 서비스를 중국과 홍콩 등지에 수출하고, 자체 OTT 서비스인 Seezn(시즌)의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다 많은 고객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여전히 5G의 진입 장벽으로 불리는 서비스 품질과 고가 요금제 관련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KT는 지난 10월 이통3사 중 가장 먼저 4만원대 5G 요금제 '5G 세이브'를 선보이며 5G 대중화에 나섰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중저가 요금제를 검토 중이다.

근본적인 5G 품질 개선을 위한 수조원대 설비 투자도 이어졌다. 지난해 이통 3사별 5G 설비투자 규모는 KT 3조2570억원, SK텔레콤 2조9154억원, LG유플러스 2조6085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3분기까지 5G 설비투자 규모는 SK텔레콤 1조8922억원, KT 1조7800억원, LG유플러스 1조6000억원이다. 4분기 투자 여력을 감안하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관련 설비 투자 및 집행에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선방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같은 대규모 설비 투자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각 통신 3사의 수장들은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2022년까지 5G 전국망 구축을 위해 3년 동안 25조7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5G 기지국 수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월 기준 전국에 설치된 5G 기지국 수는 10만9000개로, 현재에는 이통 3사가 각각 5만개 안팎의 5G 기지국을 구축한 것으로 추산된다.

2021년에는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채찍과 당근'을 통해 전국망 구축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세법 개정을 통해 5G 이동통신 투자 설비에 3% 공제율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기업에 적용되는 투자세액공제율이 ‘최대 3%’에서 1%로 하향되는 가운데, 통신 3사의 5G망 투자에 최대 2%포인트의 우대 공제율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 수도권 지역의 기지국 확충  투자 때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인구 밀도가 높은 수도권 지역에서 충분한 기지국이 확보되어야 5G 전국망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사실상 정부의 디지털 뉴딜을 위한 '당근책'이다.

'채찍'도 있다. 정부 차원에서 주도하는 5G 품질평가를 통해 이동통신사의 전국망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업계의 예상대로라면 올해 실행에 옮겨졌어야 할 '진짜 5G' 28㎓ 대역과 5G 단독 규격 통신 상용화는 속도가 더딘 상태다. 이통 3사가 2021년까지 28㎓ 대역 기지국 1만 5000대를 의무 구축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구축된 기지국 수는 '0개'이다. 이들은 2021년 5G 28㎓ 대역 서비스를 B2B(기업간 거래) 분야에 우선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실증에 나서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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