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뉴시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뉴시스)

[뉴시안=조현선 기자]2020년 전자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전반적으로 선방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가전 수요가 급증했으며, 언택트와 펜트업이라는 양쪽 날개를 달았다. 반도체는 다시 호황기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펜트업 품고 날아다닌 가전 업계…'역대급' 실적 이어져

18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IT 업계의 올해 주요 기업은 '코로나 수혜'를 톡톡히 봤다.

당초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제조사들의 해외 생산 거점이 셧다운 되고,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오프라인 매장 운영이 어려워지자 해당 실적 하락을 우려했다. 신제품이 출시되고, 영업이 재개되더라도 소비자들의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걱정됐다.

그러나 5월 말 생산이 재개되고 오프라인 매장이 다시 운영을 시작하면서 판매량은 회복세를 보였다. 주춤했던 가전 부문도 반등했다.

특히 집콕족의 확대로 에어컨·건조기·의류관리기·식기세척기 등 신가전에 대한 관심이 확대돼 판매량이 크게 늘어났다.

또 코로나19 탓에 억눌려 있던 수요가 급격히 살아나는 펜트업 효과와 집콕 생활의 시너지로 프리미엄 가전, 대형 TV 등의 판매량도 크게 늘어나 관련 기업의 실적 대박을 이끌었다.

특히 백색가전의 강자로 꼽히는 LG전자는 올해 2분기 생활가전 영업이익률이 역대 2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반기 매출은 12조8338억원, 영업이익은 4594억원으로 미국의 최대 가전 기업 월풀을 꺾고 세계 1위 가전 회사로 등극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같은 실적을 기반으로 LG전자는 3분기 기준 누적 매출 16조9196억원, 영업이익 959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3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통상 연간 영업이익은 2조원을 밑돌았지만, 올해는 3분기 만에 벌써 2조원을 넘긴 셈이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가전사업을 담당하는 H&A 사업본부의 연간 매출이 22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3조원 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도 소비자 가전 부문(CE)의 호실적을 이어갔다. 3분기 CE 부문의 누적 영업이익은 2조74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인 2조610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에서 한 관람객이 SK하이닉스의 반도체를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br>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에서 한 관람객이 SK하이닉스의 반도체를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도체 '슈퍼 호황기' 실적 넘기기도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락 이후 올해 초까지만 해도 주춤하던 반도체 업황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언택트 생활이 자리 잡은 덕분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5% 늘어난 897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으로 꼽히는 반도체의 수출량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선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약 2년 만이다. 

올해 들어 반도체 수출은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와 원격 수업이 늘고, 언택트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서버·PC용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이어져 꾸준히 호조세를 보여 왔다.

이에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5조4300억원, 3분기 5조5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4분기 10조원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같은 호실적은 올 한 해 동안 PC와 모바일 D램 가격이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서버용 D램도 꾸준히 가격을 회복해가는 추세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게임 콘솔과 분기별 신규 스마트폰 출시 등으로 인해 수요가 늘어난 점이 반영됐다.

아울러 미·중 무역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화웨이가 막바지 반도체 대량 선매수에 나섰던 것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호황의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삼성전자의 주가가 '7만(원대) 전자'를 넘어 '9만(원대) 전자'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도 깜짝 실적을 이어갔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1조946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3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75% 증가한 1조2997억원을 기록하는 등 '깜짝 실적'을 냈다. 4분기에는 8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호황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최근 낸드 플래시 사업 영역 확장을 위해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연내 택시면허 약 1000대 확보를 목표로 법인택시사 인수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카카오 모빌리티 사옥. (사진=뉴시스)

◆네이버·카카오, '코로나 특혜' 톡톡히…언택트 시대 발 빠른 대처 덕분

IT업계도 코로나19로 언택트 특수를 누렸다. 국내 양대 인터넷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 대표 게임 기업 엔씨소프트와 함께 '언택트 3대장'으로 꼽히기도 했다.

지난 7월 기준 상반기 국민연금의 이들 기업 내 지분가치 상승만 5조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가 200억원에 그친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성적이다.

먼저 네이버는 3분기 매출 1조3608억원을 기록했다. 자회사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통합 준비로 이번 분기부터 라인의 매출이 실적에서 제외된 것을 고려하면 처음으로 분기 매출 2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카카오는 분기 매출 1조1004억원을 내며 사상 최초 '1조클럽'에 가입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한 광고, 커머스 사업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모빌리티 등 신사업 매출이 큰 폭으로 상장했다. 

이들은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광고사업 이외에도 커머스, 콘텐츠, 핀테크 등 신사업들의 고른 성장을 보여 눈에 띈다. 업계에서는 양사 모두 비대면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빠르게 적응한 것이 주효했다는 의견이다.

이들 기업은 4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언택트 시대가 도래한 만큼, 플랫폼 기업의 모든 사업 부문이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커머스 사업을 필두로 광고 효율 개선을 위한 플랫폼 고도화 등 성과형 광고를 지속 강화해 매출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는 주요 매출원으로 꼽히는 카카오톡 기반의 광고 매출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영업이익은 2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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