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에서 선적 기다리는 자동차 (사진=현대자동차)
평택항에서 선적 기다리는 자동차 (사진=현대자동차)

[뉴시안= 손진석 기자]2020년은 유난히도 힘겨운 한해였다.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의 발생과 장기화로 인해 자동차업계는 수출부진으로 지난해보다 저조한 실적에 힘겨워했다.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기아‧쌍용‧르노삼성‧한국지엠)는 수출에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매 둔화로 실적이 감소됐지만, 내수시장에서는 정부의 개소세 지원, 신차 효과 등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와 자율주행자동차, 미래 모빌리티 관련 사업들이 가속화되면서 자동차 산업계는 유난히 바쁘고, 변화도 많았다. 

◆ 자동차업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생산‧수출 고전…내수 활성화로 위기 극복

국내외 자동차 업계는 글로벌 체인 시스템상에서 원활하게 유지되던 부품수급이 올해 초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생산을 멈출 수밖에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코로나가 장기화로 이어지며 근로자들의 감염사태가 발생하는 등의 이유로 또 공장이 멈춰 섰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신차 생산에 차질이 발생한 것과 동시에 이동금지 및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전염병 예방 조치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신차 수요 또한 감소하면서 국내 생산업체들의 수출이 급속히 감소했다.

국내 완성차 5개사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584만4000여대를 수출했는데 올해 같은 기간 480만9000여대를 판매해 약 18% 수출 물량이 줄었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올해 3분기까지 260만5000대를 판매해 지난해보다 19.3%가 감소했다. 누적 영업이익도 1조1403억원으로 지난해의 50% 수준에 그쳤다.

코로나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정부는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지원을 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7월 시작한 개소세 30% 인하 조치를 올해 1월 마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3~6월까지 한시적으로 인하 폭을 70%까지 늘려 내수 판매에 도움을 줬다. 6월 이후에도 코로나가 지속되자 7월부터 개소세를 30%로 인하 폭을 낮춰 개소세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국내 완성차 5개사는 내수시장에서 1월에서 11월까지 약 147만대를 판매해 지난해 약 138만대보다 6.2%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한편 수입차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올해 13.4%가 증가한 24만3000여대를 판매했다.

수입차의 경우 유럽브랜드인 벤츠‧BMW‧폭스바겐‧볼보 등의 판매가 증가했고, 미국브랜드인 쉐보레도 눈에 띄는 늘었다. 반면 일본 브랜드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인 불매운동으로 인한 영향으로 급격한 판매 감소가 이뤄졌다. 더욱이 닛산은 국내 철수를 결정하고 한국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국내 기업들의 미래차 전환율 (자료=한국자동차산업협회)
국내 기업들의 미래차 전환율 (자료=한국자동차산업협회)

◆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미래차 시대로 진입

코로나19 장기화는 그동안 진행되고 있던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구조 조정을 가속화 시켰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로 인한 불황을 벗어나기 위한 부양책으로 순수 전기차, 수소차 관련 연구와 개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산업 전반에 친환경 실천을 위해 각국의 제도가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이런 상황에서 더욱 전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더욱이 자율주행차, 인공지능‧음성인식‧생체인식 등의 기술을 자동차에 적응하는 등 첨단 기술과 자동차의 결합 통한 첨단 미래자동차에 대한 연구도 가속화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도 내연기관차 플랫폼에 전기차를 생산하던 것을 내년부터는 전기차전용 플램폼 E-GMP를 사용해 생산에 들어가는 등 2040년까지 출시하는 전 차량을 전기‧수소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내연기관 중심이던 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자동차의 전동화로 엔진, 연료탱크, 구동전달 등 상당수 부품이 불필요해지는 이러한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내연기관차는 약 3만개 정도의 부품이 사용되지만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37% 정도 부품 가짓수가 줄어든 약 1만9000개의 부품이 사용되기 때문에 자동차 부품사들의 빠른 상황인식과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현대자동차의 걸어다니는 자동차 콘셉트카 엘리베이트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걸어다니는 자동차 콘셉트카 엘리베이트 (사진=현대자동차)

◆ 현대차그룹 정의선 시대 개막…“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 시작”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14일 정의선 회장이 취임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정 회장은 취임 직후 그룹의 인사를 통해 신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하기 위한 바탕을 만들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10일 주주와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등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한 ‘2020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미래 청사진을 내비쳤다.

현대차는 현재 주력 분야인 내연기관차에서 전동화, 수소,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분야로 그룹의 체질을 개선한다고 발표했다.

정 회장은 모빌리티를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고 중장기 전략을 본격화했다. 이번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한 내용은 지난해 발표했던 ‘2025 전략’의 발전형으로 스마트 모빌리티 기기와 서비스 중심으로 구성됐던 계획에 수소연료전지 기반 사업인 ‘수소솔루션’이 추가됐다.

수소솔루션을 진행하기 위해 현대차는 ‘HTWO’ 브랜드로 2030년까지 전 세계 시장에서 70만기의 수소연료전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신규 3대 사업구조를 중심으로 2025년까지 완성차사업 경쟁력 제고와 전동화 선도, 모빌리티 서비스사업 기반 구축, 수소 생태계 이니셔티브 확보 등의 실현을 목표로 정했다.

또 개선된 자율주행차 분야의 목표도 설정했다. 먼저 카메라‧레이더‧라이다 등 센서로부터 수집된 정보를 처리하는 차세대 ‘통합제어기’와 차량 성능을 업데이트시키기 위한 소프트웨어(SW)인 ‘OTA’ 기능을 내년까지 개발한다.

이를 2022년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 신형 ‘G90(프로젝트명 RS4)’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부분자율주행인 ‘레벨3’ 상용화는 물론 향후 완전자율주행 수준의 ‘레벨4‧5’ 까지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한편, 정의선 회장 체제의 주력 상품인 전기차에서 화재 등 품질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신뢰성에 약점을 보이고 있다.

현재 현대차의 주력 전기차 모델인 ‘코나EV’가 최근 국내외에서 화재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현대차는 아직 명확한 원인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브레이크 결함마저 발견되어 코나EV 소유주들은 현대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한국지엠노조가 지난해 9월 파업 결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지엠 노조)
한국지엠노조가 지난해 9월 파업 결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지엠 노조)

◆ 국내 車업계 가장 큰 문제 “노조 파업”

유독 힘들었던 2020년 자동차 업계에서 노조의 파업은 사회문제로 크게 대두되며, “회사보다 노조가 먼저”라는 노조의 파업은 정당한 노조 권리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 해였다.

올해 현대차와 쌍용차는 임단협(임금단체협상)을 서둘러 마무리 지어 코로나 상황에서 더 이상 노조의 파업은 명분이 없을 것으로 업계는 생각을 했지만, 나머지 기아차‧한국GM‧르노삼성 노조는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연쇄 파업을 진행하거나 예정되어 있다. 이에 소비자들도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득만 따지는 노조로 인해 해당 회사의 차량 구매를 하지 않겠다는 소비자가 나타날 정도였다.

현재 기아차 노사는 임금과 성과금, 기존 공장 내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 공장 설치 안 등에 대해 상당 부분 합의를 도출했지만 ‘잔업 30분 복원’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어 노조는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보다 파업을 먼저 시작한 한국지엠의 경우 노조가 부분 파업을 지속해서 강행하자 미국 GM본사는 부평공장에 대한 1억9000만 달러(약 213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보류‧재검토를 통해 철회하겠다는 의중을 보인 바 있다. 더욱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까지 하겠다는 강경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지엠은 지난 18일 극적으로 2020 임단협을 타결한 상태다.

지난해 진통을 겪은 르노삼성도 노조와 임단협 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르노삼성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파업을 선언하지는 않은 상태로 언제든지 파업을 강행 할 수 있어 르노삼성차 공장이 있는 부산 지역 사회의 자동차 관련 산업계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노조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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