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 (사진=뉴시스)
대만의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 (사진=뉴시스)

[뉴시안= 조현선 기자]글로벌 파운드리 기업 TSMC가 애플의 3나노 공정 수주 계약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파운드리 부문의 5나노 공정이 대중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중국 경제일보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대만 TSMC와 최신 3나노 공정의 칩 셋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폰14(가칭)는 TSMC 3나노 칩셋이 포함된 최초의 제품이 될 전망이다. 

이날 경제일보는 3나노와 4나노 공정의 테스트 프로세스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TSMC의 3나노·4나노 공정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으며, 곧 월 5만개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상용화 단계에서는 연간 60만개의 생산능력을 목표로 한다.

TSMC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환경 변화로 태블릿을 포함한 PC용 제품에 3나노 공정을 최초 도입하고, 2022년 하반기 중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탑재될 AP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계약으로 애플의 모든 전자제품을 자체 설계한 칩으로 대체하려는 계획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아이폰 뿐만 아니라 MAC과 최신형 아이패드에 탑재될 칩에도 3나노 공정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 1위인 TSMC가 3나노 공정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가 웅성이고 있다. 통상 반도체 나노 공정은 숫자가 작아질수록 더 세밀한 공정을 뜻하며, 그만큼 성능도 개선된다. 이론상 5나노 공정은 기존의 7나노 공정보다 제품 크기는 25% 줄어들고, 에너지 효율과 발열 등 성능은 10%가량 향상된다. 

최근 파운드리 시장은 이제 막 5나노 공정이 본격화되는 추세다. 5나노 공정으로 만든 퀄컴의 모뎀 통신칩 'X60'은 올해 처음 출시된 데 이어, 지난 10월 애플은 아이폰12에 탑재된 모바일 AP ‘A14 바이오닉’을 공개됐다. 삼성전자의 5나노 공정이 적용된 삼성 '엑시노스1080'와 퀄컴의 '스냅드래곤 888'도 최근 공개됐다. 

그러나 전 세계 파운드리 업체 중 5나노 공정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TSMC뿐이다. 

업계에서는 TSMC가 삼성전자보다  초미세공정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사의 공정 도입 속도는 비슷하게 맞춰지고 있으나, 수율에서 차이가 벌어진다는 설명이다. 앞서 샘모바일 등 외신들은 "최근 삼성이 5나노 EUV(Extreme Ultraviolet·반도체 노광 장비) 리소그래피 공정으로 인한 낮은 수율(투입 대비 낮은 생산 비율) 문제에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과 TSMC의 기법상 차이도 눈길을 끈다. TSMC가 '핀펫(FinFET)' 구조의 생산라인을 선택한 것에 비해, 삼성은 전류의 흐름을 정밀하게 제어하고 칩 영역을 축소해 전력 소비를 낮추는 '게이트 올 어라운드' 기법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TSMC 간 파운드리 업계 점유율 경쟁에 점점 불이 붙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 등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7.4%로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TSMC로 53.9%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다. 

현재 파운드리 사업은 인공지능(AI)과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의 등장으로 가속화된 성장을 앞두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시장 규모는 2500억 달러(약 275조9500억원)에 이른다. 삼성이 미래 중요 먹거리로 파운드리를 지목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TSMC는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하반기 5나노 제품을 출하하고, 내년 3나노 시범 생산을 시작해 2022년 3나노 제품을 출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의식한 듯 삼성전자도 같은 시기 진행된 컨퍼런스 콜을 통해 5나노 반도체 양산에 착수했다고 공식화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2022년 3나노 반도체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양산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업계에서는 삼성이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를 견제하기 위해 이같은 사실을 알린 것으로 봤다. TSMC의 3나노 관련 계획과 비슷하거나, 더 이른 시기를 노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삼성이 TSMC를 빠르게 따라잡으며 3나노 공정을 도입하는 것은 긍정적이나, 초기 단계에서 차세대 노드의 생산 수율을 빠르게 개선하지 못하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언론들은 TSMC의 3나노 공정 양산 시점이 삼성보다 6개월가량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양사 간 초기 생산 능력에 따른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TSMC가 내년 중 4나노 공정을 양산할 것으로 봤다. 이는 삼성의 2021년 4나노 공정 계획을 의식한 것으로, 이보다 앞서기 위해 양산 일정을 예정보다 앞당긴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TSMC는 2021년 하반기 3나노 공정의 시험 생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2022년 양산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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