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탑승 수속을 기다리는 여행객듥 (사진=손진석 기자)
항공 탑승 수속을 기다리는 여행객들 (사진=손진석 기자)

[뉴시안= 손진석 기자]세계관광기구 자료에 따르면 올해 코로나19 확산과 장기화로 인해 해외 입국자 수는 지난 10년 동안 한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오다가 올해 1월에서 8월까지 약 7억명이 감소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줄었다.

해외 입국자 수가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나라마다 국경 봉쇄에 가까운 여행 제한 조치를 했기 때문이다. 각국의 국경봉쇄와 해제가 반복되면서 올해 해외여행 입국자 수는 전 세계 평균 79% 감소했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95%의 감소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 70년 동안 9·11 테러와 세계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던 항공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며, 올해는 전 세계 여객 수가 지난해보다 62%, 매출은 59%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 세계 각국의 항공사들은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자 유동성 위기가 찾아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무급 휴직, 구조조정 등 비용절감 조치와 더불어 화물 운송, 국내선 노선 확대, 관광비행 등의 자구책으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또 일부 항공사는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지 못해 회사 매각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항공업계의 구조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국내 1위 대한항공과 2위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정부 주도로 추진되어 항공시장의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코로나 사태로 여행을 할수 없는 여행객들은 다음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사진=익스피디아)
코로나 사태로 여행을 할수 없는 여행객들은 다음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사진=익스피디아)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해외여행이 불가한 상황으로 일부 업무를 위한 이동과 해외 근로자들의 국내 철수를 위한 항공기 운영 등 여객 수요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여객 수요 회복의 핵심은 코로나19 백신 보급이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의 백신 3상 발표와 미국‧영국‧중국 등 일부 국가의 백신 투여 개시 소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단기간에 여객 수요 회복이 이뤄질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는 국내선 보다 국제선 노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국경봉쇄가 이뤄지자 심각한 타격을 받아 결국 유동성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가항공사들부터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까지 위기 극복을 위해 휴직‧구조조정‧자산 매각 등 비용절감을 통한 생존을 위한 자구책을 가동했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항공사 8개사의 국제선 여객 수는 12만8175명으로 전년 동기 451만3566명 보다 약 97.2% 감소했다. 그러나 국내선 여객 수는 587만2546명으로 전년 동기 573만122명보다 약 2.5% 증가했다.

국내 항공사들의 국제선 운항은 지난 3월부터 중단된 것이나 다름없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1~3분기 매출액이 5조70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40.9%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 3조9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3.2% 줄었다.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수익구조가 중‧단거리 국제노선에 여객에 집중되어 있어 대형항공사 보다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코로나 이전 활황이던 해외여행에 집중한 노선 편성으로 주로 소형기를 운영해 코로나 특수로 인한 화물 운송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등은 고용유지지원금으로 겨우 생존했지만 현재 이들 항공사들은 유상증자를 통해 겨우 연명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스타항공의 경우 유동성위기를 극복하지 못해 시장에 매물로 나와 제주항공이 인수를 진행했지만 항공업황의 악화로 인수계약 해제로 현재 재매각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폐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도 유동성위기로 매물로 나와 HDC현대산업개발이 매각될 예정이었지만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업황이 개선되지 않자 매각은 결국 결렬됐다. 이후 아시아나 항공 채권단은 위기극복 방안을 모색하다 최근 주요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주도로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결정하고 진행 중에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이달 12일부터 운항을 시작한 A380 당일치기 해외여행 프로모션 포스터 (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이달 12일부터 운항을 시작한 A380 당일치기 해외여행 프로모션 포스터 (사진=아시아나항공)

한편, 대형항공사의 화물 수송 부분에서 코로나 특수를 맞아 활발히 이뤄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3분기 연속해 깜짝 흑자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LCC 경우에는 화물 사업을 하고 있지 않거나 시작한 기간이 짧아 코로나로 인한 화물 성수기 효과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화물보다 국내 여행 수요에 집중해 국내선 노선 확대와 항공권 할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여객 수요의 대부분이 여행자가 차지했기에 최근 항공사들은 ‘관광 비행’ 상품인 무착륙 비행으로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대체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이를 통해 동반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면세사업의 활로를 위해 기내 면세품 구입이 상황을 조성하고, 기내식 콘셉트로 한 가정간편식(HMR) 상품 등도 출시하고 있다.

항공사들이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여행객들에게 대안으로 내놓은 무착륙 상품은 한반도 상공을 두 시간가량 비행하고 다시 출발 공항으로 돌아와 호텔에서 1박을 하는 등의 프로그램으로 여행가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지난달 도착지 없는 비행 상품을 이용한 여객 수는 2922명이었다.

이 상품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10월 한반도 일주 비행을 처음으로 시작하고 11월에는 매주 토요일 일반인을 대상으로 운항하는 관광상품으로 판매했다.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에어부산‧티웨이항공 등은 항공학과 학생들이 참여하는 도착지 없는 비행을 실시했다.

무착륙 상품이 답답했던 여행객들의 관심으로 이용객이 많아지면서 항공사들은 국제선으로 영역을 넓혀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 상품을 출시하거나 계획 중이다. 진에어의 경우 지난달 일반인 대상 국내선 관광비행을 ‘홍콩 여행’ 테마로 운영했다.

김포공항을 이륙하고 있는 대한항공 여객기 모습 (사진=손진석 기자)
김포공항을 이륙하고 있는 대한항공 여객기 모습 (사진=손진석 기자)

국제선 무착륙 상품은 현지에 착륙하지 않아 귀국 후 자가격리가 필요는 것이 특징으로 두 시간 정도 해외 국가 상공 비행과 승객들에게 600달러의 면세 쇼핑 혜택도 주어진다. 이는 정부가 지난달 타국 입·출국이 없는 무착륙 국제선 운항에 대해 1년간 한시적 허용과 일반 여행자와 같은 면세 혜택을 부여하기로 결정해 각 항공사들이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항공업계의 다양한 자구 노력에도 항공산업의 원상복구는 당분 힘들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세계 항공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은 2024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어려운 지금의 항공업계 환경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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