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뉴스화면 캡쳐

[뉴시안= 정창규 기자] ‘갑질’, ‘불매운동’, ‘비방댓글’, ‘황하나’ 등. 남양유업을 연상케 하는 키워드들이다.

지난 2013년 발생한 대리점 갑질부터 올해 초 수면에 드러난 경쟁사 비방까지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최근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씨의 끝없는 기행으로 인해 소비자 여론이 더욱 싸늘하게 식고 있다.

남양유업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게 하는 첫 단어는 단연 ‘갑질’이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른바 ‘밀어내기 갑질’로 남양유업이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가 일어난 기간을 2009년 1월 1일부터 2013년 4월 30일까지 3년 4개월간으로 잡고 과징금 124억600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2015년 1월 남양유업은 별도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남양유업이 부과 받은 과징금 124억원 중 119억원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밀어내기’로 6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남양유업이 2013년의 갑질 사건 이후 납부한 과징금은 5억원이었으며 법원에서 선고받은 벌금도 7000만원에 불과했다.

갑질에 조직적으로 가담한 남양유업 임직원들에 대한 형사처벌도 ‘솜방망이’에 그쳤다. 김웅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고 풀려났고, 곽모 영업총괄본부장도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밀어내기에 가담한 신모씨 등 임직원은 700만~1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은 갑질 파문에도 불구하고 불공정 거래관행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공정위의 시정명령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에 지난해 9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물량 밀어내기, 장부조작, 보복행위 등 남양유업의 갑질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위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러는 사이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당시 불매운동으로 대형마트의 남양유업 제품 매출이 10~20% 이상 감소하는 등 실제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이 쥬스 곰팡이’, ‘코딱지 분유’ 등 주요 제품에 타격을 입힐만한 악재가 연달아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품 바코드를 인식해 남양유업 제품인지를 걸러주는 ‘남양유없’이란 이름의 홈페이지까지 등장했다.

또 남양유업이 제조한 일본 전범기업 모리나가 유제품에 대한 논란도 발생했다. 판매가 중단 된 ‘밀크카라멜 우유’는 일본어 상표와 로고 등이 전면에 내세워 얼핏 보면 일본 모리나가제과 수입품으로 보이지만 남양유업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제작하고 GS25가 단독 판매해 온 제품이다.

지난해 6월 홍원식(왼쪽) 남양유업 회장은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자신의 외조카 황하나에 대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사진=남양유업)

남양유업의 대형 악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10월에는 경쟁사 매일유업에 대한 ‘악성 댓글’로 여론전을 펼친 정황이 발견되면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홍보대행사를 통한 그룹 차원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다고 보고, 남양유업 및 홍보대행사 직원뿐 아니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등 7명을 입건했다.

모두 인과응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남양유업의 논란은 또 다른 논란에 묻히게 됐다.

최근 가수 박유천의 전 여자친구이자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인 황하나가 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황씨는 지난해 7월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전력이 있다. 당시 황씨는 1심과 2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서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반성하며 바르게 살겠다"라고 말했다. 

남양유업 측도 황씨의 계속되는 일탈에 결국 공식입장을 내놓고 황씨와 거리두기에 나섰다. 당시 남양유업은 "황하나씨를 고인이 되신 창업주의 외손녀라는 이유로 남양유업과 연관지어 보도해 회사의 임직원, 대리점주, 낙농가 및 그 가족들까지 많은 분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황하나씨는 회사 경영과 무관하며 황하나씨 일가족 누구도 회사와 관련한 일을 하거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남양유업도 대리점 복지 정책을 확대하는 등 ‘갑질 기업’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대대적인 기업문화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다. 악재의 연속이다. 하나하나 열거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은 남양유업에 대해 더 이상 기대와 관심이 없어 보인다. 불매운동도 마찬가지다. 끝없는 논란에 기업 이미지는 추락한지 오래요, 제품에 대한 기대도 연이은 악재 속에서 바닥을 쳤다. 더 떨어질 곳도 없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지쳐가는 요즘 2020년의 끝자락에서 남양유업을 휘청거리게 하는 일이 또 발생했다. 기행을 일삼는 외조카 황씨는 잊힐만하면 등장하는 남양유업 악재의 불씨 같은 존재다. 부디 내년에는 7년간의 악재들을 훌훌 털고, 부디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제품, 기업으로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