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야경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야경 모습. (사진=뉴시스)

[뉴시안= 임성원 기자]올해 정부가 그린뉴딜 정책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드러낸 가운데, 증권사와 보험사도 이에 발맞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과 지속가능한 성장 등을 추구하며 장기적으로 수익을 추구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증권사, ESG 투자 상품 강화 등 각양각색 전략 추구

NH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처음으로 ESG 리포트와 ESG 인덱스 개발 등을 선보이며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먼저 ESG 리포트는 삼성전자·SK·포스코·현대자동차 등 각 업종을 대표하는 15개 기업을 선정해 지난해 10월 국내 증권사 처음으로 357페이지 분량의 국·영문으로 발간했다. 특히 지난 11월에 공개한 세 번째 ESG 리포트에는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환경 이슈를 모든 종목 리포트에서 다루고, 모든 기업 분석 자료에 ESG 인덱스와 행사 관련 내용을 심층적으로 기재해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ESG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아울러 ESG 인덱스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민간 인덱스 사업 규제를 완화함에 따라 새로운 사업 진출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인덱스 사업 TFT(태스크포스 팀)를 출범했다. 이어 리서치센터 내 인덱스 개발팀을 정식 부서로 지난 5월 승격하고 인원을 충원하는 등 인덱스 사업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총 5종의 인덱스를 선보였고, 8종 이상의 신규 인덱스 출시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셀렉트 EGS 지주회사’ 인덱스의 경우 글로벌 투자 트렌드의 핵심인 ESG를 한국 지주회사 주식에 반영해 투자하기 위한 지표를 말한다. ESG 이슈가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지주회사 주식을 바탕으로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부터 ESG을 기반으로 기업분석을 진행했던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측은 “앞으로도 애널리스트의 전문성을 활용해 분석 대상 기업과 분석의 깊이를 더해가겠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한국투자증권도 전 세계적 기후변화와 환경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와 폐기물 처리 등 친환경 서비스 기업에 직·간접적 투자하고 있다. 신재생 기술투자 합작회사인 ‘한국신재생투자’ 설립을 위한 지분투자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태양광과 풍력, 수소연료전지 발전산업까지 투자영역을 점차 확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또 ▲KIAMCO 영국태양광 ▲독일 육상풍력발전 지분펀드 ▲한국신재생투자 ▲일본태양광발전소 등 지난 6월 기준 ESG 투자 운용 규모는 총 8349억원에 육박한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지난 8월 석탄 투자 중단과 함께 환경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관련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B증권 역시 책임투자 확대와 지속가능 투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따른 ‘ESG 연계 투·융자와 상품·서비스 No.1 House’를 목표로 ESG채권 등을 공급해 기업과 자본시장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올 한해 비금융사인 ‘TSK코퍼레이션’의 그린본드 발행 채권은 1100억원, 롯데지주 지속가능채권은 500억원 등 규모로 주관에 성공하며 금융 업계 중심으로 ESG 채권 발행시장을 확장했다고 인정받았다.

앞서 지난해 KB증권은 비금융 기업 처음으로 3000억원 규모의 한국수력원자력 소셜본드 발행을 주관했다. 또 지난해 9월과 10월 제조업계 처음으로 각각 SK에너지와 GS칼텍스 그린본드 발행의 대표 주관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주목받았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의 경우 종전 ESG 채권은 주로 친환경이나 사회 인프라 투자를 목적으로 한 공기업과 ESG 사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목적으로 한 금융사의 발행이 대부분임에도 제조업 처음으로 그린본드를 발행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이다. 

KB증권 관계자는 “국제해사기구의 선박 연료유의 황함량 강화 규제(IMO 2020)에 대비하기 위해 정유회사들이 설비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SK에너지와 GS칼텍스에 그린본드 발행을 제안했다”라며 “평균 5배를 웃도는 수요를 끌어내 성공적인 발행 주관사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ESG에 기반한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투자가 세계적으로 트렌드가 된 이 시점에 선제적으로 ‘그린뉴딜’, ‘혁신금융’ 등과 연계한 투·융자 실행을 확대해 관련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보험사, 탈석탄 금융 선언 등 통해 ESG 경영 강화

삼성생명 등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지난달 지구 온난화 등 전 세계 기후변화 위기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 친환경 자산과 관련된 투자는 계속해서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난 2018년 6월 이후 석탄 발전과 관련된 신규투자를 진행하지 않았다. 여기에 향후 석탄 화력 발전소에 대한 직접적 투·융자와 함께 석탄 화력 발전소 건설 목적의 회사채에도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삼성화재는 석탄 화력 발전소 건설을 위한 보험을 인수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롯데손해보험 역시 지난달 말에 사회적 책임 이행에 더해 환경 분야까지 확장하며 ESG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환경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고객에게 전달되는 약관·보험증권·DM 출력물 등 인쇄물과 임직원과 고객용 다이어리 패키지 모두를 산림관리협의회(FSC) 인증을 획득한 친환경 소재로 변경할 방침이다. FSC 인증은 산림 생물 다양성 유지 등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친환경 종이에 부여해준다.

이와 함께 신규투자할 때 ESG가 우수한 지속가능 기업에 집중 투자하고 탄소를 줄이는 자산운용을 위해 친환경 자산운용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에 신규투자 심사항목에 기업의 환경보호·사회적 책임·지배구조 등 비재무적인 요소를 포함할 계획이다.

롯데손해보험 관계자는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전략을 바탕으로 업계 처음으로 소방관보험을 선보였다”라며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이사회 내 모든 소위원회도 사외이사로만 구성하는 등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로 지배구조 선진화의 기틀도 함께 마련했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보험사들의 ESG 경영은 내년에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취임한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은 취임사에서 보험 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추진과제로 ESG 경영을 꼽으며 ‘ESG 경영 핵심 가치 실현을 통한 생명보험 산업의 고객 신뢰 회복’ 등을 이뤄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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