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의회 사무처 직원들과 회기 중 대낮 술판을 벌여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정영일 기자)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의회 사무처 직원들과 회기 중 대낮 술판을 벌여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정영일 기자)

[뉴시안=최진봉 편집 자문위원/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난 12월 16일 서울시의회가 본회의를 열고 시의원들의 의정활동비를 2.7% 인상하는 의정활동비 지급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시민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고통을 겪고 있고,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은 임대료도 낼 수 없는 처지까지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의회가 본회의 시작 첫 안건으로 자신들의 의정활동비를 셀프 인상하는 내용을 처리한 것이다. 

이번 셀프 의정활동비 인상안 통과는 서울시 의회가 서울시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아픔에 대해 전혀 공감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져 있는 시민들의 어려움과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는 의정활동비 셀프 인상뿐만이 아니다. 

<뉴시안>이 지난 23일 단독으로 취재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본격화되고 있던 지난 12월 17일 낮 시간에 서울광장 근처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서 서울시의회 의원들과 의회 사무처 직원 9명의 붙어 앉아 박수까지 쳐가며 큰 소리로 떠들면서 술판을 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낮에 대중음식점에서 술을 마시며 큰 소리로 떠들고 술판을 벌이는 행위는 일반인들도 잘 하지 않는 행동이다. 그런데, 시민의 세금으로 의정활동비를 지급받는 시의원과 시의회 공무원들이 대낮에 술판을 벌인 것이다. 

더욱이 이날은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고 있던 시기로 정말 필요한 모임이 아니면 단체 식사를 자제하고 모임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내려졌다. 

그런데 사회지도층으로 시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시의원과 공무원들이 9명이나 모여서 대낮에 술판을 벌이고 큰 소리로 떠드는 행위를 한 것이다. 

이런 이들의 행동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가족 모임도 취소하는 등 불편을 감수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수많은 평범한 시민들의 방역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는 매우 무책임하고 위험한 행동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이날 술판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었다. <뉴시안> 보도에 따르면, 이날 참석자들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은 동료 의원에 대한 뒷담화와 특정 지역구 사업에 서울시 예산을 몰아주기 위한 꼼수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들이 회의장이 아닌 음식점에서 서울시 예산을 어디에 몰아주자는 식의 꼼수 논의를 했다는 것은 서울시의회가 지금까지 서울시민들을 위해 공정하고 원칙에 맞는 시의회 운영을 해 왔는지 강한 의문이 들게 만든다. 

그런데 이날 술판에서 오간 대화 내용을 보면 그러지 않았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인다. 결국 서울시의회가 얼마나 저급한 수준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서울시의회 의원들과 사무처 직원들이 참석한 문제의 술판이 벌어진 날인 12월 17일은 서울시의회 제298회 정례회가 진행 중이었다. 

시의회 정례회가 진행되고 있는데, 대낮에 ‘점심시간의 반주(飯酒)’로 여기기에는 과할 정도의 음주를 하는 시의원들의 모습이 과연 정상적인 시의원의 모습일까? 

이들은 이날 술판을 마치고 시의회 정례회에 참석했을 가능성도 높다. 그렇다면 서울시의회 제298회 정례회는 음주 회의를 했던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막대한 서울시 예산의 심의와 운영을 맡기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처럼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하는 서울시의회의 대응 태도는 더 가관이다. <뉴시안>의 단독보도로 서울시의회 의원들과 사무처 직원들의 부적절한 대낮 술판 문제가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의회는 아직까지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과를 포함해 시의회 차원에서 어떠한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 

이는 서울시의회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지 않고 있다는 방증으로, 서울시민들을 우습게 보는 시의회의 수준을 명확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이제 시민들이 직접 나서 대낮에 술판을 벌이는 수준 미달의 시의원들과 반성할 줄 모르는 시의회를 직접 심판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서울시의회가 서울시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깨닫게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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