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의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 재개 공지.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의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 재개 안내 공지. (사진=우리은행)

[뉴시안= 임성원 기자]지난해 연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주문에 따른 주요 시중은행발 대출 한파가 연초 들어 한풀 꺾인 가운데, 일각에선 대출 제한이 풀리자마자 폭발한 대출 수요로 금융권의 대출 조이기가 언제든지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7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이날부터 직장인 대상 비대면 종합 신용대출 상품인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를 재개한다. 해당 상품은 지난해 12월 11일부터 한도 소진 등을 이유를 들어 대출 취급이 중단된 바 있다.

신용대출의 대출 한도는 기존 수준을 유지하거나 축소했다. 만기일시·원리금분할 상환 등 건별 거래의 대출 한도는 판매 중단 이전과 같이 최대 1억원으로 유지했지만, 통장식 상환 방식(마이너스통장)의 한도는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마이너스통장 최대한도의 경우 지난해 11월 말,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한 데 이어 다시 절반으로 한도를 더 낮췄다.

지난해 연말 신용대출 증가세에 따른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대출 판매를 제한했던 다른 은행들도 연초에 대출 제한 조치를 일부 완화하는 모양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31일까지 리스크 확대 억제 등을 위해 한시적으로 2000만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규제했으나 새해부터 원래대로 대출 판매 조치를 풀었다.

전문직 신용대출 상품 한도는 일부 완화돼 의사나 변호사를 대상으로 한 'KB 닥터론'과 'KB 로이어론' 상품의 최대한도는 3억원, 일반인 대상 비대면 상품인 'KB Star 신용대출' 최대한도는 한시적 제한 조치 때 적용한 최고 1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종합통장자동대출 한도는 최대 1억원의 한시적 제한 조치를 유지했다.  

축소됐던 전문직 신용대출 상품 한도 역시 이날부터 일부 완화돼 의사, 변호사 대상 최대한도는 3억원, 일반인 대상 비대면 상품 'KB 스타(Star) 신용대출' 최대한도도 2억원으로 각각 조정된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연말까지 일시 중단했던 직장인 대상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쏠편한 직장인 신용대출' 취급과 함께 서민금융 상품을 제외한 일부 가계대출 상품의 영업점 내 신규 접수 등을 새해 첫 영업일부터 재개했다. 단, 전문직 신용대출의 최대한도를 2억원으로 낮춘 조정안은 그대로 유지했다. 

하나은행 역시 지난달 24일부터 한시적으로 판매 제한했던 비대면 모바일 상품 '하나원큐 신용대출' 상품을 지난 5일부터 다시 판매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대출 상품 판매는 재개하나 '닥터클럽 대출'과 '로이어클럽 대출' 등 5개 전문직 대상 신용대출 한도의 경우 예고한 대로 6일부터 추가 안내가 있을 때까지 무기한 시행한다"라며 "직군별로 기본 한도도 최대 1억50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으로 낮추면서 인턴이나 레지던트 등 합격자에 대한 대출 한도 역시 최대 5000만원 이내로 조정된다"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전문직 대상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도 종전보다 5000만에서 1억원 정도 축소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새해 대출 제한이 일부 완화되자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 잔액은 지난 4~5일 이틀 만에 3500억여원 폭증했다. (사진=뉴시스)
새해 대출 제한이 일부 완화되자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 잔액은 지난 4~5일 이틀 만에 3500억여원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한편 지난해 연말 시중은행의 대출 조이기에 따라 전반적인 대출 잔액의 급증세는 더뎌진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670조1539억원으로 집계했다. 11월 말 잔액인 666조9716억원보다 3조1823억원 늘었지만, 지난해 8월 이후 월간 증가액이 8조~9조원인 것과 달리 증가 속도가 크게 둔화한 양상이다.

업계에선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소 진정된 것은 신용대출 감소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12월 말 신용대출은 11월 말보다 443억원 감소한 133조6482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1월 2247억원 줄어든 이후 11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결과이다.

그러나 새해 신용대출 규제가 일부 완화되자 다시 대출 수요가 급증세로 돌아선 추세다. 지난 5일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33조9927억원으로, 신용대출 판매를 재개한 새해 첫 영업일인 전날(4일)보다 647억원 올랐다. 지난 4일 잔액도 지난해 연말보다 2798억원 늘어난 상황에서, 지난 4~5일 이틀 만에 3500억여원 폭증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새해부터 시중은행이 한시적으로 대출 취급 제한을 일부 완화한다고 나서지만, 대출 조이기 흐름이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대출 제한 조치가 풀리자마자 그동안 억눌렸던 신용대출 수요가 폭발한 현재 상황이 방증이다"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신용대출 급증세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측은 "신용대출 증가율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각 금융사의 대출 계획서를 받아 지난해 연간 대출 총량 등을 기반으로 해 올해 대출 관리를 어떻게 할지 관련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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