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쏟아진 지난 6일 음식 배달에 나섰던 배달 노동자가 눈에 뒤덮인 모습. (사진=라이더유니온)
폭설이 쏟아진 지난 6일 음식 배달에 나섰던 배달 노동자가 눈에 뒤덮인 모습. (사진=라이더유니온)

[뉴시안= 박은정 기자]지난 2019년 9월 태풍 '링링'이 한국을 강타했을 때 누리꾼들 사이에서 "배달원 안전을 위해 주문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당시 한 누리꾼은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은 배달음식 시켜 드시면 안 된다. 오토바이들 정말 휘청휘청할 정도로 바람이 강하다"며 "오늘은 라면 먹자"라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누리꾼도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으니 오늘 같은 날은 그냥 라면 끓여 드시길 추천한다"며 "배달원들 사고 날까 봐 걱정된다"고 배달 주문 자제 움직임을 펼쳤다.

1년여 시간이 지난 2021년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지난 1월 6일, 배달 노동자들의 호소는 또다시 쏟아져 나왔다. 폭설과 한파로 온 나라가 꽁꽁 얼고 도로마저 마비된 상황에서 배달 노동자들은 어떻게든 배달을 완수하기 위해 조리된 음식을 오토바이에 실은 채 빙판길로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6일 오후 8시 40분쯤 배달 노동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곳곳에서 라이더들이 넘어지고 있다"며 "경사가 가파른 언덕에 오른 라이더들은 고립됐다. 지금 배달을 시키는 것은 살인과 다름없다"고 폭설에 배달 주문 중단을 촉구했다.

자연재해 앞에서 배달 주문을 자제해달라는 목소리는 계속 제기돼 왔다. 지난해 여름철 이례적인 집중호우와 태풍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라이더유니온은 배달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호해줄 것을 요구했다. 여름이 지나 겨울이 됐지만 여전히 배달 노동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배달하는 일은 지속되고 있다.

일각에서 배달 노동자들이 주문을 받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는 반박도 있다. 그러나 배달 노동자들이 배차를 거부할 경우, 여러 불이익이 가해지고 있다. 쿠팡이츠는 콜을 거부하면 배달 노동자의 평점에 영향을 미친다. 배달의민족도 '배달 노동자들이 과도한 거절을 할 경우 배차 제한이 있다'고 안내를 했지만 어떤 기준으로 불이익이 주어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배달 앱 플랫폼 차원의 개선책도 절실하다. 배달 여부를 노동자 개별 선택에 맡겨놓게 될 경우, 경험이 적거나 생계가 급한 노동자는 위험 상황을 감수하고 현장에 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종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폭설이나 태풍 등 악천후 상황에서 플랫폼이 배달을 막을 수 있는 기준과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쿠팡처럼 극한 날씨에도 과도한 프로모션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기본 배달 단가를 높여야 하며, 안전교육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라이더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가 생계를 위해 일을 하겠다는 것을 막을 사람이 누가 있겠냐만은, 많은 배달 노동자들이 폭설을 뚫으면서까지 배달을 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만약 사고라도 날 경우 위험천만 하기 때문에 악천후 속에서 배달하는 노동자들이 느끼는 긴장감은 말로 다할 수 없다. 날씨가 안좋을 수록 배달 수요가 증가하는 탓에 배달 앱 플랫폼의 서비스 중단도 어려운 실상이다. 

배달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가장 빠른 효과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코로나19로 외출이 중단된 국민들을 위해 배달 관련 종사자들이 우리의 손과 발이 되어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몰려드는 배달과 택배량으로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는 이제 흔한 사회적 이슈가 됐다.

어느 때보다 열심히 근무했던 이들이기에, 부디 2021년에는 배달 관련 종사자 한 사람도 도로 위에서 생명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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