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함 풀어달라”…삼표그룹, 삼척 광산 매몰 사고 ‘국민청원 등장’
“억울함 풀어달라”…삼표그룹, 삼척 광산 매몰 사고 ‘국민청원 등장’
  • 정창규 기자
  • 승인 2021.01.13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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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안전요원 미배치 등 원청 관리부실 지적
삼표시멘트, 지난해에만 중대재해 사고 사망 3건, 산재 14건 등 발생
청와대국민청원 캡처
청와대국민청원 캡처

[뉴시안= 정창규 기자] 지난달 강원 삼척지역의 한 석회석 광산에서 40대 근로자가 숨진 가운데, 유족 측이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에 사업장 안전관리 부실 의혹 등을 제기했다. 석회석 광산을 개발하는 회사는 삼표자원개발, 건설 기초소재 전문기업 삼표그룹(회장 정도원)의 계열사인 삼표시멘트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광산 매몰 사고] 추운 겨울 광산에 매몰돼 우리 곁을 떠난 우리 아빠의 억울함을 호소합니다’라는 청원이 등장했다.

숨진 굴착기 운전자의 유족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평범하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40대 가장. 한 여자의 남편이자 대학생 두 딸의 아버지인 아빠의 참혹한 죽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청원인인 밝힌 사고는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1시 10분쯤 삼척시 근덕면의 한 석회석 광산에서 발생했다. 당시 굴삭기 기사 A(47)씨는 광산 갱도 입구 400여m 지점에서 굴착기 작업 중 상부에서 토사가 유출돼 매몰됐으며, 9시간 30여 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청원인은 “굴삭기랑 좀 떨어진 곳에서 (시신이) 발견된 점을 미뤄 볼 때 광산이 붕괴하기 시작하자 이상함을 감지하시고 굴삭기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무너진 토사에 목숨을 잃으신 것 같다”며 “그 차갑고 숨 막히는 토사에 깔려서 고통받았을 우리 아빠를 생각하니 지금도 하염없이 눈물만 난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아빠는 퇴근 후 저녁에 치킨집에 와 일을 했고, 굴착기 일이 없을 때는 낮부터 가게에서 배달도 하고 엄마 장사를 도왔다”며 “열심히 살아온 가족과 억울하게 돌아가신 아빠를 도와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청원인은 사고와 관련해 사업장 안전관리 부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억울함을 전했다. 특히 안전요원 미배치, 산재보험 가입 방치, 원청의 방치 등을 제시하며 사업장 측의 책임을 지적했다.

청원인은 “아빠는 광산 채굴현장에서 안전요원 한 명없이 어두컴컴한 굴속에서 홀로 작업을 해왔고, 신호수 배치도 없이 혼자 일을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면서 “만약 작업 시 안전요원이 한 명이라도 있어 주변 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미리 대응할 수 있었다면 아까운 생명이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청업체는 장비 종합 보험이 가입되지 않은 차량임을 알았음에도 위험하고 험한 굴속으로 투입시켰다”며 “석회석 광산이 항상 붕괴 사고에 취약한 상태인 것을 누구보다 채굴업자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고 토로했다.

청원인은 사고와 관련해 하청업체는 물론 원청업체 측의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이번 일의 원청은 B시멘트사지만 현재 이 일에 관해서는 나몰라라하고 있고, 하청업체인 채굴업자 역시 얼토당토하지 않은 금액을 합의금으로 제시하며 빨리 마무리하려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입한 굴삭기 할부도 월 200만원이 나가고 있다. 아직 대학생인 저와 제 동생 그리고 몸이 완전하지 않은 “당장 이번 달부터 다가올 장비 할부와 이자가 큰 걱정이다”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청원인은 끝으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제공 관계 실질이 사업장 임금을 목적으로 한 종속적 관계가 있다면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부디 아빠가 편안한 게 하늘나라로 갈 수 있도록, 이 땅의 모든 근로자들이 합당한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13일 오후 5시 기준 해당 청원에 2만4501명이 동의했으며, 청원은 다음 달 4일 마감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삼표그룹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3일 동안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후 기자의 연락처까지 남겼지만 담당자에게서도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노동계 관계자들은 “삼표시멘트에서 위험의 외주화가 심각하다는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면서 “최근 몇년 사이에도 수십명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건은 비일비재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어 “오히려 외주업체 직원들에게 일부러 더 위험한 작업을 시킨 것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한편 삼표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도원 회장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회장의 장인으로 더 유명하다. 정도원 회장의 외아들인 정대현 사장은 고(故)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 장녀와 결혼했고, 차녀는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장남과 각각 혼인했다. 현재 삼표시멘트는 삼표그룹 오너 3세인 정대현 사장이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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